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힐링, 나무의 가치_KNN 홍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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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힐링, 나무의 가치

 

KNN 뉴스기획 <도시와 나무>는 폭염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지난해 9월 3일부터 시작됐다. 자연다큐 전문기자인 진재운 기자와 함께 도심 속 나무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나무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시도한 기획이었다.

 

나무 그늘은 얼마나 시원할까?

42-1첫 주제는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의 온도 감소 효과. 우리는 땡볕과 나무 그늘에서의 온도 차를 알아보기 위해 부산역으로 출발했다. 한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이미 무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이었고, 한 뼘이라도 그늘을 찾는 간절함이 밴 얼굴이었다. 시원하게 가지를 뻗어내린 느티나무 그늘마다 흐르는 땀을 식히려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땡볕 아래 아스팔트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온도계를 대는 순간, 놀랍게도 디지털 온도계의 숫자가 순식간에 45도를 돌파했다. 뷰파인더를 응시하고 있는 내 얼굴에서도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임시방편으로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서야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얇은 천 한 장이 만들어내는 그늘 효과는 정말 최고였다. 하물며 나무의 그늘은 어떨까.
이어서 시민들이 쉬고 있는 나무 그늘에서 온도를 측정했다. 45도로 빨갛게 익어있던 온도계가 나무 그늘로 들어오니 35.8도로 뚝 떨어졌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든 그늘이 열기를 10도 가까이나 끌어내린 것이다.
<도시와 나무>는 수백 가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나무 한 그루의 기능에 집중하기도 하고, 도시화 과정에서 수백 년 된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베어지는 현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자 교통사고 예방 기능까지 있는 가로수 중앙분리대를 보도하고, 도시 생활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나무의 힐링 기능에도 주목했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이로움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나무로 살아가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관리 부실로 죽어가는 나무들, 공장 녹화의 허점, 공장의 의무 조경 비율 축소 등등. 심지어 준공검사용으로 나무를 임대하는 곳도 있었다.

 

1분 20초의 한계를 넘어

이러한 취재현장에서 내가 직접 체험한 느낌들을 어떻게 하면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까? <도시와 나무>는 최소 3분에서 5분을 넘는 긴 호흡의 기획물이다. 일종의 뉴스멘터리newsmentary로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변화를 유도하려면 촬영과 편집 모두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급속한 도시화 현상으로 잘리고 끊어진 도심 속 산들의 모습, 전기선에 방해된다는 이유만으로 가로수들을 무분별하게 잘라낸 현장, 도심 속 가로수들이 뿜어내는 단풍의 향연, 그리고 가늘디가는 나무 뿌리가 토양 오염을 치유해내는 실험 등은 단순히 ENG 카메라로는 그 깊이를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좀 더 높고 좀 더 넓은 시각의 영상을 위해 헬리캠을 수시로 띄웠고, 접사, 미속 촬영에도 공을 들였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볼거리들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는 가슴 뿌듯함이 있다. 단, 헬리캠을 직접 조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오퍼레이터와 사전 협의를 충분히 했음에도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상물을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우리도 헬리캠 운용에 대해 한 발 내딛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촬영 후 회사로 돌아와서는 편집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마주했다. 딴엔 욕심 아닌 욕심을 부려 NLE 편집기로 과감하게 CG 작업을 하기도 했다. 뉴스에서 영상편집은 촬영해 온 그대로 사실에 입각해 편집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때로는 효과적인 편집기법도 필요하다. 온도계의 변화를 한 컷 한 컷 보여주는 것보다 한 화면에 나열해 보여주는 것이 훨씬 일목요연하고 전달의 효과가 높지 않은가. 물론 그 과정에서 조금의 가감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장을 아무리 잘 담아 왔다고 해도 편집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리포트 자체의 가치가 퇴색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 시간에 쫓기듯 편집을 했던 경우가 많아 방송되는 화면을 볼 때면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종종 남곤 했다.

도시를 살리는 숲

도심에 갇혀 이리저리 뒤틀린 나무를 담기 위한 촬영은 쉽지 않았다. 위험한 난간에 매달려 촬영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한편, 거대한 빌딩 숲 사이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촬영할 때는 부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럽기까지 했다. KNN은 이후에도 도시와 나무의 관계에 대해 계속 주목할 예정이다. 5월에 방송될 특집 다큐 <숲, 도시를 살리다>는 그 시선을 넓혀 해외의 사례까지 담고 있어 사뭇 기대가 된다. 삭막한 도심 속 나무와 숲,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