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의 연대와 동질감 회복이 중요”_SBS 심석태 기자, KBS 성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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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직업을 소개하는 어떤 책에서는 ‘방송기자의 덕목’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①방송기자는 정확한 표준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②어느 정도의 글쓰기 능력, 즉 어휘력과 표현력이 필요하고, ③건강하고 활동력이 넘치는 사람이면 적합하다. ④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조명하고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의 취재를 위해서 사회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창의력이 필요하고, ⑤취재의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임기응변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의 종사자로서 ⑥사회 정의와 휴머니즘의 가치관이 확고해야 한다.”고요. 지금, 항목별로 체크해보며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군!”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가요? 그러나 완전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무엇.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여기 ‘생각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방송기자로서의 덕목을 지켜내려면 ‘실천’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심석태 기자(SBS 전노조위원장)와 성재호 기자(KBS 국제부). 같은 시대, 같은 현장에서 방송기자로 만난 선배와 후배는 때론 ‘타협’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다며 늦은 밤 서로의 빈 잔을 채워 주고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심: 장군~! 성 장군



성: 아이고, 왜 그러세요. 심 선배. 저보고 장군이라고 부르지 좀 마세요.



심: SBS에도 장군이 있는데, 양 장군이라고. 정말 장군처럼 생겼어. 전통적인.



성: 지난 파업 때 KBS 새 노조의 쟁의국장을 맡았더니, 주위에서 놀려대느라 그래요. 뭐. 진두지휘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힘쓰는 일만 했는데.



심: 사실 걱정 많이 했어요. 기자와 PD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성: 에휴, 어떻게 만든 노조인데요. 모두 팔팔해요. 심 선배는 술 잘 드시나요?



심: 술 잘 못 마시지.(웃음)



성: 그때도 별로 안 드셨던 것 같아요. 2005년 말레이시아랑 싱가폴 출장 같이 갔었잖아요. 지상파 DMB 때문에. 그때 방송위원회 출입할 때요.



심: 맞~다.(한층 더 반기는 표정) 그 때 봤었지. 그때는 장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그 당시엔 아주 바지런한 친구라고만 생각했었어.



성: 뭐, 그냥. 재주가 없으니까 부지런이라도 떨어야죠. 저도 제가 노조활동을 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회사가 일시키면 성격대로 일만 했지요. 많은 기자들처럼요. 다람쥐 쳇바퀴처럼, 오늘도 물 먹으면 어떡하나, 내일은 뭘 찾으러 다녀야 하나….



심: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뭐 우리만 그런가? MBC 박성제 기자는 어떻고? 못 들었나? 학교 다닐 때 유명한 통기타 가수였는데. 아티스트라고도 했다는데. 그런데 노조위원장 하면서 파업주도하고 징계당하고…. 이런 시기가 아니었으면 세상을 음유하고 살 사람인데 말이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피해가고 싶었던 노조



성: 선배는 어쩌다 노조위원장까지 하게 됐나요?



심: 실은 안 맡고 피해갈 수 있을까 하고, 요리조리 잘 피했는데 딱 걸렸지. SBS는 노조


위원장을 기자, PD가 돌아가면서 맡는데 내 앞의 최상재 위원장(현 언론노조위원장)이 PD잖아. 기자 차례가 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성: 민영방송이라 노조활동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요. 신변상 불이익도 직접적일 것 같고요.



심: 아무래도 공영방송 노조랑은 좀 다르겠지. 그래도 뭐, 지상파 방송사 노조는 아직 할만한 것 아니겠어? 정말 힘들게 사는 기자들 많잖아. 조중동 빼고 나면 신문사 대부분 적자잖아. 한겨레, 경향신문은 또 얼마나 어려워. 당장 생계 때문에 노조 활동을 접어야 하는 곳도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지상파 방송사 노조에서 노조 활동 관련해서 인사 불이익 운운하는 것도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지.



성: 특파원, 해외연수, 승진, 이 세 가지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후배들이 그러더라고요.(생각에 잠긴 표정) 기본적으로 기자에겐 취재하고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일’만 있으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죠?



심: 기회가 되면 특파원도 가고 연수도 가고 때맞춰 승진도 할 수 있으면 좋지. 하지만 동기들 부장 될 때 자신은 못했다고 기자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 그래도 어쨌든 기자니까. 기자들 사이에서 승진이라는 것이 원래 조직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것 아니겠어? 그런데 매이기 시작하면 그게 자기 스스로에게 족쇄 채우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성: 권력과 사주의 맘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자들이 데스크가 된다고 갑자기 훌륭한 부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불가능에 가깝죠.



심: 맞어. 결국은 기자로서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가 아닐까.



성: 제가 2005년에 KBS에서 탐사보도팀이 처음 꾸려졌을 때요, 그때 참 신나게 일했던 것


같아요. 기자로서 희열을 느끼는 빈도가 제일 높았던 시기였어요. 아이템 내놓으면 데스크가 이렇게 밖에 못하냐고, 더 파헤치라고 질책 했던, 상상이 되세요?



심: 그러게. 데스크가 중요하다니까.



성: 탐사보도팀에 있을 때, 지금은 춘천에 있는 김현석 선배가 기자협회장이 되었는데, 저보고 협회 정책실장을 맡아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공정선거보도 일을 좀 해보자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데일리가 아니라서 시간 조절도 좀 가능해서 수락했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네요.(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진짜 ‘본질’을 찾아서 뛰어온 2년



심: 사원행동 활동으로 징계 받았었지? 고생 많이 했어.



성: (웃음) 지난 2년을 생각하면 숨 가빠요. 사장이 바뀌고, 관제사장 임명 반대운동하다 정직도 받고, 수원으로 발령 받았다가 작년 가을에 국제부로 왔고요. 구노조의 중앙위원하다가, 미디어법 파업도 하고, 새 노조 만들고…. 이게 다 2년 동안 벌어진 일인지라.



심: 정말 숨 가쁘게 뛰어왔네. 듣기만 해도 벅차. 한 잔 더 받아야겠다.(건배)



성: 고마워요, 선배. 그런데요, 노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간부가 되어 있고 그러더라고요. SBS에서는 그런 일 없죠? (웃음) 노조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영전을 시켜라 그것이 노조를 무력화 시키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하던데…. 그분들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끊임없이 각성을 일으키는 곳



심: 검사, 판사가 관두고 변호사 개업하면 기자들이 검사, 판사가 청렴하여 애들 교육비 때문에 집안형편이 어렵다는 이런 기사 많이 쓰거든. 그런데 검사, 판사로 십 수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이 ‘생활비가 모자라서 개업’이라니…. 그 기사를 쓰는 기자도 어느덧 그런 범주에


들어가 있는 거지. 서민의 관점이 아니라, 있으면서 부족한 사람의 관점이 돼버린 거야. 어쨌든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목숨 걸 상황이 아니라면, 언론사 노조가 할 일은 좀 달라야겠지. 요즘 그런 곳이 있기나 한가?



성: 우리나라에 노조 조직률이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된다고 하는데, 그나마 공기업 노조중에 건강한 노조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정부와 자본이 노조를 끊임없이 흔들어 왔던 측면도 있지만, 어용의 길을 스스로 자청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임금과 복지의 문제에서조차 허울 좋은 파트너로 남아있는 것이죠.



심: 진짜 노조의 본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봐. 기협도 있고 공방위도 있지만, 끊임없이 내가 왜 처음에 기자를 하려고 했는지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사 노조라고 생각해. 우리 내부에 끊임없이 각성을 일으키는 그런 역할이 참 중요하지.



성: KBS 새 노조가 파업할 때요, 어떤 구호를 조합원들이 좋아했냐면요, “쪽팔려서 못살겠다” 였어요. 우리 보도와 프로그램들을 보면 시청자들이 뻔히 느끼는 건데. 그래서 새 노조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기자와 PD에게 노조란 우리를 똑바로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심: KBS 노조는 참 좋은 구조인 것 같아. (웃음) 임금과 복지수준은 구노조가 높여주고, 새 노조는 공정방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웃음)



성: 정말 그러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둘 다 제대로 못해서 문제죠. 머리 좋은 남자와 예쁜 여자가 만나 예쁘고 머리 좋은 2세를 보면 좋을 텐데 그 반대의 경우이면 큰일이잖아요.



심: 그런가? 그럼 예쁘고 머리 좋은 2세를 위해 건배 해야겠네.



성: 건~배(웃음)



각종 투쟁 거치며 연대의식과 동질감 회복



심: 내가 91년에 입사를 했을 때, 그 당시엔 기자들 사이가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 무슨 말이냐면, 처음에 법조 출입이었는데, 기자단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느 언론사 기자가 핍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기자단 전체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밥 먹으러 갈 때도 약속없는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된장국에 소주 한잔 하면서 오만 잡다한 일 서로 이야기 하고 그랬지. 기자라는 공감대 하나로 말이야.



성: 그랬어요?



심: 그런데 어느 순간 회사의 이익이 표면으로 나오면서 회사별로 가. 2003년에 다시 법조출입이었는데 완전히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더라고. 방송기자와 신문기자 사이뿐만 아니라 방송기자들 끼리도 그랬어.



성: 법조는 더욱 그랬겠죠. 경쟁이 엄청나니까.



심: 그런데 말이지, 근래에 ‘각종 투쟁’을 거치면서 언론인들 사이의 동질감 이런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각자 회사원이 아닌 언론인이라는 동질감 말야. 90년대 중반이후 급격하게 사익중심으로 변했던 언론사 종사자들의 문화가 조금이나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요즈음의 정세가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웃음)



‘조금씩 양보해서 지키는 건강성’



성: 다행이네요. 근데 이번 KBS 새 노조의 파업을 어떤 사람들은 ‘웰빙파업’이라고 하는데요, 그보다는 신개념 파업이었다고 할까. 요즘 기자들은 파업을 즐기더군요. 후배들 때문에 파업이 정말 즐거웠어요.



심: 그게 KBS의 힘 아니겠어. 이 시기에 파업은 돌입한 것 그 하나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야.



성: ‘우리끼리 노래자랑’, ‘복불복’, ‘파업 골든벨’, ‘파업노래자랑’ 등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면서 즐기더라고요. 즐기는 놈에겐 못당한다고, 후배들이 훨씬 질기고 센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깨져버린 것에 대한 분노라고나 할까, 뭔가 선배들하고는 좀 다르고…. 좀 이해하기 힘든 측면도 있죠. (웃음)



심: 얼마 전에 MBC에서 이근행 노조위원장이 파업 마무리할 때 고생을 했잖아. 선배들은 전략적으로 그 정도하고 정리하자고 했는데 적지 않은 후배들이 인정하지 않은 거지. 신인류라는 말도 있더군. 그런데, 선배들 입장에서는 잘 이해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생각들은 강한 후배들, 그 싱싱한 후배들한테 기대를 해봐야지. 우리 SBS도 보면 후배들이 좀 더 건전한 것 같아. 사실은 항상 그랬던 건데 시간이 지나면 다들 무뎌져. 개인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는데 점점 샐러리맨이 되는 거지. 그래서 더욱 노조가 공정한 저널리즘의 원칙을 끊임없이 일깨워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 거지. 영어로 sensitize란 단어가 있잖아. 급격한 구세대로의 편입을 막기 위한 자극 같은 걸 줘야한다는 말이지.



성: ‘초심을 잃지 말자’는 거죠? 언론사의 노조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심: 누구나 사람인 이상 욕심을 다 버릴 수는 없고. 하지만 욕심을 ‘조금씩’만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조금씩 물러서’는 대신 ‘조금씩만 원칙을 지키려’고 하면 건강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언론사 노조로서의 건강성 말야. 언론사 노조의 건강성이 기자와 PD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지. 경영, 기술 등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성: 저는 포기가 빨라요. 타협해서 안 되면 투쟁으로 풀어야 돼요.(하하)



심: 참 이상하지? 어차피 안 될 것 싸우겠다 작정하면 안 풀릴 것 같던 것이 풀리기도 하고. 물론 싸워서도 안 풀리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시도는 해야 하니까. 성: 저도 나름 생각도 많고 논리적으로 이야기 할 줄도 알아요.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원래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심: (웃음) 그럼 나는 어때? 내가 과격해 보이나? 그런데도 SBS에서는 내가 너무 강성이어서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한숨) 다른 사람들 생각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건데, 너무 개의치 말자고. 나중에 다 알게 될 테니까 말야.



성: 그래요. 선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영리하게 투쟁하며 살자구요. 그런 의미에서 건배!


<정리 : 편집국>



심석태 기자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8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SBS노조를 이끌었다. 2008년 이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그가 이끄는 SBS노조는 세 차례나 언론노조 동반 파업에 합류했다. SBS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90%가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키기도 했다. 외유내강의 전형. 심석태 기자의 관심분야는,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http://ublog.sbs.co.kr/stshim를 통해 밝히고 있는 것처럼 법과 미디어, 그리고 온 세상이다. 객관성 상실의 시대, 그는 아직도 언론은 객관적이거나, 적어도 최대한 객관적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91년 SBS 입사, 95년부터 1년 동안 대구방송(TBC)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96년 SBS로 복귀, 사회부·인터넷 뉴스부·편집부·국제부·정치부 등을 거쳤다. 지금은 인터넷 뉴스부에 근무 중.





성재호 기자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 앞에서 뚝심을 논하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정보공개 청구 관련, 공사 측이 청구한 자료를 모두 없앴다고 했다가, 기록물 관리법상 무단폐기혐의로 성 기자가 직접 검찰청에 고소해 수사가 이뤄지자 결국 공사측은 폐기하지 않았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국회의원 해외 출장 실태 정보공개 관련하여 국회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행정소송을 벌여 결국 수만 쪽의 자료를 받아냈던 일도 유명하다.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강제 해임과 경찰 투입, 낙하산 사장 임명에 항의하다 해임까지 당했던(나중에 정직으로 경감되었지만),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갑고 발걸음은 재빠른 기자의 FM. 97년 1월 KBS입사. 사회부, 외교안보팀, 탐사보도팀을 거쳐 현재 국제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도 맡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