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_뉴스부문_국산 항공 안전장비 총체적 부실 연속보도_YTN 이만수 기자

■ 국산 항행장비산업, 제2의 도약을 바라며…

도자기의 깨진 파편처럼, 단편적인 첫 제보를 접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방송은 올해 2월. 꼬박 다섯 달이 걸렸다. 그 동안 만나고 통화했던 취재원은 30여 명. 이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녹취록은 백 페이지를 훌쩍 넘었다. 주장에서 사실을 추리고, 사실 중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다시 가르고, 사실과 사실을 엮어 논리를 만든 뒤, 결국 ‘기사’로 완성하기 위해 분석한 자료도 엄청났다. 계기착륙장치의 사용 가능 여부를 포함해 국내 모든 공항의 정보를 알려주는 항공고시보, NOTAM만 만 페이지에 달했다. 꼼꼼한 취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렵고 버거웠다.

버겁고 어려웠기 때문에 익숙해져야 했다. 취재의 첫 물꼬를 튼 이동형 전술항법장치, TACAN(태캔)에서 항공기의 정밀 착륙을 돕는 계기착륙장치 ILS, 항공등화장치 SMGCS 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취재원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개념 정리부터 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대체 어떤 장비이고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 씨름했다. 

개념이 서니, 어디부터 접근해야할지 방향이 잡혔다. 현장에서 실제 장비를 사용하는 현직기장들, 공항 관제사들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 일부는 한국공항공사에서 제작한 항공안전장비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와 미래의 예견된 오류는 현장관계자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다시 방향을 고민해야 했다.

실제 개발업체들을 찾아 나섰고, 그들로부터 결정적인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기착륙장치가 첫 개발됐을 때는 시제품이라 공항에 즉시 투입되기는 불안정했다는 내용, 한국공항공사가 개발도 되지 않는 제품을 들고 실적 욕심에 해외 전시회에 나서고, 국토부장관의 서한까지 받아 해외 입찰에 참여했다는 정보도 들려왔다. 국산 항공장비를 한국공항공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바뀌었고, 실제 공항공사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은 것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건과 관련 자료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정부의 입찰을 총괄하는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샅샅이 뒤졌다. 한국공항공사에 납품한 업체는 어디인지, 실제 개발에서 제작일, 설치기한은 어떻게 되는지 하나하나 풀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의 해외 출장내역과 입찰 참가결과 보고서,자체 감사 결과 보고서도 입수했다. 취재원들이 조심스럽게 건네 준 정보는 대부분 사실이었다.

YTN의 기획보도 첫 날. 국토교통부는 한국공항공사에 대해 특별검사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튿날 추가 보도가 이어지자, 특별검사에서 확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린다. 그리고 3월 말 현재, 민관합동 조사단이 한창 한국공항공사 연구개발 사업의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이미 YTN이 지적한 일부 문제점은 사실로 확인됐다. 또,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철거’를 결정하기도 했다.

외국제품에 의존해 온 항공안전장비를 국산화해서 외화 유출을 막고,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불모지였던 항행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고군분투한 한국공항공사의 노력 역시 높게 산다. 문제는 과정과 방법이 아니었을까?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접근했을 수는 없었을까? 협력업체와의 진정한 상생을 조금 더 고민해볼 수는 없었을까? 국산 항행장비산업, 제2의 도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