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_뉴스부문_북한 김정은 고모부 장성택 실각…주변인물 처형_YTN 박순표 기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에게서 불쑥 전화를 받은 것은 12월 3일 오후. 국회팀의 오후가 늘 그렇듯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을 때였다. “형님 오랜 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응 나야 잘 지내지? 근데 그거 알아?” “뭘요?” “장성택이 실각되고 주변인물이 처형됐어” “징후인가요 팩트인가요?” “둘 다야. 다음에 또 연락할께.” 사실 통일외교팀을 출입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장성택이 북한에서 ‘잘나가는 사람’ 정도만 알았지, 어떤 비중이 있는 인물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아무튼 곧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정보당국자에게 물었다. “형님, 장성택이 짤렸다면서요. 주변인물은 처형당하고요?” “너 그거 어디서 들었니?” “형님 보다 높은 사람이 알려준 이야기인데 믿어도 되겠죠?” “……(침묵)” “국회 정보위에 브리핑할 계획인가요?” “터지면 하지 않겠나…”

순간 머리가 복잡했다. 두 취재원의 신뢰도나 기관 내 위치를 감안하면 당장 속보를 쳐도 무방했다. 그러나 마지막 확인은 필요했다. 또 다른 취재원에게 문자를 넣었다.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장성택 실각. 주변인물 처형. OK?” 답장이 오는 5분이 너무 길었다. 그러나 답장은 간결하고 달콤했다. “속보쳐라ㅋㅋ”

곧바로 속보 문발과 함께 단신 3문장을 넣었다. 정확히 12월 3일 16:38분. 속보 이후 통일부 출입 기자에게 내용을 알리고 후속 기사 준비를 부탁했다. 17시 정각에는 전화 연결와 함께 특보에 돌입. YTN 속보가 전파를 타면서 AFP, TBS 등 주요 외신들도 YTN을 인용해 전세계에 장성택 실각, 주변인물 처형 사실을 타전했다. 그런 사이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브리핑을 막 시작할 무려 YTN 보도가 나가자 정보당국자도 적잖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6일. 장성택 최측근 인사가 베이징으로 도피해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신병을 보호하고 있다는 리포트도 내보냈다. 사실 이미 같은 취재원에서 제보받은 내용이었지만 망명 요청 인사의 신변 안전, 국익 등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한 조간신문이 제3국에 망명 요청을 했고, 신변은 중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더는 기사를 묵힐 이유가 없어 곧바로 사실을 바로잡아 출고했다. 모든 언론이 기사를 받았다. 

11일에는 장성택의 숙청이 쿠데타 가능성 때문이라는 기사도 내보냈다. 모든 언론이 부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때 처음으로 ‘쿠데타’란 단어를 처음 꺼냈다. 북한이 특별군사재판 내용을 공개하면서 사실로 확인됐고, 관련 보도가 계속 잇따랐다.

국정원은 YTN에 관련 정보가 흘러 간 배경에 대해 내부 진상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일부 신문에서는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운좋게 10일을 특종으로 끌어왔지만, 가장 기쁜 것은 방송이 이런 중요 사안의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은 보여줬다는 점이다. 대북 소식은 보통 신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게 사실이고, 가끔 방송이 특종을 하더라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방송이 신문을 팩트로서 리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본다. 그런 뜻에서 특종의 영광을 현장을 누비고 있는 방송기자들에게 돌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취재를 적극 도와준 국회팀 선후배 기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