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 묵직하게_SBS 김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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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정윤 기자

일시_ 2013년 7월 31일  장소_ 서울 목동 방송회관  

인터뷰_ SBS 이대욱 기자

<현장21> 기자로서 지난 6개월 동안 그의 활약은 숨 가쁘다. 지상파에서는 처음으로 ‘일베’ 논란을 정면으로 다뤘고, ‘연예병사’ 취재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각종 상을 거머쥐며 ‘스타기자’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기자, 자신의 외모가 방송에 어울린다고 강변하진 않지만(^^), 나름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김정윤 기자를 만났다.

 

“특권, 반칙의 현장에 시청자들이 반응”

<현장21> 연예병사 문제를 취재할 때 ‘나는 힘들게 군 생활했는데, 이놈들은 뭐지?’ 하는 수많은 예비군의 심리가 동력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요?
“고발 아이템이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의식이 기본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평등의 원리, 의무가 동일하게 지켜지지 않는 때 발생하죠. 그런 부분에서 특권, 반칙이 발견돼 사람들이 분노했던 것 같아요.”

방송을 보면 안마시술소로 향하는 연예 병사들이 모텔에서 나올 때 아주 늦은 밤이었습니다. 옷도 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모자까지 푹 눌러썼는데 알아볼 수 있었나요?
“저는 연예인에 큰 관심이 없어서 못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함께 취재 나간 20대 젊은 스태프들은 한눈에 알아보더라고요. 새벽까지 기다린 끝에 안마시술소에 드나드는 걸 생각지도 않게 포착해서 방송을 하게 된 것입니다.”

보람도 컸지만, 취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연예인들을 너무 몰아세운 건 아니냐는 사람도 있는데요.
“SBS에서 나왔으니 말씀을 좀 해 달라고 했죠. 그런데 저와 카메라 스태프에게 달려들더군요. 방송을 아는 사람들이니 제게는 마이크를 뺏으려 했고, 스태프가 촬영하지 못하게 카메라의 배터리를 빼려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터리를 치더라고요. 카메라가 ‘퍽’ 부서져 나갔습니다. 한 시간 동안 저는 계속 똑같은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을 설명해 달라, 당신들이 국민들, 시청자들, 팬들의 사랑과 성원으로 여기까지 온 연예병사이면 최소한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의무가 있는 게 아니냐, 충분히 반영할 테니 이야기를 해 달라, 침묵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계속 그 이야기만 했어요.”

보도 이후 국방부가 감사를 벌여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했는데요?
“국방부 특별감사는 코미디라고 생각됩니다. <현장21> 방송 내용에 국한해서만 감사를 했고 거기에 대한 해명, 변명이 감사의 최종 결과잖아요. 보도에서 한 발자국도 나간 게 없습니다. 누적된 병폐들을 뿌리째 조사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연예병사제 폐지라는 카드로 근본적인 문제를 덮고 봉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새로운 어법, 접근법 시도”

가장 마음을 흡족하게 했던, 뿌듯했던 기사가 있다면?
“그런 것보다 <현장21>에서 상반기 동안 했던 아이템들을 돌아보면, 저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 도청’이라는 아이템에서 첫 시작의 주어를 ‘저는’이라고 했거든요. 또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가 아니라 기자가 실제 상황 속에 들어가서 ‘시청자 여러분 보세요. 저에게 최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로 풀어 간다든지. 새로운 어법, 접근법을 시도했고요. ‘효소에 효소 있는가?’ 아이템에서는 한 시간 넘는 인터뷰 끝에 국내 최고 전문가라는 사람 입에서 ‘제가 만든 건 효소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끌어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보도제작에는 그런 재미가 있어요.”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 본다면?
“저는 <현장21>이 그때까지 있어서 그런 프로그램을 하거나 <SBS 스페셜> 같은, 기자가 만드는 시사 다큐 한 시간짜리, 긴 호흡을 갖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기자들에게도 데일리 뉴스보다 제작 프로그램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데일리 매체들이 많아서 방송뉴스가 그런 것 따라가는 것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지상파 방송에 거는 기대, 묵직하게 던져주길 바라는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 1분 30초 매일 리포트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런 수요가 늘지 않을까 싶어요.”

문서화된 팩트가 없을 경우 데스크 과정에서 시달림을 받고 기사가 약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PD들은 그런 부분을 부각시켜야겠다고 판단하면 확실히 강조하는데요?
“늘 뭐 하려면 위에선 근거 자료를 요구하죠. 우린 또 그러죠. 현장 취재를 해봐야 추가 팩트도 확인할 것 아니냐. 그런 갈등이 늘 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부딪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팩트를 찾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취재하다 보면 정황 증거를 퍼즐처럼 모으게 되고 결국 문서 형식의 팩트는 아니어도 사실로 볼 수밖에 없는 꼼꼼한 취재들이 가능하거든요. 이대욱 기자가 했던 ‘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도 그런 접근이잖아요. 살인범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을 오가며 쭉 취재를 하다 보니 팩트와 정황들이 점점 드러났잖아요. 기획, 발제 단계부터 100% 명확한 걸 요구하는 건 좀 지양했으면….”

SBS뿐만 아니라 MBC, KBS 모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탐사보도물을 예전보다 많이 안 보는 것 같아요. 취재환경도 어려워졌고 예전처럼 뿌리까지 추적하는 딱 떨어지는 고발 아이템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든 사내 역학 관계 탓이든 기자들이 만든 탐사보도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하면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종교권력, 연예권력을 안 건드릴 수 없는데, 그게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MB정권 때 그런 부분이 많았잖아요. MBC만 해도 <뉴스 후>가 없어지고, 다른 방송사들도 탐사보도 기능을 끊임없이 정권 차원에서 약화시키려 했죠.”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제자리를 잘 잡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해야죠. 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하는지, 거기서 보도의 역할, 탐사보도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기자들도 아이템 선정부터 제작 방식, 지금 시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면 그게 결국 활로를 찾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