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굿바이 개인플레이”


3회 방송기자연합회 종합체육대회 참가 후기


 


굿바이 개인플레이


동료들의 응원 속, 기자는 혼자라는 편견을 떠나보내다


 


 



MTN 김수희 기자


 


11월 첫째주,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마음 졸이며 잠들었었지요.


기자 생활 5년차에도 아직 마음 졸이는 일이 있냐고요? 글쎄요, 항상 어떤 일을 대함에 있어 어떤 자리에서도 거센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살아야한다는 한 선배님의 가르침이 불시에 생각나는 기자 생활에도 (그만큼 많이 빡빡하지요) 오랜만의 야외 나들이는 설렘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토요일 아침, 일주일간의 고된 취재로 하루 종일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을 법도 한데, 맑게 게인 하늘을 보고 웃음부터 나더랬지요.


, 비가 안 와서 천만다행이다!’(아마, 이불을 이기지 못하고 운동장에 오지 않으신 분들도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그렇게 제 발걸음은 원당에 위치한 농협대학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곳곳에선 시끌벅쩍한 소리들. 문득 아는 얼굴들이 보이는 농구장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선수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멀리서도 잘 보이더라고요. 누가 시작하라는 말도 없었는데 어느새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겨라! 이겨라!”


출입처에서 만나면 어느 회사라 할 것 없이 모두 기자선후배인데, 이상하게도 이 운동장에만 오게 되면 작동해버리는 승부욕.


결국 우리 농구팀은 1승을 하더라고요. 결승까지 가진 못했지만.


 


10시 즈음, 여기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발야구와 배드민턴. 다른 체육대회에선 웬만하면 볼 수 없는 여기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배드민턴 경기. 작년 이 맘 때 BBS에 안타깝게 우승트로피를 넘겨주었던 터라, 내심 이 시간을 기다려왔지요. 여유가 없는 기자생활에 이 배드민턴 경기만을 생각하며 준비해온 지 어언 1.(너무 거창하지만요)


약속이 없는 주말마다 약수터며, 집 앞 공터며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혔던 그 시간들을 그리며, 경기장에 나섰습니다.


첫 경기 상대는 OBS. 저 네트 너머 큰 기럭지에, 만만치 않은 실력의 두 선수 분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넘기고 또 넘겨도 되돌아오는 셔틀콕이 왜 이렇게 야속하기만 하던지. 한 세트를 내주고, 졸여오는 이 마음.


“MTN, 힘내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응원소리에 힘을 냈더랬지요. 같은 팀인 후배 기자와 다시 호흡을 맞춰, 내리 두 세트를 따냈습니다.


우리의 승리. 벅차오르는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준결승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시작한 준결승.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작년에도 준결승에서 맞붙은 SBS와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기자들의 근성이 어디갈까요? 발야구 결승을 뛰고 온 SBS 선수들이었지만, 그 인내심과 체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접전의 접전, 한 세트가 오고간 끝에 마지막 1세트.


카리스마 김수희(여기자로서 별로 마음에 드는 응원은), 우윳빛깔 이애리


동료 기자들의 응원을 에너지 삼아, 힘껏 스윙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승리.


 


선배, 울지 마세요.”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왜 그리 간절했는지


모르겠지만요.)


대망의 결승, 출입처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한국경제TV와 만났습니다. 이미 바닥나버린 체력.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작년 이 시간 아쉽게 넘겨줬던 우승 트로피가 새삼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귀를 스쳐간 건 회사 동료들의 응원. 선후배 할 것 없이 자리에 철퍼덕 앉아 선수들의 이름을 연신 외쳐주던 그 시간, 어찌 힘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기자생활은 개인플레이라고, 각자가 잘해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이 모든 편견을 떠나보냈던 시간,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 떠나보내 버려야만 하는 시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해 주신 말씀은 아니지만 바람을 잘 활용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던 한 선배의 조언을 되새기며 마지막 스윙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우승.


회사가 문을 연이래 최초 우승이란 영광까지 얻으며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기자에게 가장 큰 보람은 특종이라지만, 특종보다 더 뿌듯한 우승이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 가까이 온 몸 구석구석 통증을 달고 다녔지만요.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기자생활 쉽지 않다고. 뒤돌아서면 정말 외로운 것 같다고어떤 길을 가는 것이 나에게 맞는지 조금씩은 헛갈릴 때가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응원만으로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내년 체육대회도 무척이나 기다려질 것 같습니다. 운동장 한가득 혼자 쌓아온 마음의 짐들을 함께 풀어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선배님들, 후배님들, 그리고 동료 기자들 감사했습니다. 다음번엔 전 종목 우승 노려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