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바라본 기자] 아파도, 고마운!_김영수 경찰청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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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경찰은 공통점이 많다. 24시간 상황을 챙기고, 현장에서 늘 만난다는 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 좋은 일보다는 안타까운 일들을 더 많이 접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두 직업군 모두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직업별 평균수명 순위에서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픈 공통점이다. 차이점을 들자면 기자는 취재를 하는 쪽이고 경찰은 취재의 대상이 되는 취재원이라는 점이다. 기자들은 이야기한다. 언론의 기능은 감시와 비판이라고. 언론이 비판적 기사를 쓰면 공무원들은 따갑고 아프다. 홍보성 기사를 써 달라고 하는 요청에는 손사래를 친다. 비판 위주고 칭찬엔 인색한 언론이 대변인 입장에선 늘 서운하지만, 그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아프지만 고마운 기사
하지만 언론의 비판과 지적이 늘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보도에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잘못이 시정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공무원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작년 4월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소위 오원춘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인 오원춘이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집으로 끌고 들어가 살해하고 시신까지 엽기적으로 훼손한 사건이다. 이 사건 초기에는 피의자가 검거된 단순 살인사건으로 알려졌다가 사건 발생 3일 후 모든 언론이 112신고센터 조치 미흡, 탐문수사 부실 등 경찰의 초기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며 비난 보도를 쏟아냈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급기야 당시 경찰청장까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 기자들은 범죄 신고 대응체제 개선의 필요성을 중점 보도하기 시작했다. ‘112신고센터·종합상황실 근무 여건 개선’, ‘경찰에 위치추적권 부여’, ‘위급 상황시 가택 출입권 부여’,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 마련’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문제제기에 따라 지난해 5월 위치정보법이 개정됐다. 소방에 이어 경찰도 긴급 상황시 소유자 동의하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9월에는 112상황실 인력 289명이 순수 증원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긴급 상황 발생시 경찰의 가택 진입 등 적극적인 탐문수사를 할 수 있도록 손실보상 규정을 신설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많이 아팠지만 고맙다. 오원춘 사건 이전부터 경찰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그러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예산 부족이나 권한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줄곧 반대에 부딪혀 왔던 사안들이다. 언론이 문제점 지적에서 나아가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이 긴급 상황 발생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 한 가정, 한 가정의 안전을 지켜낸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례를 접할 때마다 기자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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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하고 서운한 기사
좀 서운했던 점도 말하고 싶다. 불량식품 단속에 대한 보도가 그렇다. “불량식품 단속에 치중하면서 민생치안이 소홀해졌다.”, “경찰이 치안을 내팽개치고 시장으로 갔다.”는 비난은 수긍하기 어렵다. 유사한 보도가 이어져 기자들을 만나 속내를 들어 보았다. 불량식품 단속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새 정부 들어 경찰이 요란하게 불량식품 단속에 열을 올리느냐는 것이었다.

경찰도 정부기관 중 하나이고 새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해 내놓은 국정과제에 국민 안전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 과연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되묻고 싶다. 많은 종류의 범죄 유형을 골고루 균형감 있게 대응하고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별히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 유형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그곳에 일정 기간 경찰력을 집중하는 것도 방법론상 훌륭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4대악 근절에 매진한 결과 5대 범죄 등 일반적인 치안지표도 전년보다 더 나아졌다. 거꾸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경찰이 불량식품 단속에 뒷짐만 지고 있었더라면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불량식품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경찰은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고 혹시 비난하지는 않았을까?

무더운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법집행을 하는 경찰이나, 같은 곳에서 이를 취재하는 기자나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아프기만 하고 서운한 기사보다는, 아프지만 사회를 발전시키는 고마운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