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가을의 문턱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맞으며




임대근 방송기자연합회장


여름 내내 지겨운 비가 계속되면서 희뿌연 구름으로 항상 답답하던 하늘이 어느새 높고 청명하게 바뀌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듯 합니다. 가을은 변함없이 다시 찾아왔지만, 이번 가을 문턱은 특히나 기억에 남습니다. 새파란 창공 속으로, 마치 블랙홀 처럼 모든 게 한꺼번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엄청난 속도의 변화가 우리 사회를 덮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봄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에 비유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요?


82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26오세훈 시장 사퇴, 91안철수 교수 서울시장 출마결심 임박설, 2출마검토 공식화, 5여론조사 압도적 차이로 1, 6박원순 변호사와 공동기자회견 불출마 선언이후 안철수 교수에 대한 대권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마침내 난공불락의 박근혜 성마저 무너져 버렸습니다. 서울시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작된 작은 물결이 안철수라는 돌풍을 만나 불과 2주일 만에 거대한 쓰나미로 변하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덮쳐버린 겁니다.


불신과 혐오를 받아온 기성정치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민심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공정사회를 실현시켜줄 새 정치, 새 인물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갈망은 안철수 교수의 개인적인 성공여부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내년에 이어질 두 차례의 선거 국면에서 안철수 현상이 또다시 계급과 이념, 지역을 앞세운 기존의 패러다임에 떠밀려 흐지부지된다면,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시민들의 꿈과 희망마저 묻혀버리게 될 겁니다.


2주일 동안의 격변 드라마에서 나타났듯이 우리 사회는 이처럼 정치와 경제, 사회 모든 체제에서 변화와 치유를 갈망하고 있는데 과연 방송언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방송뉴스가 그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사회 각 분야에 깊이 뿌리내린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이슈와 어젠다를 선도하고 있는지매우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오히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 확대되고 있는 이슈를 뒤따라가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요. 더구나 공영방송들은 최근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로 공공성이 무너지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새로운 종편 방송사들이 방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개국 초기엔 무엇보다 뉴스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랜 전통의 신문 노하우를 무기로 새로운 뉴스포맷을 개발하고 심층뉴스를 쏟아낼 것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들 종편은 대부분 보수신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혹여 뉴스에 편향성을 띠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갈등만 확산되고 공정성이 흔들리면서 방송 전체에 대한 신뢰성까지 추락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종편 출범은 기존의 방송기자들에겐 동업자이자 경쟁자가 동시에 생겨나는 셈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종편이 방송을 시작하면 종편 방송기자들도 방송기자연합회에 가입하게 되느냐는 질문을 요즘 자주 받습니다. 연합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신생 방송사에서 조직된 기자협회는 보도활동을 시작한 뒤 3개월이 지나면 회원가입 신청을 할 수 있고, 연합회 운영위원회가 가입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종편뉴스들이 방송뉴스의 품격을 지니고 있는지,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있는지 주시하게 될 겁니다.


불안한 뉴스환경, 그리고 종편뉴스의 습격. 이처럼 방송계에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변화와 도전의 바람이 거셉니다. 이런 바람에 맞서기 위해서는 방송기자 스스로 방송의 본령과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연합회는 이른바 방송의 본령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90년대 말 미국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우려해 만든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 위원회같은 특별위원회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중견 방송기자와 학자가 함께 참여해 이념과 지역 갈등이 심한 한국사회의 언론특성을 연구하고, 이를 기초로 이른바 한국판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만들어 나가자는 겁니다.


방송기자의 자질과 방송보도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저널리즘 아카데미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방송사별, 지역별, 그리고 주제별 교육이 모두 끝났고, 핵심 프로그램인 국제경쟁력강화과정 1차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마지막 2차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17명도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요즘 그들의 소감은 모두 한 목소리더군요. “,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흘러 가냐,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평소 재충전과 교육기회가 터무니 없이 적었다는 아쉬움의 반증이겠지요. 그래서 내년도 교육사업은 무엇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11월 첫째 주에는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체육대회가 열립니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가족과 동지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훨훨 풀어보기를 기대합니다. 계간지 방송기자도 어느덧 한 차례 순환하며 두 번째 가을호가 탄생합니다. 이번호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주신 MBN 박대일 회장과 GTB 김근성 회장, SBS 뉴스텍 김원배 회장, 그리고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발굴된 명예기자들, 마지막으로 변함 없이 사무국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황주성 과장,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