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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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위 재난보도 분과위 공저
(김호성, 김성한, 설치환, 김영구, 엄지인, 이중우, 전준형, 조승호) 230쪽 / 비매품

YTN 김호성 기자
(웨더본부장/방송기자연합회 재난보도 연구분과위원장)

재난보도와 관련한 사적 경험 하나-9.11 당시 나는 뉴욕에 있었다. 취재 현장 접근은 첫날부터 원천 봉쇄됐다.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 사태 발생 닷새 만에 비로소 붕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총영사관을 통해 취재한 한인 실종자 명단 단독 보도를 빼고, 그 때까지 내가 한 일의 90%는 CNN과 로컬채널 NY1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이었다. 부끄럽게도 받아쓰기는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오보는 없었다. 오보는 곧 언론사의 존폐와 직결되는 미국식 저널리즘 덕분이었다. 우리의 세월호 보도는 어떠했을까?

세월호 보도 문제점 5개 범주로 분류
KBS, MBC, SBS, YTN 등 4개 사의 현직 취재·영상 기자와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 등 8명으로 구성된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재난보도 분과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4개 방송사의 관련 보도 전부를 훑어, 해당 기사들을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①사실 확인이 부족한 받아쓰기식 보도 ②비윤리적이고 자극적·선정적인 보도 ③권력편향적 보도 ④본질희석식 보도 ⑤기사화하지 않은 누락된 보도 혹은 의미가 축소된 보도 등 다섯 가지였다. 해당 범주는 배타적으로 구분되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상호 유기적인 측면도 있었다.

‘최악의 오보’로 지목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의 경우, ‘사실 확인 부족과 받아쓰기’ 구태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지만, 속보를 통해 자극적·선정적 보도의 폐해가 그대로 노출된 전형적인 ‘나쁜 보도’였다. 보도 과정에서 본질이 가려지거나, 아예 기사화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권력편향적 보도가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난보도 분과위는 세월호 보도의 프레임이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선장과 해경의 무책임-청와대 책임론-관피아 성토-유병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틀짓기(framing)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갈수록 참사의 본질은 흐려졌고, 시청자들의 호기심만을 증폭시키는 가십성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권력 핵심의 잘못된 부분은 가려지거나 누락됐다.

영상도 심각했다. 포토라인은 무너졌고, 클로즈업이 난무했으며, 희생자를 배려하지 않은 인터뷰가 횡행했다. “유가족들이 통곡할 때마다 모기떼처럼 몰려드는 수많은 매체들” (◯◯ 촬영기자/SBS)의 반성 없이 재난 보도는 더 이상 선善일 수 없다는 자성이 일었다. “가족이 우리 방송을 통해 희생자의 이름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BBC의 재난보도준칙은 누가 더 빨리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것인가 하는 언론의 관점이 아닌, 유가족의 입장에 서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참사 이후 5개 언론단체가 내놓은 재난보도준칙은 더 이상 이름뿐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과위원들의 지적이었다. 세심한 준칙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그 준칙을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저널리스트의 양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데 위원들의 의견 일치가 있었다. 취재준칙은 현장에서 지켜지고, 기록되고, 본보기로 남아야 한다.

현장 기자들의 반성문 수록
현장기자들의 취재후기를 묶는 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나쁜 저널리즘’을 향한 시청자들의 통렬한 비판에 침묵 이외의 그 어떤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기레기’란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었던 현장 취재기자들의 반성문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곧 기자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고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현주소’였다.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면서요.”(◯◯◯ 취재기자/KBS). 이번 보고서에서는 약화된 취재윤리, 정치권력의 간섭과 언론의 권력편향, 기자 집단의 저항정신 실종 등 4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세월호 보도의 원인을 짚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전국 초·중·고등학교 논술대회 논제는 ‘세월호와 대한민국’이었다. 학생들의 글 속에서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네 가지였다. ①안전 ②늑장구조 ③리더십 ④언론이었다. 특정 개인들이 피치 못할 안전사고를 당하고 그 상황이 불가항력이라면, 공적 영역의 구조 시스템이 가동돼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의 리더십은 그러나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실패에 무책임했다. 그 무책임이 더 큰 화를 불렀다. 그리고 언론은 그 재앙을 키웠다. 오보를 양산했고 본질을 호도했다. 이 책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저널리즘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