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장이 바라본 기자] “기자들, 변했어요”_박현숙 고용노동부 기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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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3년 6월 10일  장소_ 정부 과천청사  인터뷰_ SBS 장세만 기자(고용노동부 출입)

공직 생활 30년을 눈앞에 둔 고용노동부 기자실의 박현숙 기자실장은 기획재정부 박미란, 보건복지부 김희옥, 농림축산식품부 이미경 실장과 함께 정부 중앙부처 기자실장 ‘4인방’ 중 한 사람으로 통한다. 기자실 근무 18년 동안 거쳐 간 수많은 기자들의 이름과 일화를 훤히 기억해내는 과천 기자실의 산 증인을 인터뷰했다.

어떻게 기자실 근무를 하게 됐죠?
은행원 꿈을 갖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우연한 기회에 노동부 기능 직렬로 임용됐어요. 1984년에 들어와서 1995년부터 기자실로 옮겨 계속 근무하고 있어요. 벌써 대학 1학년 아들과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이기도 하네요.

‘옛날 기자’

옛날 기자실은 어땠습니까?
처음에 오니까 담요라던가, 카드라던가, 그런 게 있었고(웃음). 지금으로 따지면 기자들이 갑? 예전엔 문화가 달랐죠. 기자들이 고스톱 치면 공보관이 와서 잃어주고 또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같이 하고. 낮술도 많이 했어요. 기자들이 사무실을 막 뒤지고 다니니까 서류 보안을 많이 조심해야 했고요. 요즘은 그런 기자들 없어요.

어떤 기자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워낙 성격이 급해서 함께 일하기 좀 버거웠지만 결국 가족처럼 됐던 모 기자분이랑, 우리 직원들 힘들 때마다 보듬어주고 위로해준 모 부장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종종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그게 끈끈한 정 같아요. 연말에 가끔 만나기도 하죠.
한 분 더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잘 몰라서 기사를 보고 논평을 하진 못했었는데요. 지나서 생각해 보니, 기사에 상반된 의견을 다 집어넣으면서도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기사를 써 주신 분이 있어요. 꼭 노동부에 호의적으로 썼다는 얘기가 아니라요. 제가 꼽은 분들의 경우 ‘아, 저런 분들 밑에서 일하면, 성공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게 했던 기자는요?
일단, 담배. 피지 말라는데 필 때. 또 취재 협조가 안 된다면서 욕하고, 반말하고. 참, 듣기 힘들었었죠. 궁금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취재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교육받는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죠. 그래도 지금은 그런 기자들 없어요.
지금이야 일 생기면 일시에 문자 서비스를 하지만, 예전엔 삐삐로 연락해 줬잖아요. 간혹 ‘진상’ 부리는 기자가 있으면, 삐삐를 제일 늦게 쳐준 적도 있어요(웃음).

‘요즘 기자’

요즘은 취재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많이 조용해지고, 많이 겸손해졌어요. 전화로 취재하거나 자료를 부탁할 때도 겸손하고 합리적이에요. 더 스마트하고 매너도 있고 깔끔해요(웃음). 예전 기자들 같으면 “야, 그거 어떻게 해봐.” 하고 고압적이었는데, 지금은 “이거 어떻게 하면 돼요?” 하죠.

그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에 따른 부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는데.
좋은 현상 아닐까요? 물론 우리 부처에서는 괜찮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너무 얌전하게, 겸손하게 취재해서 되겠느냐?”는 식의 질타를 받는다더라고요. 그래도 우리 공무원들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예전처럼 하지 않아도 취재에 잘 응하고 대답해 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방법이 좋은 건지는 제가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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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실장님 도움도 많이 받았죠?
뭐 알아봐 달라고 하면 바로바로 대답해 주고, 안내하고. 특히 취재 협조가 잘 안되거나 섭외가 안 될 때, 제가 어린이집, 아기 엄마, 식당 아주머니 인터뷰 같은 걸 많이 섭외해 드렸거든요. 그러면 되게 고마워하시고 무엇보다 리포트가 나가니까 제일 좋더라고요.

기자실장으로서 오래 근무해온 보람도 있을 텐데요?
고용부 공무원 가운데 누구보다도 많은 기자들을 접해왔고 친분을 쌓아왔다는 점은 개인으로서가 아닌 부처 전체로서도 자산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새로 오신 장관님이나 실·국장님들이 과거의 어떤 기자를 언급할 때, 즉각 이름과 현직을 알려줄 수 있을 때 기뻐요. 희한하게 이 나이 되면 다른 건 깜빡깜빡하는데 기자들 이름은 외우지 않아도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 새로 대변인이 오시면 출입기자들의 특징, 얼마만큼 전화를 하고, 기자실에 나오는지 등도 말씀드려요. 기자단과 고용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저는 공무원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 공무원들하고 있는 것보다 기자들이랑 있는 게 더 편해서 가족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