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제뉴스에서 발견되는 한국 언론의 두 가지 문제적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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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02증상 1: 확인 안 하고 단정적으로
실수를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건 어떤 목적에서든 좀 미안한 느낌이 드는 일이다. 본의 아니게 실수했던 사람들의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얘기를 시작하기 위해 딱 두 개의 사례만 들겠다. 먼저 지난 4월에 있었던 김정은 사진 오보 소동. 영국의 타블로이드 대중지 더 선The Sun이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과거 스위스에서 유학할 당시의 사진이라며 몇 장의 흑백 사진을 공개했다.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다닐 때 학예회에서 자체 제작한 뮤지컬을 공연하는 모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포마드 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었다. 더 선은 친절하게도 사진 가운데 하나에는 김정은의 사진에 표시까지 해뒀다. 국내 언론은 일제히 이 기사를 퍼 날랐다. 하지만 그건 김정은이 아니었다. 더 선 기자들 눈으로는 쉽게 구분이 안 되겠지만 그건 김정철의 어린 모습이었다. 5월에는 가짜 싸이를 둘러싼 오보가 있었다. 칸 영화제에 모인 명사들이 가짜 싸이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얘기는 화제가 될 만은 했다. 문제는 한 방송사를 비롯해 국내 언론들이 그가 중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쓴 것. 실제로 그는 한국에서 입양됐고, 한 방송사가 그를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겐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남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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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우리가 외신이라는 국제 뉴스의 정보원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다. 한국의 방송 뉴스가 그래도 공정성이니 공익성이니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통 언론을 지향한다면 속보성도 중요하고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함부로 대중지나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기사화해서는 곤란하다. 심지어 세계적 통신사조차 오보를 할 경우가 있는데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인터넷 게시글을 확인 없이 기사의 소재로 삼는 건 기본의 문제일 터.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텍사스 웨이코 비료공장 폭발 사고 초기에 세계 유수의 통신사인 로이터조차 ‘수백 명 사망 가능성’을 타전한 적이 있다. 세계적 통신사조차 이럴진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야 말할 필요가 있으랴.

결국 문제는 정보의 출처다. 직접 확인했거나, 신뢰할만한 정보원이 제공한 내용임을 기사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출처 명시에 인색하다. 남이 쓴 걸 그냥 옮기면서도 자기가 확인한 것처럼 쓴다. 드라마틱하게 구성을 하다 보면 전제가 되는 많은 사항들이 생략되고, 표현은 점점 단정적으로 바뀐다. 정말 큰 문제는 이런 게 국제 뉴스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 정보에 대한 다소 무모한 의존 행태는 국내 뉴스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인터넷 게시판 글을 얼마나 많이 베껴댔으면 지금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같은 말이 통으로 검색어처럼 뜰까. 이 정도는 아니지만 방송 뉴스도 정체불명의 인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교사를 자칭하며 “촌지 좀 받으면 안 되냐?”고 글을 올리자 무개념 교사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촌극을 벌인 적이 있다. 국내 뉴스를 다룰 때의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면 국제 뉴스에서 조금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런 문제적 증상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증상 2: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에 대한 얘기다. 우리 국제 뉴스의 단골 소재들은 어떤 걸까? 싸이는 말춤을 추든, 외국 방송에 출연하거나 경기장에 나타나든 단골 뉴스 소재가 된다. 중국은 그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특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도 기사가 되지만 황당한 사건, 사고로 더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각종 가짜 얘기나 촌스러운 사고는 방송 뉴스가 그리는 중국의 가장 흔한 모습이다. 올해 초 중국의 새 지도자 등장과 때를 맞춰 발생했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을 필두로 한 검열에 대한 반발 문제같이 진지한 주제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골치 아픈 주제로 치부됐다. SBS 메인뉴스에서는 아예 다뤄지지 못했는데 KBS도 2건, MBC도 1건의 리포트가 전부였다.

상황이 이러니 중동에서 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 나가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길거리를 떠도는 건 우리 시청자에게는 너무 먼 소식이다. 차베스의 사망으로 베네수엘라를 맹주로 한 남미의 반미 진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새 대통령을 맞는 이란의 핵위기는 또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맞을 것인지 역시 우리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지난 3월 차베스가 사망한 뒤 지상파 3사를 합해서 메인뉴스에 내보낸 관련 뉴스는 모두 리포트 6건, 지난 6월 이란 대선 소식은 KBS만 3건의 리포트를 했을 뿐 MBC, SBS에서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반면에 영국 왕실의 아기 출생 소식은 3사를 합쳐 리포트 7건에 단신 1건으로 대조를 이뤘다(YTN의 경우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보기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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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매닝 일병은 그렇다 치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스노든의 폭로와 망명 관련 소식은 어땠을까? 지난 6월 초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의 가디언이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뒤로 8월 초까지 거의 두 달 동안 KBS는 리포트 7건, MBC는 리포트 4건에 단신 2건, SBS는 리포트 7건에 단신 1건이 전부다. 3사가 동시에 보도를 한 날은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 도청 얘기가 나온 7월 1일 딱 하루뿐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굵직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이 너무 먼 나라 얘기라거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로 우리 지상파 뉴스 편집회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이에도 미친 개미에 괴물 모기 얘기, 격투기 선수가 매를 맞은 얘기 등등은 전파를 탔다.

‘호객성 아이템’에 위협받는 국제뉴스의 역할
다 아는 얘기지만 원론적인 부분을 잠깐만 짚어보자. 인류학자들은 어떤 사회든 오늘날의 언론과 비슷한 정보의 수집과 전파 체계가 있었다고 한다. 어디에 어떤 사냥감이 있는지, 반대로 어디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그 사회와 구성원들의 존속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떤 사회에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든지, 꼭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핵심적인 의사 결정에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하다. 어떤 사회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주는 것, 그것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이른바 뉴스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역할인 셈이다. 이런 기능을 일러 요즘 언론학자들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제대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한 기본 전제가 되는 정보의 공유라고 하고, 이것이 언론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제 뉴스도, 우리처럼 국제 정세나 경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고, 또 접촉이 잦은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기회가 있는지, 또 우리가 이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참고할 만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설득력 있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것, 그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 국제뉴스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시청자의 눈길을 한번 끌어보려는 ‘호객성’ 아이템이 더 많이 넘쳐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이 또한 앞의 정보원 취급 문제에서와 같이 국내 아이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는 점은 더 큰 문제이다. ‘시선을 끄는지’가 우선적 아이템 결정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은 비단 국제 뉴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문제나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시대사적 문제에 대한 우리 언론의 과소 보도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고민은 더 깊다. 여기서 살펴본 두 가지 문제가 모두 방송뉴스 전체의 문제이고 그만큼 뿌리도 깊다는 뜻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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