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전문 방송기자를 꿈꾸는 ‘밀덕’_SBS 김태훈 기자

38-1 제목

38-2 김태훈군사전문기자는 그동안 신문기자의 전유물이었다. 방송기자도 군사전문기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별 이유 없이 현실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 종종 한 방송기자가 쓴 묘한 군사 칼럼들이 인터넷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 일이 잦아졌다. ‘방산 비리 마녀사냥으로 국산 무기가 다 죽는다’느니, ‘애기봉 성탄 트리는 온 누리에 긴장을 조성한다’느니…. 군사전문 방송기자를 자원하고 나선 김태훈 기자다.

욕먹을 각오하고 쓰는 기사

요즘 SBS <취재파일> 코너를 통해 소개되는 무기와 국방 칼럼이 자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쓰기도 많이 쓰려니와 시각이 좀 삐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동의하시나요?
“동의해요. 여러 가지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종 욕먹을 각오를 하고 씁니다. 기성 언론의 틀에서는 쓰기 힘들지만 건강한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필요한 글이라고 판단해서 쓰는 거죠. 방송 리포트는 리포트대로 하고 틈나는 대로 <취재파일>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A4 1장 반 분량 정도의 <취재파일>을 100건 내외로 쓴 것 같은데, <취재파일>을 쓰기 위해 취재하고 궁리하는 과정이 큰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글들이었습니까? 욕먹을 각오를 했으면 반대급부로 성과도 기대했을 텐데, 성과는 있었나요?
“온 나라가 방산 비리를 비난할 때 ‘국산무기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탓하지 마라.’는 칼럼을 써서 밀리터리 마니아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었었죠. 하지만 다른 매체와 국회로부터는 상당한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한기총이 애기봉에 성탄 트리 설치한다니까 ‘온 누리에 평화 대신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가 또 혼쭐났어요. 하지만 한기총이 트리 설치 계획을 철회했죠. 다른 기자의 기사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고, 감히 종교단체의 심기도 건드렸는데 아직은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 그런 칼럼 기사를 계속 생산하려면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군인들 사이에서도 ‘밀덕(밀리터리 마니아)’이라는 말을 듣는다던데요.
“많이 부족하죠.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무기 지식을 따라갈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정확한 정보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이 기자에게는 있으니 한발 앞서 깊은 군사 정보를 접하고는 있습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려 해외의 무기, 군사 정보도 찾아서 기사화하고 있어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고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 중이죠.”

 

접근 어려운 군, 두드리다보니 전문성 절로 쌓여

국방부는 좀 독특한 출입처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뭐가 다른가요?
“들락거릴 수 있는 사무실이 거의 없어요. 합참은 사실상 출입금지라고 보면 돼요. 국방부도 사무실 침투를 포기한 지 오래고요. 또 신뢰할 만한 소문도 많지 않아요. ‘통신 보안’이 생활화된 곳이어서 전화 취재도 어렵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에요. 그런데 국회에 보고된 군 문서에는 비문秘文이 많아서 기삿감 찾기가 참 어렵죠. 이런 꽉 막힌 출입처이지만, 나름 기사 찾는 요령이 있죠. 그건 비밀입니다.”

기자가 보는 대한민국 국군은 어떻습니까? 용맹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강군인가요?
“국군은 전시 작전 통제권이 없는 군대입니다. 전쟁은 치르겠지만 전쟁 지휘봉은 미군이 행사하죠.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전작권을 미군에게서 돌려받지 않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대한민국 군 지휘부는 용기도 지략도 없나요? 광복 후 70년 동안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군에 쏟아 부었는데 포병의 대화력전 능력조차 못 갖췄어요.”

38-3 스탠딩전작권을 앞으로도 계속 미군이 행사하는 것에 대해 군인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작권 전환 무기한 연기가 창피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젊은 장교들도 많아요. 현대전은 어차피 여러 나라가 연합하는 연합전력의 싸움이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에 미군은 반드시 참여하죠. 다만 우리 전쟁은 우리가 지휘해야 하고 우리 군은 그럴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장교들이 많아요. 외국군이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을 지휘하면 우리 국민의 목숨보다 앞서 전쟁의 승리만을 좇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방부를 거쳐 간 방송기자들은 많지만, 군사전문으로 국방부에 눌러앉은(?) 방송기자는 없습니다. 왜 군사전문 방송기자가 되려고 하시나요?
“매사가 의미도 있고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저에게 군사전문기자가 그런 일이죠. 지금까지 군사전문 방송기자가 없었으니 새로운 길을 연다는 의미, 관점 있고 전문성 있는 국방 뉴스를 생산한다는 의미, 통일을 바라보는 시대에 국방의 길을 고민해본다는 의미 등 가치 있는 지점이 많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국방, 무기 관련 뉴스를 발굴하는 작업 자체가 흥미롭고요. 군사전문기자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주어지는 자리는 아니잖아요. 누가 봐도 군사전문기자로 보이도록 지식과 관점, 정보력을 갖추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어요. 앞으로 국방부에 5년 이상은 더 출근해야 명실공히 군사전문 방송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