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_지역보도 뉴스상_여수 기름유출 사고현장 유조선 단독 촬영_KBC 박승현 기자

2014년 1월 31일, 설날 아침은 너무나 평온했다. 오전 10시 30분. 한 통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 전화의 주인공은 기름유출 사고현장 인근에 사는 어민. 취재차 만난 뒤 사고가 나면 꼭 연락 달라고 신신당부했던 바로 그 어민한테 1년 만에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는 어민 말에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반신반의했다. 취재원의 경우 일어난 사실보다 훨씬 더 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 아침이라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카메라기자 선배에게 연락해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kbc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가 난지 1시간이 흐른 오전 11시. 사고가 난 송유관 시설은 바다 위에 설치돼 있어 100여 미터 떨어진 육지에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송유관 시설이 위치한 곳은 여수산업단지 내 GS칼텍스 부두로 당장 현장에 접근할 선박을 섭외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서 사고현장에 도착한 여수mbc 취재진이 인근에 있는 어촌마을을 뒤져 소형어선을 구해 나타났다.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 누구도 가려 하지 않아 정말 애걸복걸 어민들에게 매달린 끝에 어렵사리 어선을 섭외해 현장에 온 것이었다. 

송유관 시설은 마치 폭격을 맞은 금방이라고 무너져 내릴 것 같았고 파손된 송유관 3곳에서는 시커먼 원유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바다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고 선박은 이미 30여 km 떨어진 해역으로 이동해 닻을 내린 뒤였다. 설 당일이라 추가 인력을 현장에 부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 취재진은 갑작스레 닥친 대형 재난사고에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양사 취재진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고현장 속에서 이 모든 걸 각 사 혼자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역할을 나눠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양사가 소형어선에 함께 올라타 파손된 송유관에서 원유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과 때 마침 시작한 해경의 방제작업 활동을 각을 달리해 카메라에 각각 담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린 구조물 사이로 강한 물살이 몰아친 상황에서 6명이 탑승한 1톤 남짓의 소형어선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요동을 쳤다. 

구조물에 부딪혀 전복될 상황을 우려하며 가까이 접근하길 거부하는 어민을 끈질기게 설득해 원유가 쏟아져 내리는 파손된 송유관 3곳을 근접해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소형어선이 출력을 최대로 높여 중심을 잡았지만 물살이 워낙 세다보니 여러 차례 전복위기를 맞기도 했다. 또 원유가 온몸에 튀기고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서로를 격려하며 생생한 영상을 담아냈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달려오느라 기름 유출에 대비한 보호장비는 커녕 그 흔한 마스크도 갖추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온 몸을 던져 취재를 했다. 평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나는 냄새도 제대로 맡지 못하는데 사고현장에서 엄청난 양의 기름 냄새를 접하니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어 취재진은 사고 유조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해경에 연락했다. 사고 유조선 위치는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고현장에서 무려30km나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사고 유조선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막막했다. 취재진이 탄 소형어선은 어림도 없었고 당장 큰 배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해경에 요청했지만 기름유출 수습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동안 바다취재를 많이 한 경험을 살려 여기저기 연락을 시도했지만 설이어서 모두 어렵다며 미안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답답하고 난감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사고 유조선도 사고현장 못지않게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취재진은 다시 한 번 해경을 상대로 초동대처를 잘 하려면 사고선박의 상태를 서둘러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정말 애원 반 협박 반, 끈질지게 물고 늘어진 끝에 결국 오케이 사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해경이 추정한 기름 유출량은 16만 4천 리터. 원유가 7만 리터, 나프타 6만 9천 리터, 유성혼합물 2만 5천 리터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특히 나프타는 발암성과 피부 부식, 생식세포 변이 등을 일으키는 위험 유해화학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그저 생생한 화면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 아무런 준비 없이 저돌적으로 현장에 접근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이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 이었나 아찔한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취재진을 계속 지켜본 해경 직원이 “오늘 밤에 아마 머리가 아파서 잠 못 잘 겁니다. 약 꼭 드셔야 해요.”당부의 말까지 할 정도였다. 정말 그 날 밤은 해경 직원의 말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특종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자들의 열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기자들의 안전이라는 걸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끝으로 예기치 않은 기름유출로 큰 피해를 본 전남 여수의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