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목매는 뉴스_SBS 김수영 기자

5월 13일 오전, 갑자기 속보가 떴습니다.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백 명의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사총(항공기 사격하는 기관총)으로 처형당했고, 그 이유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김정은이 주최한 일꾼대회에서 졸았다는 것이 제시됐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영철이 북한 언론에 계속 노출돼 있어 숙청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습니다.

대북 정보의 부정확성: 정보원이 거짓말을 한다면?
현영철 숙청은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의원들이 언론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국회가 국정원에 보고를 요구하거나 거꾸로 국정원에서 보고할 것이 있다며 국회에 정보위 개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북한 관련 주요 소식은 보통 이런 방식으로 노출됩니다. 국정원이 대북 정보를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행위지만, 관심을 가질 만한 최신 북한 정보를 알고 있는 곳은 사실상 국정원뿐입니다.
통일부에는 정보를 분석하는 부서가 있을 뿐이고, 외교부도 해외에 퍼져있는 공관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제한적입니다. 군에서도 감청을 포함한 감시 자산을 통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지만 군사 정보가 대부분이고 쉽게 공개되지도 않습니다. 특히 국정원이 북한만큼 폐쇄적이라 평소에는 취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기자들은 국정원 관계자들의 국회 방문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정보를 얻는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라고 부르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입니다. 국정원은 휴민트라 불리는 정보원들을 관리하며 정보를 수집합니다. 북한 내부에 있는 사람과 북한을 왕래하는 사람이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에게 정보를 얻는지 여부는 철저히 불문에 부쳐집니다. 알려질 경우, 더 이상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또 이렇게 은밀하게 정보교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한 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이기 때문에 부정확할 수 있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던 사람이 돌연 거짓 정보를 흘릴 수도 있습니다. 국정원에서는 수집된 정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말하지만, 거짓 정보일 가능성도 항상 존재합니다.

시간 쫓기고 검증 어렵다며…
북한 뉴스의 가장 큰 맹점은 관련 보도가 나올 경우, 확인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 ‘대북 소식통’이 자주 등장합니다. 탈북자 혹은 대북 사업을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확인도 안 되고, 누구 하나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없기 때문에 이들이 말한 내용이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정원이 내놓은 정보도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신뢰할만한 북한 정보를 가진 곳은 국정원이라는 인식도 남아있습니다. 시간에 쫓겨,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정원 정보에 의존해 북한 기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2011년 12월 19일, 북한에서 중대발표를 한다고 했을 때 국정원을 비롯한 우리 정보 당국은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몰랐습니다.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만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김정일 사망’ 발표였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또한 올해 러시아 전승절 행사 때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정원이 자신 있게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러시아에 가지 않아 머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정보 수집의 한계 때문에 국정원의 대북 정보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신 북한 정보를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곳이 국정원이라는 것도 현실입니다. 북한의 폐쇄성과 국정원의 대북 정보 독점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국정원에 의존한 기사는 계속 양산될 것입니다.

 

* 북한에서 숙청될 경우, 가장 먼저 진행되는 작업은 매체에서 지우기다. 2013년 12월에 숙청된 장성택은 처형되기 며칠 전부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기록영화에서 그 모습이 삭제됐다. 현영철은 여전히 검색되고, 기록영화 일부에도 남아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