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이 무서운 세상_KBS 김귀수 기자



‘새로운 것’이 무서운 세상



KBS 김귀수 기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얼마 못잔 것 같은데 벌써 6시. 자정을 넘겨서까지 마신 술에 머리는 깨질 듯 아프다.


겨우 이불을 걷고 일어나 샤워하고 우유 한 잔으로 속을 달랜 뒤 국회로 향한다. 그나마 출입처가 집에서 멀지 않아 다행이다. 7시30분까지는 도착해야 꼼꼼히 조간신문도 챙겨보고 하루를 준비할 수 있다.


아침 보고를 올리고 조간에 나온 ‘특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아침 댓바람부터 ○의원에게 전화를 건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침 통화가 한 방에 성공하는 경우 50%를 넘지 않잖아. 전화 거는 기자나, 받는 취재원이나 참 서로 못할 짓이다.’


9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당과 국회도 공식 업무 시작. 녹취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챙겨 들어야해. 우선 단신을 써야지. ‘아참, 오늘 12시에 10분짜리 라디오 전화연결이 있었지.’ 11시30분까지는 원고를 넘겨줘야 하는데, 벌써 10시 30분. 오늘도 싫은 소리 듣겠군.


라디오 연결을 마치고 30분이나 늦게 점심 약속 장소에 도착. 대놓고 “방송 기자들하곤 약속하기 힘들어. 왜 이리 바쁜 척이야”라는 말을 듣는다. 미안함과 동시에 왜 이리 사나 밀려오는 짜증을 상에 놓인 맥주 한 모금과 함께 집어 삼킨다.


국회 기자실로 돌아와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나니 9시 뉴스 주자로 정해졌다.


오늘 녹취를 점검해보고 보강 취재에 들어간다. 덤으로 내일 보고거리까지 챙겨야 한다. 회사로 복귀해 겨우겨우 제작을 마치고 테이프를 넘긴 뒤 타사뉴스 모니터. 벌써 10시가 다 됐다.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것보다 샤워와 잠이 우선. 누가 잡을까봐 서둘러 회사를 나서 집으로 간다.



“공부? 지금 내 처지에 그런 건 사치 아냐?”


데일리 뉴스를 제작하는 방송기자라면 누구나 비슷할 걸. 누구보다 출입처에 일찍 나오고, 마음 편히 저녁 약속 제대로 해 본 적이 있나? 하루 밖에 못살 것처럼 취재원들 ‘괴롭히’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재충전? 필요하지. 나도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 싫어. 사회과학 서적은 고사하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 하나 제대로 읽을 시간도 없잖아.”


시간을 쪼개면 된다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당신이 한 번 해봐.”


편집부나 국제부 같은 내근 부서에 가서 재충전도 하고 공부도 하면 되겠지.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에게 모든 걸 알아서 하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회사 연수원에서 하는 e-러닝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일과 시간에 인터넷 강의 듣고 있을 강심장은 많지 않을 듯. 벌써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게 무섭다. 그런데 세상은 자꾸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