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현업5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언론의 책임과 신뢰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시작하자

언론의 책임과 신뢰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시작하자

 

민주당이 30일(월)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두에게 열려있던 촛불광장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이 거꾸로 귀 막고 눈 가린 채 거대한 벽이 된 역설적 광경에 숨이 막힌다.

임기 동안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이 보여준 역주행은 언론중재법 개악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국회 막바지 금산분리의 원칙을 폐기하고 KT와 카카오에게 인터넷 은행의 문을 열어주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안 쿠팡, 네이버, 카카오의 자산 총액은 늘어만 갔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백신 개발을 삼성에 맡긴다며 이재용 부회장을 가석방했다. 부동산 값은 폭등했는데, 종부세 과세 기준은 오히려 상향 조정하여 부유층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대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탄소배출량 기준은 완화했고,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줄 중대재해법을 제정했다.

민주당이 다음 주 월요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자신들이 서민과 노동자가 아니라 부패한 기득권자들의 후견정당임을 증명하는 마침표가 될 것이다.

독재에 맞서 싸우며 평생을 언론 자유와 독립에 헌신한 원로 언론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폭압에 해고와 징계를 무릅쓰고 저항했던 현업 언론단체, 올바른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양심적 학자들, 권위주의 권력에 의해 질식한 표현의 자유를 되찾고 시민 권리를 확립하기 위해 분투했던 시민사회까지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동안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기 바란다.

민주당의 역주행에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자들, 바로 사람이 먼지처럼 스러지는 산업재해 뒤에서 이윤을 챙기는 악덕 기업주와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 연일 허위 조작 정보를 남발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정치인들이다. 민주당이 앞장서 언론의 건강한 견제와 감시까지 무력화해 주겠다는데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있겠는가.

이번 언중법 개악의 후폭풍은 그래서 그저 언론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시스템인 언론의 마비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권력의 횡포와 부패는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을 파고들 것이다.

언론현업 다섯 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처리가 ‘언론 피해 구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만든 광장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역사적 퇴행으로 간주하며 아래의 두 가지 최종안을 제시한다.

첫째,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신문법 등을 포함하여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는 법안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가칭)를 제안한다. 위원회는 정당, 언론사, 언론현업단체,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하여 언론의 사회적 순기능과 증가하는 미디어 관련 피해 구제 강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사회적 합의 기구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에 답하라. 민주당에 보내는 마지막 제안임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언론현업 다섯 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 과정에서 표출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조회수에 매달린 천박한 기사, 사주의 이익을 위해 사실에 침묵하고 왜곡한 기사, 정파적 보도로 정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 기사 등은 법과 제도로 처벌하여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신문, 인터넷신문, 지상파 방송, 유료방송채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IPTV사업자, 언론현업단체, 언론•법 학계 및 언론시민단체들이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저널리즘윤리위원회’(가칭)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실효성없이 겉돌았던 미디어 시장 전반의 자정기능을 제대로 작동케 하고, 저널리즘의 옥석을 가려내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안 없는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언론 사용자 단체와 미디어 사업자들은 시민들의 엄중한 문제제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제안에 즉시 호응하기 바란다.

 

2021년 8월 27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