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취재한다_OBS 이무섭 기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취재한다



OBS 이무섭 기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물이 고이면 물이 썩고, 마음이 고이면 마음이 썩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내 욕심이 생길 때, 그래서 욕망의 댐에서 마음을 흘려보내야할 때 되뇌는 좌우명이다. 워낙 좋아하는 말이다 보니 술자리에서 설파(?)하기도 하는데 – 물론 이때쯤이면 좌중이 모두 주선(酒仙)이 되어 있을 때 – 동석한 자들이 즉석에서 단어를 갈아 끼우는 뜻밖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테면 ‘마음’ 대신 ‘술’을 넣어 목구멍 안으로 탁! 털어놓는 재미가 있고, ‘마음’ 대신 ‘돈’을 넣어 계산대에 탁! 털어놓는 감사함이 있다.


처음 기사 청탁을 받았을 때 단박에 생각난 것도 이 문구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 대신 ‘머리’로 슬쩍 고쳐 넣고 싶다. “물이 고이면 물이 썩고, 머리가 고이면 머리가 썩는다”라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2010년의 오늘, 대한민국의 방송기자로서 나의 머리는 정말로 썩을 지경이다. IPTV가 나와서 잔뜩 긴장하게 만들더니 아이폰 폭풍이 무섭고, 곧 닥쳐올 아이패드 광풍이 두렵기까지 하다. 물론 누군가가 기자는 열심히 취재만 하면 그만일 뿐 기술적인 부분은 일부 엔지니어의 몫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훌륭한 기자 철학을 가지셨군요!’하고 감탄해 마지않겠으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기사’고 ‘보는 만큼’ 취재하는 것이 또한 ‘기사’ 아니겠는가.


IPTV 특성을 기자가 알고 있다면 거기에 맞춘 시청자 서비스 또한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휴일스케치 기사를 보는 시청자가 화면을 클릭하면 해당 장소를 찾아가는 방법이나 주중·주말 이용료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 검색이 쉬운 스마트폰의 특성을 살려 볼 수도 있다. 이동 중에 보도 자료를 받고, 당장 마땅한 인터뷰이를 검색해서 첫 번째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다음 현장에서 필요한 인터뷰이를 섭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들은 그냥 IPTV를 구하고, 스마트폰을 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는 ‘머리’를 써야한다. 하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꺼리’를 찾고, 당장 눈앞에 닥친 현장이 ‘취재하다 내가 죽을 곳(?)’처럼 사는 우리 기자들에게 과연 다른 곳으로 돌아볼 여유가 있을까? 있다면 그는 일반적인 기자가 아니다. 여기서 ‘일반적’이라는 말은 ‘일에 온 정신을 뺏기거나’ 아니면 ‘최소한 물이라도 먹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의 의미이다.


따라서 ‘머리’를 쓸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현장취재는 철두철미한 집단의 일원이길 강요하면서 미래를 대응하는 것은 각자 ‘따로따로’라면 그것이야말로 오합지중(烏合之衆)이다.


초고화질 HDTV에서 IPTV를 거쳐 3DTV로, 그리고 개인미디어의 상징인 블로그에서 스마트폰을 거쳐, 개인용 타블릿 PC까지, TV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빼앗아갈 광풍은 휘몰아치는데 우리는 댐에 갇혀 ‘천천히’ 하지만 밖에서 보면 아주 ‘빠르게’ 썩어가고 있다. 아무리 폭풍이 쳐도 댐 속에만 있으면 안전하다 하겠지만, 댐이 터지는 건 한 순간이다. 그러니 이제는 썩은 물꼬를 터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