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뉴스부문_ 현직 차관이 공문서 위조_ KBS 국현호 기자

“설마 차관이 공문서를 위조했을까?”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단체로 보낸 이메일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개인 명의로 운영하던 사격장 운영권을 부인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편법을 쓴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명의 이전 과정에서 차관이 서울시로부터 발급받은 사격장 시설 사용허가서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서울시 시설인 사격장 운영권을 차관 부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게 허가한다는 내용의 서류. 세무서는 이 서류가 부적합하다며 명의 이전을 2차례나 거부했습니다. 법인이 아닌 차관 개인에게 운영권을 허가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열흘도 안 돼 세무서가 명의 이전을 허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곧바로 서울시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담당자는 차관에게 법인 명의로 허가서를 발급해 준적은 결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발급 대장까지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세무서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 정보라며 세부 사항에 대한 확인을 반복해 거부했습니다. 국세청 대변인실까지 동원했지만 허탕이었습니다. 명의 변경에 필요한 모든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유일한 성과였습니다.

속된 말로 ‘사돈의 8촌’까지 동원해 세무서에 있는 허가서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꼬박 이틀이 걸려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의 직인까지 찍힌 허가서. 그러나 신청자 이름에는 차관 개인이 아닌 법인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발급 일자도 서울시가 마지막으로 발급해 준 날짜와 달랐습니다.

‘서울시는 발급해 준 적이 없다는 서류가 세무서에는 있다. 내용도 서울시가 허가한 내용과 다르다. 서울시 담당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설마 했던 의심이 조금씩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전직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차관은 예상 외로 훨씬 수월하게 허가서 변조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고위 공직자의 영리 금지 시한이 다가오는데 세무서는 명의 변경을 받아주지 않아 아들과 함께 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차관과 전화통화를 끝낸 뒤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운영하더라도 사실상 내가 운영하는 건데 왜 서울시가 허가서 내용을 변경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차관의 푸념 섞인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성선설을 믿는 만큼 그냥 차관이 순진한 마음에서 한 말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과 같은 표현을 새삼스레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정당당’이라는 사자성어가 보도 뒤에도 계속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인 사격 국가대표를 지내고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까지 딴 유명 체육인. ‘정정당당’이라는 금과옥조를 가장 중시하는 스포츠와 함께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이 그걸 어기면서까지 개인의 재산을 지키려 했다는 점에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취재후기를  쓰는 지금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내정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저를 포함한 모든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겁니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사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건 저 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