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_ 기획다큐부문_ 군함에 짝퉁 부품_ SBS 이한석 기자

군함에 짝퉁부품 ‘제2의 원전비리’

정말 황당한 제보였습니다. 가짜 부품이 군함에 들어가고 있다니… 이건 전혀 다른 문제죠. 군함이 뭡니까? 한치앞을 예측할수 없는 첨예한 긴장감이 지금도 감돌고 있는 한반도의 해역을 지키는, 더 나아가 영토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북아 상황에서 한반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아니겠습니까? 전쟁이나 도발이 없으면 좋죠. 그러나 軍은 일종의 보험입니다. 유사시에 우리 영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보호막입니다.

군 전력은 첨단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가장 좋은 장비로 성능을 갱신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상대국보다 우리의 화력이 뛰어나야 상대가 감히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오판을 막아주기 때문이죠. 첨단 기술로 제작되는 만큼 예민하고 성능도 우수합니다. 전함의 경우도 일반 배보다 기동성이 우수하고 민첩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해고 상대의 공격을 잘 피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품은 검증된 최고 제품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군 전력에 짝퉁부품이라니… 이게 가당하기나 한 얘기입니까? 믿어지지 않는 제보라 신빙성이 있는 내용일까 의심스러워 취재자체를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 제법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취재진이 짝퉁부품 의혹을 제기한 군함은 차기호위함 5척입니다. 1호선 ‘인천함’은 이미 취역했고 마무리 건조작업이 진행중인 나머지 2번함부터 6번함까집니다. 차기호위함은 노후화된 기존 호위함과 호위함보다 낮은 급의 초계함을 대체하는 사업입니다. 10년 안에 20척을 새로 건조할 계획인데 현재 6척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6척은 늦어도 내년까지는 전력화해야 합니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바다 안보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차기호위함이 그럼 어떤 문제가 있느냐? 군함에는 함안정 조타기라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거센 파도에도 배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함안정’ 기능과 군함이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타기’ 기능을 통합한 첨단 기술입니다.

취재진이 일단 문제를 제기한 부품은 함안정조타기의 유압장치 부품인 레벨스위치와 가변용량펌프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레벨스위치는 시스템의 이상작동을 감지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주는 안전장치의 역할, 가변용량펌프는 유압장치의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군함이든 전차든 조립이 완성되면 ‘기술교범’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나중에 또 같은 모델의 전력을 생산할때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교과서이자 지침서입니다. 자동차에서 볼트 너트 하나도 조임에 문제가 있어도 문제가 생깁니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군 전력에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해 부품도 이렇게 정리해 놓는 겁니다. 부품 생산회사부터 규격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부품을 변경해야 할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이나 원청업체에 형상변경요청을 해야합니다. 사전 변경 요청없이 무단으로 기술교범에 적시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범죄행위입니다. 

문제가 된 부품들은 모두 독일산입니다. 국산보다 10배 이상 비싼데 왜 굳이 독일산을 쓸까요? 성능이 검증된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1~2년만 움직일게 아니라 30~50년 동안 사용할 군함이기 때문에 군 전력에 독일산 부품을 쓰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레벨스위치는 국내 공구상가에서 조립한 부품을, 가변용량펌프는 출처가 어딘지 불분명한 괴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품을 납품한 업체는 결국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기자에게 되묻습니다. 뭐가 문제가 되냐고 말입니다. 성능에 이상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계약은 약속입니다. 성능에 대한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약속된 대로 정상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건 국민과 국가와의 약속 위반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문득 든 생각은 이번 방산비리 의혹은 ‘제2의 원전비리’와 많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하고 이 과정에서 한수원과 업체들간의 리베이트 의혹도 불거지지 않았습니까? 

문제는 짝퉁 부품 의혹이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입니다. 짝퉁부품 납품의 본질은 결국 열악한 협력업체가 마진을 남겨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하청구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군 뿐만 아니라 육군도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해 육군의 전력까지 취재했다면 과연 짝퉁부품 사태가 어느정도까지 번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진실규명을 위해선 수사기관이 나서야 합니다. 방위사업청도 짝퉁부품 의혹에서 책임이 자유롭지 않은만큼 조사의 진정성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모조부품 사건은 단순히, 방산업체의 도덕적 헤이나  허술한 관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들의 안전이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