[나의 길] 오래된 전주…그러나 새로운!_YTN 전국부 전주지국_최지환 기자

나는 내 고향 전주를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지방은 틀렸다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맘이 편치 않다. 비록 기반 산업은 열악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이 도시 전주야말로 문화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도시라고 자부한다. 그런 가능성이 전주의 한 달동네에서 꾸물꾸물 샘솟고 있다. 빈집투성이였던 달동네가 마치 유럽의 도시처럼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문화마을로 변모해가는 자만벽화마을의 길을 소개하고 싶다.

전주 자만마을, 그 골목길이 다시 두근거린다
전주한옥마을 길 건너에 조그만 달동네가 있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아 활력을 잃고 정체되어 있던 전주 대표적인 달동네 ‘자만마을’.
그런데 3년 전부터 그 칙칙했던 오래된 마을길에 벽화가 번져가면서 쓰임이 다했던 옛 공간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마을 입구부터 시작하는 그림은 마을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가고 각기 개성 있는(오셔서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림들이 찾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그림들은 심심하면 다른 그림으로도 바뀐다.
이 골목길의 벽화는 단순한 벽화가 아니다. 지역 예술가들의 표현 방식이자 주민 공동체가 일궈낸 결실이다. 골목길, 대문, 계단, 화장실 창문, 심지어 울퉁불퉁한 벽에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고 있으면 달동네라기보단 ‘신나는 놀이터’ 같은 느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리낌 없이 찾아와서 보고 듣고 즐기면 되는 그런 놀이터. 그래서인지 이 골목길 곳곳에서는 전시회, 음악회, 댄스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무작위로 이뤄지고 관람객들은 맨땅에 앉거나 벽에 기대서 또는 누워서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공연 구경은 공짜다.

지역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전주 프린지fringe!
전주한옥마을에서 자만마을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지나면 마을 입구 오르막길 벽면에 알록달록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오르막길을 지나면 오른쪽 공터에서 어떤 무명 통기타 가수가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관객은 달랑 10명 남짓. 관객들은 그 무명가수의 노래를 감상하고 서로 대화도 나눈다. 또 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 작은 집 마당에서 클래식 선율이 들리고 또 다른 공터에서는 통기타 트리오가 재밌는 대화를 나누며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그 외에도 축구공 하나로 진기명기를 펼치고, 예고 학생들의 판소리 공연과 즉석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그 골목에서 펼쳐진다. 자만마을 골목골목, 그 골목에 있는 집들의 마당이나 옥상 등이 전부 공연장이 된다. 마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ringe festival’ 같다고 해야 할까?
자만마을 골목길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만들고, 그들이 공연하는 놀이터다. 그 놀이터에서 그들은 자만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표출할 길이 없었던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선보이고, 관객들과 대화하고 호흡하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관객들과 공감하고 싶은 것이다.

자만마을 골목길은 변신 중
활기를 잃어가던 마을에 젊은이들이 들어옴으로써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젊은이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도전과 젊음, 열정과 소통을 지향점으로 뭉친 이들은 버스킹 공연과 벽화 그리기 등의 예술 활동을 펼침은 물론, 프리마켓을 통한 창업과 마을의 경제적 발전을 꿈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을과 청년들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 즉, 청춘들의 방식으로 오래된 마을에 열정을 불어넣을 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지고 마을은 소통을 통해 생명력을 회복하고 있다. 여기 자만마을 골목길에서.
소외받던 달동네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지금 그곳은 사람들이 찾는 매력적인 달동네로 변화하고 있다. 편안함과 두근거림을 주는 이 조그만 달동네 골목길이 나는 점점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