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감성치료제, 르누아르의 행복해지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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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좋아한 그림,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의 <두 자매>입니다. <두 자매>를 보면 선명하고 경쾌한 색감이 시선을 끌어당기지요? 두 자매의 표정은 꽤 점잖아 보이지만, 배경이나 이들이 하고 있는 장식들은 사랑스럽고 생기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두 자매>의 모델들은 즉석에서 각각 섭외한 소녀들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다시 보니 또 다르지요? 여기서 더 충격인 건, 정작 저는 몇 년 전까지 ‘모녀’ 인줄 알았다는 겁니다.

8살 때쯤인가… 엄마가 보시던 ‘그림책(?)’을 봤습니다. 당시 제 또래 소녀들 그림도 있고, 파티를 즐기는 어른들의 모습도 담겨있었죠. 색감도 밝고 경쾌했습니다. 어린 제게도 즐겁고 유쾌한 그림들로 가득했다는 느낌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멋모르고 즐겨보던 ‘그림책’… 나중에 자라고 보니 르누아르 작품집이더군요.

그림책으로 접한 덕분일까요? 저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고 보니 르누아르의 작품인 게 더 많습니다. 예술적인 “느낌 아니까~”가 아니라 그냥 보면 좋은 그림이 르누아르의 작품입니다. 특히 ‘소녀들’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두 자매>, <피아노 치는 소녀들>, <책 읽는 소녀들>, <초원의 소녀들> 등등. 어린 소녀들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 제 마음도 말랑말랑해진다고나 할까요?(절대로 제가 소녀 감성이라거나 어려지고 싶어서는 아니랍니다!) 여러 사람과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그림도 좋아합니다.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과 <물랭 드 라 갈래트의 무도회>, <시골의 무도회>, <도시의 무도회>를 꼽을 수 있겠네요.

아! 미국에서 지낼 때 미술관에서 구입한 르누아르 그림 포스터를 몇 장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거짓말 조금 많이 보태서 그의 그림 몇 장으로 제 기숙사 방은 ‘테라스가 있는 봄날의 세느강 근처의 원룸’ 같았다고나 할까요?!(미국인데 프랑스 같았다는 건 정말 모순이긴 하네요) 그만큼 ‘기분이 즐겁고 신났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따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그의 인생과 예술성, 붓 터치 스킬을 화려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그림 감상이라는 게 뭐 대단한 것 있나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이나 행복감, 즐거움(정반대의 느낌도 있겠지만) 등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되지요.

르누아르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습니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면 대부분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기쁨이 표현돼 있거든요. 자매가 함께 책을 읽을 때, 가족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출 때, 거리를 걸을 때… 아마 그림에 행복을 담아야 한다는 그만의 철학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르누아르는 자신의 지인들을 그린 그림이 많아요. 당시의 여자 친구이자 훗날 부인의 모습은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에서 찾아볼 수 있다지요. 늘 주변에 함께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소소한 그림 속에서도 진심 어린 행복이 묻어나온 것 같습니다.

요즘도 가끔 르누아르의 그림을 가만히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랄까요. 르누아르의 그림을 따라 내 삶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랄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선후배 여러분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계신가요?

르누아르가 말합니다. “그림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환희의 선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