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아내로 산다는 것_이은주(KBS 강민수 기자 아내)

 


방송기자 아내로 산다는 것
이은주(KBS 강민수 기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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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효, 이번 주말도 또 나홀로 육아다. 친구들은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아기를 데리고 동물원도 가고 가까운 곳으로 1박 2일 나들이도 한다는데, 우리 집은 언제나처럼 나혼자 19개월 된 아들 맘마 챙기랴 목욕시키랴 아빠 몫까지 1인 2역을 하느라 끙끙이다.



KBS 기자인 우리 남편은 사회부에만 벌써 여러 해 근무를 하고 있다. 첫해 때는 말진이라 고3학생처럼 영등포 경찰서로 매일 별을 보고 출근을 해서 별을 보고 퇴근을 했고, 두 번째는 1진이었지만 기획취재 한다고 만날 흙 묻은 신발과 바지를 벗어놓거나, 며칠씩 출장을 다니곤 했다. 보통 사회부 사스마와리 생활은 1년정도 하는 게 평균이라는데, 우리 남편은 지금은 바이스로 3년째 경찰서 근무도장을 찍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남들 다하는 주5일제 근무는 기자 세계에는 없는 단어 같다. 주말 중에 하루 반납하는 거나 명절・연휴 중간에 근무하는 것은 결혼 5년차쯤 되니 이제 아주 익숙하다. 그런데 아직도 가슴이 철렁 철렁한 것은 느닷없는 남편의 전화 “여보, 출장가야할 거 같아. 짐 좀 싸줘!”


2년전 일이다. 전날 TV로 쓰촨지역 대지진으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바로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가야 한단다. 여진의 위험에 외국인들은 출국을 하려고 난리라는데 우리 남편은 거꾸로 위험지역을 찾아 들어가는 상황이다. 주변에 온통 시신들이고 여진으로 건물 안에서 잠도 편히 못 잘텐데, 언론의 역할이 뭔지 왜 하필 우리 남편이 거길 가야하는지 여러 원망이 생긴다. 여러 날 집을 비우고 또 전화연락이 쉽지 않으니 출장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계속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라면 다른 사람 보내달라고 사정 한번 해볼텐데 왜 가기 싫다고 말을 못할까. 처자식 있는 남자가, 특히 당시 임신 중인 아내를 놓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하는 모자란 생각도 든다.



정신없이 바쁜 것은 사회부 얘기만이 아니다. 정치부에 있을 때나 법조팀에 있을 때도 시도 때도 없이 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최근에 법조팀에 근무할 때는 어쩌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남편의 전화기는 항상 쉬지 않고 울려댔다. 취재원들과 정보를 교환한다는데 어쩜 한번 통화를 시작하면 얘기할 사안이 그렇게 많은지 도통 끊을 줄을 모른다. 휴대폰 통화를 길게 하면 전자파가 나와서 뇌 건강에 안 좋다는데 내가 옆에서 보기엔 저러다간 없던 병도생길 것 같다. 업무상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건강을 걱정안할 수가 없어서 전자파 방지 스티커와 이어폰을 사주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번은 남편의 노트북 가방을 열어보고 밤잠을 설쳤다. 집에 와서도 골방에 들어가 누군가와 끊임없이 통화하다 잠드는 남편이 도대체 뭘 하고 다니나 궁금해서 열어본 건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서류들과 소송 서류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5천만 원짜리 월급가압류 소송 서류도 있었다. 이거 당장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고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게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을 추궁하니 별 것 아니란다. 벌써 3건은 잘 마무리 됐다고. 다행히 남편은 나중에 그 보도로 큰 상을 두 번이나 타게 됐다.



그래도 이제 막 더듬더듬 말을 하는 19개월 아들이 얼마 전 9시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아빠의 넓적한 얼굴을 보면서 “아빠아~”하고 알아볼 때면 감동이 밀려온다. 아마도 조금 더 크고 뉴스의 일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아빠가 하는 일이 뭔지 점점 더 자랑스러워하게 될 거 같다. 나 역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사회적 오피니언 리더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고 애쓰는 남편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는 지역에 앞서 지원하고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남편을 항상 응원하고 앞으로도 부족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으로 기자남편의 파이팅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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