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기협]사주에 충성하려 공정보도 원칙 훼손한 보도국장은 즉각 사죄하라!

지난 14일 저녁, OBS 메인뉴스를 시청하던 보도국 기자들은 경악했다. 영안모자 사옥 앞에 걸린 현수막은 불법이며, 그 현수막을 치우지 않는 오정구청이 ‘금속노조 봐주기’ 행정집행을 한다며 형평성을 잃은 행정기관이라고 비판한 내용의 리포트가 방영된 것이다. 공중파 방송사 뉴스가 사주의 개인적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리포트를 노골적으로 내보내는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서 OBS 기자들의 자존감은 철저히 유린당하고 짓밟혔다. 기자협회는 해당 리포트가 제작 배경과 과정, 내용에 있어 OBS의 존립 근거와 공정보도의 원칙, 보도국 기자들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한다.

첫째, 해당 리포트는 OBS 보도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대우자판의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최근 시청과 구청을 상대로 사옥 주변의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음양으로 진행해 왔으나 효력이 없자 자신이 최대주주인 OBS의 보도를 통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7일 대우버스 신차발표회에 맞춰 외국 바이어들이 사옥을 방문하기에 앞서 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OBS 고위 경영진들에게 강력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 문제의 리포트였다. 백 회장이 보유한 다른 개인 사업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주기 위해 OBS 뉴스가 활용된 것이다. 보도국장에게 묻는다. OBS 보도국은 대주주의 홍위병인가? 이번 사태는 권력 감시와 견제는 물론 사주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도 보도 독립성을 지키는데 헌신해야 할 보도국장이 대주주의 요구를 총족시키기 위해 기자들을 동원한 것에 다름 아니다. 보도국장은 대주주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내보이기 위해 보도의 독립성과 기자들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았다.

둘째, 해당 리포트의 제작 경위도 문제다. 문제의 리포트 아이템은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린 공식적인 편집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아이템이 최종 큐시트에 포함되는 경우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주요 뉴스로 다룰 만한 시급한 발생 사안이 있을 때뿐이다. 해당 리포트 수준의 사안이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현장취재 지시가 이뤄질 만큼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요구하는 것인가에 대해선 누구도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보도국장은 사회팀장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도국장은 오전 편집회의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다가 회의 직후 사회팀장에게 개별적으로 취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후 편집회의에선 언급되었어야 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보도국 편집회의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취재와 제작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또한 17일 외국 바이어들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현수막을 정리하라는 사주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14일 메인뉴스에 반드시 포함시켜 해당 관공서를 압박하겠다는 사전 의도를 갖고 기획한 밀실 행정이 아닌가? 보도국장은 사주에 대한 충성을 위해 보도국 운영의 기본 원칙마저 철저히 무시했다.

셋째, 리포트 내용의 편향성도 문제다. 리포트 내용대로 오정구청이 불법 현수막을 여러 달째 방치했다면 응당 비판을 받아야 한다. 형평성을 잃은 행정도 지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 뉴스의 리포트가 이번과 같은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구청을 향해서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지면서 “인도에서 온 10년산 흰색 코끼리”라고 확신하는 것과 다름없다. 해당 리포트는 “백성학 회장은 대우자판으로부터 차량판매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고한 5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승계하라”는 현수막 속의 사연들은 완전히 외면한 채 이들을 ‘국가 공권력마저 무력화시키는 폭력집단’으로 묘사했다. 그동안 보도국 기자들은 집회와 시위 관련 취재 시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목소리를 리포트 내에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애써왔으나 금번 문제의 리포트는 전혀 달랐다.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한 채 사주가 거느린 또 다른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맞춤형 리포트’를 제작한 것이다. 보도국장은 자신의 충성심 전달을 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균형 있는 보도라는 뉴스 제작의 대원칙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자들에게 지켜야할 품격마저 외면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기자협회는 해당 리포트가 보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보도국 운영 원칙을 무시했으며 지상파 방송 뉴스의 품격을 떨어뜨린 최악의 제작물이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해당 리포트의 취재와 제작 과정을 진두 지휘한 보도국장에게 아래의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해당 리포트로 인한 보도 독립성 훼손과 파행적 조직 운영에 대해 인정하고 보도국 기자들과 OBS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과하라.

둘째, 해당 리포트가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음을 인정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라.

셋째, 금번과 같은 일이 결코 재발되지 않을 것임과, 만약 재발할 경우엔 퇴진을 비롯한 어떤 책임도 스스로 감수하겠음을 분명히 약속하라.

보도국장은 이상의 내용들을 오는 21일까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문서화된 형태로 발표해야 하며, 만약 이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는 즉각 보도국장 퇴진을 내걸고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더불어 노동조합에도 촉구한다. 기자협회는 금번 사태가 보도국장 뿐만 아니라 김종오 사장도 깊숙이 관련된 중대 사안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문제제기와 책임 추궁을 위해 사내 공식 기구인 공정방송위원회를 즉각 소집하여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 17일

OBS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