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의 무게는 동일하다-여성 카메라 기자로 산다는 것_YTN 김현미 기자

 




제발 들어준다고만 하지 마세요


카메라 안 무거워요? 몇 키로나 나가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나 뿐만 아니라 건장한 남자 카메라기자들도 어김없이 받게 된다. 역시 카메라기자와 카메라는 따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일까. 더구나 여자가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더욱 더 카메라의 무게가 궁금해질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어떤 매너남은 카메라를 들어 주겠다고도 한다. 이런 뜨거운 관심이 조금 귀찮아져서 카메라에 아예 이렇게 써놓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카메라 무겁습니다. 10kg정도 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발 들어준다고만 하지 마세요.”라고.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카메라의 무게 때문에 카메라기자인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기자는 드물다. 나 역시 힘든 이유로 카메라 무게를 줄이고 싶지는 않다. 대부분은 트라이포드를 이용하고 있고 카메라가 무거울 땐 내려놓고 잠시 쉬면 된다. 또 꼭 찍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카메라기자 본능이 있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 카메라기자로 살아 온 지 꽉 채워 3. ‘카메라의 무게보다는 취재의 무게를 느낄 때 진정한 카메라기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라는 선배의 말도, 그 어마어마한 취재의 무게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막막함하지만 난 여자카메라기자 김현미


오히려 여자 카메라기자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 보단 카메라기자들이다. 나도 카메라기자가 되기 전까지는 여자 카메라기자가 이렇게나 적은 줄은 몰랐다. 카메라기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기에 여자가 하기엔 힘든 일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자들도 힘에 부치는 일들이 있기에 여자가 한다고 나서면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의심들을 없애야 된다는 생각에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려 했다. 더 강한 척, 터프한 척. 몸싸움이 있는 현장에서 일부러 더 거칠게 행동하고 말도 험악하게 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힘든 현장, 좀 더 위험한 현장에 보내줬으면 하는 욕심도 과해졌다. 그러다 보니 그런 현장에서 제외 될 때마다 내가 여자여서인가라는 묘한 피해망상도 생겼다. 괜히 선배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고, 그래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여자 선배도 없어서 과연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이 순간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여자라는 것을 인정하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좀 더 힘든 현장, 좀 더 위험한 현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나는 종군기자를 꿈꾸고 있다.) 그동안 남자 카메라기자들이 하지 못했던 취재를 하고 여자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영상을 표현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취재를 하다보면 여자라서 유리할 때도 있다. 의도적으로 취재를 방해하며 조폭 같은 남자들이 몸을 미는 경우, 여자인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딜 만져요? 손대지 마세요.” 이 한마디면 남자들은 당황해서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물론 어떻게든 취재를 방해하긴 하지만 당황하는 그 사이에 나는 충분히 취재를 할 수 있다.


여성성을 이용하면 카메라기자로서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을 영상에 입힐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몇 번인가 영상구성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최대한 여성의 감성을 살려보려고 했다. 그 결과 선배들의 반응도 좋았고 그것이 내 색깔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처음 카메라기자가 되었을 땐 카메라기자로서만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여자 카메라기자 김현미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아무리 힘든 현장이라도 이건 김현미가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도록.


카메라기자의 일이 여자가 하기에 특별히 더 힘든 일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카메라 무게와 함께 취재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메라기자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여자 카메라기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 사무실 분위기가 바뀌었단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여자 카메라기자가 늘어나면 우리 취재 환경도 좀 더 부드러워지진 않을까? 어쩌면 카메라도 좀 가벼워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