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협]한나라당은 ‘사기극’을 중단하라

 

방송을 옥죄고 언론 민주주의를 압살할 수 있는 온갖 독소 조항들로 가득찬 미디어 관련 22개 법안이 마침
내 정권의 의도대로 국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어제 있었던 국회 문방위의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상정을 보면
잘 짜여진 한 편의 ‘사기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나라당 소속인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날치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사회적 논의 기구에 버금
가는 절차로 여론 수렴을 할 것이며 시한을 두지 않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다.

의사 일정 변경 절차도 밟지 않고 상정 처리에 관한 예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정한다는 선언도 제대로 하
지 않은 채 방망이만 두드려댔다. 그 모습은 역설적으로 이 법안들이 왜 이렇게 통과돼서는 안되는지를 보여주
는 장면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또 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미디어 법안 처리 절차가 ‘사기극’인지를 웅변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문방위원장은 사회적 논의에 버금가는 여론 수렴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그 같은 여론 수
렴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왜 문방위 안에 논의 기구를 구성하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이 법안을 만들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해 여론수렴 과정 한번 제대로 거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문방위원장은 도대체 어떤 지적을 했
는가.

문방위원장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 시각에 홍준표 원내 대표는 “이번 임시 국회에서도 처리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사기극의 주인공들이 한 무대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기막힌 ‘블랙
코미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디어법안에 감춰진 수많은 독소조항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당사자나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의 공식 여
론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까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언론관련법 마련에 공감하는
성명을 냈을 정도다.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70%가 미디어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그 목적이 언론장악을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는다는데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에 엄중 경고한다. 당장 미디어법안 날치기 처리 시도를 중단하라. 원점에서 언론 종사자들과 관련단
체 등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 만약 이를 무시하고 미디어 법안 ‘막가파’식 처리를 시
도한다면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KBS기자들은 ‘사기극’을 통해 처리하려는 미디어 법안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고, 모든 언론인들과 연대해 법안 처리를 막는데 결연히 일어설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2009년 2월26일 KBS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