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_KBS 기자협회] KBS의 이름으로, “길환영 사장 해임결정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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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9시 뉴스가 파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입사한 막내 기자부터, KBS 뉴스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앵커들, 그리고 20년 이상 뉴스 밖에는 모르고 살아왔던 부장급까지, 모두 일손을 놓았습니다.

9시 뉴스 뿐만이 아닙니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불과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은 채 3주도 남지 않았습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이날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보도부터 기술, 경영, 홍보, 편성, 예능에 이르기까지, KBS 전 분야에 걸쳐 수많은 직종의 선후배 동료들이 피땀을 흘려가며 준비했던 방송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에게도 약속드렸습니다. 더 공정하고 정확한 선거 방송을, 더 재미있고 즐거운 월드컵 방송을 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은 곧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공영방송은 그 존재가치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는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월호 보도 논란, 보도국장의 외압 폭로, 기자들의 제작거부… 길환영 사장이 그 책임에서 어찌 자유롭다 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지난 1년 반 제작자율성 침해 논란은 끊임이 없었고, 경영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길 사장에겐 이미 KBS를 이끌고 갈 리더십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2/3 가까운 보직 간부들이 사퇴를 결심했습니다. 정상적 경영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징계와 인사를 통해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습니다.

신입사원부터 정년을 앞둔 사원까지, 조직의 동료들이 하나 같이 사장님의 퇴진만이 KBS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청자와의 약속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KBS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파국을 막기 위한 가장 엄중한 결정이 이사회로 넘겨졌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평생을 방송만을 위해 살아온, 그리고 평생을 방송만을 하며 살아갈 저희들입니다. 그리고 공영방송 KBS는 그런 저희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인생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소중한 직장이기도 합니다.

KBS를 구해주십시오. 그리고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저희를 방송 현장으로 돌려보내주십시오.

 

2014.5.28.

한국방송공사 구성원 2198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