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천국, 언론 지옥

요즘 우리는 ‘언론 자유의 적’이라고 불린다. 파업 이후 자기 입맛대로 보도 방향과 기사 내용을 정하는 수뇌부를 막을 견제 장치도, 힘도 없어진 탓이다. 민감한 기사일수록 현장의 의견을 믿고 들어줘야 할 데스크는 이미 정한 길로 나아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분출하는 기자들의 불만과 우려에 회사는 내부 검열 강화와 징계 남발로 맞서고 있다. 어떠한 토도 달지 말라는 것이다.

‘보도 참사’ 세월호
우리에게 세월호는 보도 참사의 다른 이름이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에 파견된 기자들이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와 해경의 초동 대처를 문제 삼는 아이템을 수차례 올렸지만, 서울에선 뭉개기 급급했다. 정부 비판 보도가 다른 방송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내부 보고서도 나왔을 정도다. 대신 참사 100일을 기점으로 추모 분위기가 진정되자, 본격적인 유가족 공격과 모욕이 시작됐다. 40여일 단식농성에도 단 한 번 다루지 않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비판하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곧바로 제작 지시가 내려졌고, 유가족이 폭력에 연루된 사건이 터지자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를 이어갔다. 취재기자들이 우려를 전달했지만, 위에서 결정된 아이템이라는 이유 하나로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검열의 천국
기자를 옥죄는 검열도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회사는 기자 전체를 잠재적 스파이로 보는 듯한 조치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 문서보안 프로그램(나는 제발 이 프로그램의 권능이 ‘문서’에 한정돼 있길 바랄 뿐이다)을 설치한 뒤로 인쇄용지엔 기자의 소속과 이름이 박힌다. 얼마 전 회사 측에서는 사원들의 깊숙한 정보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보호 서약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요즘은 회사가 나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내 인터넷을 이용한 메신저 프로그램을 아예 이용하지 않을 정도다.

떠난 사람과 입 다문 사람들
하지만 지금 이런 문제점을 제기할 사내 언론 자유는 죽어버렸다. 회사는 어떤 비판도 들을 생각이 없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누구라도 고까운 소리를 하면 예외 없이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를 받은 기자는 낮은 고과를 받고, 마이크를 뺏기거나 보도국 밖으로 내보내진다. 파업 이후 3년 동안 이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빈자리는 수시로 뽑은 경력사원들로 채워졌다. 민감한 보도를 다루는 정치부, 검찰팀은 이제 거의 그들로 채워졌고, 그 외의 부서 역시 절반 이상이 이들로 채워진 상태다. 보도국에 남은 소수도 입을 닫으면서 활발한 사내토론의 장이었던 보도국 게시판에는 이제 결혼, 부고, 행사 공지 이 세 종류의 글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