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방송현업단체] 세월호 특별볍을 무력화하는 정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성명서>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려는 정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한해 봄을 잊고 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기운이 찾아오고 있지만 마냥 기쁘게 맞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바로 세월호 사태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안함과 안타까움, 먹먹함에 가슴 아린 이 시기에 정부는 오히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듯한 시행령을 내놓아 국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전자관보를 통해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뭐가 급했는지 시행령 ‘전문’을 싣지도 않은채 입법 예고를 강행한 뒤 사후적으로 전문을 공개했고, 통상 40~60일인 입법 예고 기간도 단 10일로 축소했다. 정부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검은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회견을 통해 밝힌바대로 정부 시행령안은 그야말로 문제 투성이, 진상규명방해안이나 다름없다. 특히 정부 시행령은 여야가 합의해 만든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법논리로 따져봐도 그 자체가 무효다.

정부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 독립성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핵심 조항이었던 ‘업무와 사무 분리’ 조항이 삭제돼 행정지원을 하는 공무원들이 조사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됐다. 공무원이 맡게 될 기획조정실장이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 권한을 갖게 돼 있고, 진상규명과 특별 검사 임명 등 조사 업무의 핵심을 담당하는 조사1과장도 공무원 몫으로 배정했다. 당초 특위의 정원은 120명이었으나 이보다 적은 90명으로 조정됐고 특위가 구상했던 공무원대 민간조사관 50:70의 비율 구도도 1:1 수준으로 조정해 민간 조사관들의 활동은 크게 줄어들게됐다.

더욱 큰 문제는 조사의 범위를 제한해 진상 규명을 사실상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은 위원회의 업무에 ‘참사의 원인’, ‘구조 구난 작업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 성역 없는 조사를 보장했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은 제5조(진상규명국) 조항에서 조사1과장은 ‘4.16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 조사2과장 역시 ‘구난 구조 작업에 대한 정부 조사 자료의 분석 및 조사’라고 규정해 진상 규명의 영역을 이미 검찰이나 감사원 등에서 조사한 결과로만 한정하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위의 정원은 대폭 줄이고 주요 보직은 공무원이 담당하며, 조사 영역 또한 정부의 기존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데만 맞춘다면, 그리고 그걸로 특위의 조사가 끝난다면 세월호의 진상은 규명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미 세월호 사태 당시 해경과 안전 관련 부서 등의 초기 대응 미숙은 숱하게 지적돼 왔다. 어쩌면 조사에 대거 참여할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은 조사관이 아니라 피조사인의 자리에 앉아 준엄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니 정부가, 아니 청와대가 이미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진상조사라는 흉내만 내려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위를 무력화시키려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특위를 ‘세금 도둑’이니 ‘탐욕의 결정체’니 하며 공격해 왔기에 이번 시행령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특위가 논의해 폐기한 여당 추천 위원들의 안과 꼭 닮았다. 왜 특위가 정식으로 제안한 안을 무시하고 폐기된 안을 버젓이 정부안으로 내놓았는가? 정부의 시행령안을 상위법인 특별법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무효이며, 절차적으로도 하자 투성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더 이상 처절하게 스러져간 세월호 희생자들을 능멸하지 말라. 잘못된 절차와 모순덩어리에 불과한 괴물같은 시행령은 철회하는게 순리다.

2015년 4월 1일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