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명품 세종시 뼈대 부실 단독 심층보도_대전MBC 조형찬 기자

 

대전MBC 조형찬, 김윤미, 이승섭(취재), 장우창, 신규호(영상)

‘철근이 절반이나 빠진 골다공증 아파트’

요약된 제보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등이 이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명품도시를 지향한다는 세종시에서 아파트의 뼈대인 철근이 부실 시공됐다니…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가 떠오르며 든 생각은 ‘요즘에도 철근을 빼고 짓는 아파트가 있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제보자를 만나 간략한 설명을 들으니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압니다. 우연히 접한, 그런데 파장이 엄청나게 큰, 그래서 혹 할 수 있는 일명 ‘핵폭탄급’ 제보는 그만큼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는 사실을… 

그래서 제보자에게 건넨 첫 물음은 “이게 사실로 드러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당신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데 괜찮겠냐?” 였고, “각오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허위 제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일단 사실 확인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내력벽과 배근, 수직근, 수평근 등 용어는 생소하기만 했고, 건네받은 700여 가구 아파트의 동별 구조 평면도, 벽체 배근도도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건팀 기자들에게는 어렵고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MBC를 믿고 찾아온 제보자들의 이야기는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는 보도국 분위기와 선배들의 격려가 몇 주간에 걸친 지루한 사실 확인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고 이제서야 고백합니다.

책을 뒤져 용어를 찾고, 주변 전문가들에게 묻고 또 물어 기초 취재는 마쳤지만 가장 큰 난관은 이미 콘크리트가 타설되고 골조 공사가 마무리된 해당 아파트에서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철근을 탐사하는 비파괴검사가 있다는 말에 민간업체에 연락해 수백만 원 취재비용을 들여서라도 검사하기로 약속했지만 문제는 또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해당 건설사는 의혹을 제기하며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사실 무근이며 온갖 자료를 제시하며 오히려 철근을 예상치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예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며 전화로, 또는 직접 회사로 찾아와 읍소하기도 하고 보도 이후 책임 등을 운운하며 협박조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언론사가 민간업체와 함께 공사 현장에 들어갈 수 있을지, 더 중요한 건 그 검사 결과를 그들이 수긍할 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업 승인권자이자 세종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행복도시건설청에 취재 상황을 밝히며 비파괴검사를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동시에 한국시설안전공단에 공문을 보내 비파괴검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두 기관도 집요하고 끈질긴 저희들의 요구에 항복(?)했는 지 2주 만에 비파괴검사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3월 17일 4시간에 걸쳐 표본 검사를 실시했고 설계와 다르게 수평 철근이 최대 60%나 빠진 채 시공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지역 뉴스를 통해 방송되자마자 홈페이지 다시보기 조회수가 8천 건에 육박하는 등 반응은 뜨거웠고, 행복청은 아예 보도자료를 내고 부실시공 관련자 처벌과 함께 세종시 모든 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한 철근 시공 상태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건설사가 자체 실시한 안전점검보고서를 입수해 지난해 부실 시공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감리업체와 행복청의 관리감독 소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최저가 낙찰제의 부작용과 철근 밀반출 정황 등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단순히 한 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가 아닌 구조적 모순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에 경찰과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고, 국토교통부도 규제 완화의 흐름 속에서도 건설업계 감리제도는 강화하는 한편, 현행 감리제도의 개선에 대한 긴급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취재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건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부실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 700여 명의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입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발표될 부실시공 조사 결과와 그 대책을 두 눈 부릅뜬 채 지켜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위한 보도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