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장 임명동의제’는 방송 독립의 상징, 단협 파기 철회하라

‘사장 임명동의제’는 방송 독립의 상징, 단협 파기 철회하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서 국내 방송 역사에 없었던 획기적인 조치”

4년 전 SBS 사측이 사장 등 임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노측과 합의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스스로 국내 방송 역사의 새 장을 썼다고 자부한 사장 임명동의제를 만 4년도 되지 않아 폐기하겠다고 나선 SBS 사측을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는가.

전국 방송기자들의 구심체인 방송기자연합회는 지난 십 수 년 간 우리 방송기자들이 언론 현장과 일터에서 겪어온 고난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1년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로 시작한 MBC 사태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잊지 않고 있다. 대화와 협의를 외면한 채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조직과 구성원이 치러야할 희생과 대가는 실로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다.

직능단체인 방송기자연합회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임명동의제의 뿌리가 언론의 독립및 제작자율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방송의 독립은 외부는 물론 방송사업자를 비롯한 내부 권력의 압력과 간섭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SBS 노사가 합의해 시행해 온 사장 임명동의제는 전국 모든 방송 종사자들이 부러워할만한 제도였다.

더구나 SBS 사측은 2017년 당시 방송사업 재허가 과정에서 임명동의제가 담긴 합의서를 제출하고 성실한 이행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는 방송사업을 계속하는 한 해당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방송허가권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더구나 SBS 사측은 2017년 합의서 체결 이후 2018년에는 사내 최상위 규범인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를 포함시키는데 동의함으로서 성실한 이행을 다짐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17년 합의 정신을 노측이 먼저 훼손했다는 핑계를 대며 별개의 약속인 단체협약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합당치 않다.

이제는 우리 방송마저도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방송마저도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위기는 공영과 민영,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엄습해 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사주인 설즈버거 가문은 위기가 닥치자 모든 재원과 역량을 뉴욕타임스 한 곳에 집중 투입해 위기를 극복하고 옛 영광을 되찾고 있다. 130여 년 동안 워싱턴포스트를 지켜온 그레이엄 가문이 경영난으로 회사를 매각하면서도 철저히 지닌 원칙은 수익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의 독립성 보호와 변화를 성공시킬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헐값에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에게 워싱턴포스트를 넘겼던 것이다.

아직은 SBS 노사 양측에게 시간이 남아있다. 우리는 SBS의 최대주주에게 설즈버거나 그레이엄과 같은 희생과 노력까지 당장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민영방송 네트워크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서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건강한 방송, 건강한 사회’라는 SBS의 비전은 건강한 노사관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 사태는 누가 보더라도 사측의 일방적인 억지에서 시작됐다. 단협 파기를 철회하고 사측은 당장 노측과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 SBS 사측이 마주한 SBS 구성원들 뒤에는 전국의 3천여 방송기자들도 함께 서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2021년 4월 7일
(사) 방송기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