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독립성 수호가 출발점_최경진 교수(대구카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공영방송의 생명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공영성일 것이다. 방송의 공영성은 시청자의 보편적 이해를 존중하고 사회의 공적 가치를 준수하며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방송법에도 명시돼 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이나 ‘공공복리의 증진’ 등과 같은 법 조항의 표현은 분명 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이 그 같은 가치를 충실히 준수하며 공적 가치의 실현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작금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물음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공영방송의 신뢰 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시청자가 공영방송의 ‘비공영성’에 식상해 채널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공영성과 공익성에 초점 맞춰야
한국방송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진 내부에서는 이사들 간의 이견으로 늘 불협화음이 일어나곤 한다. 사장 선임 절차 문제로 여야 추천 이사들 간에 대립각을 세우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여7:야4 구도에서는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도 대통령의 의중에 있는 인사가 사장으로 내려와 앉을 수밖에 없는 제도적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수호는 그 어떤 공적 가치보다 중요하다.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바로 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여당의 정치이념을 좇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제일의 금칙에 해당한다. 사장 후보로 나선 인사들이 모두 이러한 철학을 가진다면 이사들도 불필요한 대립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

독립성의 핵심은 방송의 정치적 중립
특히 KBS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사장 추천이 완료되어도 개정 방송법에 따라 이번부터는 추천된 사장 후보가 국회에 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 나라의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추천된 인사가 국회에서 청문을 받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추천되는 인사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방송 전문가 그룹 등에서 누누이 제안된 사항들이지만, 공영방송 사장은 무엇보다 방송의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아야 한다. 어떠한 정치·경제 세력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견지하고 실천해갈 수 있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방송의 외적 독립도 중요하지만 내적 독립도 매우 중요하다. 내적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투명한 인사고과제와 평가제를 실현시킬 의지가 요청된다. 이것은 방송 제작의 공정성과도 직결된 문제인만큼 사장은 분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송은 이미 그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적 리더십 보여야
방송의 주인은 바로 시청자, 국민이다. 그들은 다양한 관심과 이해를 가진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다. 편협한 사고의 틀에 갇혀 정치권의 눈치나 본다면 이는 국민의 방송의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나 다름없다. 내년에는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슈도 있다. 공정한 보도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사회의 가치를 보존하고 가꾸어가기 위해서 공영방송 사장은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경영 여건 개선이나 방송 기술 발전에 따른 전략적인 경영 방침 등도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물론 방송사 재원과 관련해 수신료라는 난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공영방송의 원칙대로 공영성, 공공성, 독립성, 공정성을 추구하는 경영자 철학이 확고하게 보인다면 정치권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를 긍정적으로 진행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신뢰의 문제이다. 공영방송 사장이 얼마나 시청자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가에 따라 공영방송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미래의 방송 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 혁신이 아무리 첨단을 달리고 또 흑자경영을 구가한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그 신뢰의 조건은 공영성, 공공성, 독립성, 공정성의 실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이러한 철학을 실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자리가 바로 사장이고, 사장은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