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힘을 확인한 ‘카메라 출동’_MBC 신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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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전. 그날 ‘카메라 출동’은 웅담이 좋다는데 생 쓸개즙은 얼마나 더 좋겠느냐며,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다 관을 박아 쓸개즙을 빼내는 곰농장의 실태를 방송했다. 머리도 돌릴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쓸개즙이 빠져나가는 고통을 당하는 곰들에게 사탕하나 주며 어르는 모습이 보여졌다. 두세 살배기 어린 곰들은 쓸개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헐떡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경기도 송탄과 안양시의 그 현장은, 베이징특파원과 사회부장을 거쳐 지금 문화부장으로 있는 정형일 부장이 직전 수도권 부근 근무를 통해 현장지리를 꿰고 있었기에 확보 가능 했었다. 당시 유희근 팀장님(前 전주MBC 사장)이 신문하단에 난 생 쓸개즙 판매광고를 보고 알아보라고 지시하신 것이다. 곰 앞에는 홍순관(現 MBC 스토리허브 사장)기자가, 태국에 보신관광 가서 코브라 피와 곰발바닥을 찾는 한국 관광객을 취재한 것을 방송했다. 그날 ‘카출’은 10여분 동안 계속됐다. 그 해 한국의 기자상이란 상은 다 우리의 것이었고, 회식도 많았다.


생 쓸개즙에 대해 다른 매체에서 효능효과가 뛰어나다는 기획기사가 여러차례 나갔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전문가에 의뢰해보니 생 쓸개즙은 소화액에 불과하며 기생충 감염의 우려도 있었다.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한약방 천장에서 파리똥과 습기를 먹고 발효에 발효를 거듭해 신비의 성분이 가해진다는 곰쓸개와는 전혀 다른 것인 것을…


언론의 제시는 이처럼 극과 극일 수 있다. 핵심을 잠깐 놓치거나 잠깐 눈감으면 말이다. 저마다 일에 바쁜 시민들은 뉴스나 시사프로 혹은 신문들이 전하는 가치에 일방적으로 젖어 들게 마련이다. 보는 눈이 다르면 보이는 게 달라지기도 한다. 세상일은 매양 한 가지 일진대,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고 또 이런 저런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고…. 글이란 수단이 생긴지 수천년이고 그 오랜 세월을 거치며 부침했던 집단이나 이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을 진대, 길어 길어봐야 한 30년 하는 기자들이 세상사를 규정하는 것은 또 얼마나 정확한 것이고 진실된 것인지….


세상에 볼만한 것이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언론의 고발엔 인간사의 그런 면도 녹아있다. 언론학자들의 말을 빌자면 카타르시스라 한다. 그러고 보면 ‘카메라 출동’에 노출됐던 대상들에게 미안한 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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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뉴스시대를 열어나간 카메라 출동


사실 ‘카메라 출동’이란 코너는 홍순관 선배와 내가 1990년 4월 30일에 시작하기 한참 전인 1978년 3월에 처음 등장했다. 보도국 영상취재부의 카메라기자 선배들이 생생한 화면위주로 이미 흑백TV시대에 영상뉴스시대를 열어나간 귀중한 코너였던 것인데, 1990년 4월에 여러 정비를 거쳐 부활한 것이다. 당시 KBS, MBC만 있었던 양대구조에서 MBC에 보다 많은 제보가 온 것 같다. 그 제보를 과장되지 않게 따라갔다.


영상매체라곤 K와 M만 있던 시절.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던 당시 총리실에 ‘카메라 출동 후속 처리반’이 전담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방송 다음날 뉴스데스크 시간에는 거의 예외없이 총리실의 후속조치가 기사화 됐었다.


출동하다 죽을 뻔하기도 했다. 곰 쓸개방송을 한 뒤 한, 두달이 지났던가. 산업과 인구가 증가 중이던 경기도 안산시 면허시험장이 시민의 고충은 아랑곳없이 새벽부터 선착순으로 줄을 세운다 해서 그 현장을 찍으러 가다 교통사고가 났다.


비오는 새벽 2시, 당시 난폭과 과적으로 악명 높았던 수인산업도로를 달리던 대형유조차량이, 나와 팀원이 탄 차를 덮쳐 둘 다 기절했고, 내가 몰던 차는 그 자리에서 폐차됐다. 평소 덕칠이라고 불러 주며 아꼈던 나의 작은 차가 주인을 구하고 대신 갔다. 기적적으로 우리 둘은 폐에 피가 차는 기흉이라는 부상정도만을 입었다. 물론 어깨와 귀 등 여기저기 많이 찢겨 꿰멨지만 소프트웨어는 무사했나 보다.


폐에서 피를 빼내느라 가슴에 호스를 박은 채 동료들의 문안을 받았다. 다들 웃었다. 바로 전에 ‘카메라 출동’이 방송한 쓸개즙 빼내는 곰처럼 됐다며…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은 휴대폰으로 전세계에 동영상을 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그 시절을 기억해준 방송기자연합회에 감사드린다. 글을 맺으며, 1991년 당시 여러 가지로 많은 기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했던 강준만 교수가, ‘카메라 출동’을 보고 기고한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시청자들이 일요일 저녁마다 ‘카메라출동’이 보여주지 않거나 보여줄 수 없는 세계를 스스로 ‘영상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연습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1991년 11월 (새삼스러운 여론재판)_강준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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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978년부터 방송된 ‘카메라 출동’은 MBC 홈페이지 뉴스편의 20년 뉴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