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KBS 기자협회] 국민 앞에 사죄드립니다. KBS 뉴스를 바로세우겠습니다

<국민 앞에 사죄드립니다. KBS 뉴스를 바로세우겠습니다.>

 

KBS는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입니다. 국민과 시청자만 바라보고 가야하는 언론사입니다. 그러나 과거 KBS는 정권에 부역했습니다. 진실 보도는커녕 정권 비호에 앞장섰습니다. 한동안 이런 오욕의 역사를 끊어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KBS는 다시 퇴행했습니다.

 

KBS 뉴스는 청와대 등 정치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는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굴레처럼 항상 따라 다녔습니다. KBS 기자들은 이를 극복하려 애썼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15개월 간 KBS 뉴스를 진두지휘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충격적인 폭로를 했습니다. 국민과 시청자가 아닌 정권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뉴스를 했다고 자인했습니다.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전화를 받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고백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KBS 뉴스는 한 차례도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안했습니다. 반면, 대통령을 홍보하는 뉴스는 과도하게 부각했습니다. 대통령 동정 보도는 9시 뉴스 20분 안에 방송한다는 참담한 원칙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부풀려 보도하려 했습니다.

 

KBS 뉴스를 올바로 이끌어야 할 길환영 사장은 외압을 차단하기는커녕 증폭하기에 바빴습니다. ‘윤창중 사건을 톱에서 빼라고 지시했고, ‘국정원 댓글 사건은 축소 보도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세월호 보도에서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청와대발 보도 지침을 충실히 전달만 했습니다.

 

KBS 뉴스를 망친 가장 큰 책임은 저희 KBS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길환영 사장의 전횡을 막지 못했습니다. 보도본부 수뇌부의 굴종도 지켜만 봤습니다. 사장이라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유로 애써 눈 감았습니다. 소중한 수신료의 가치를 훼손했고, 저널리즘의 근본을 망가뜨렸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사죄드립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뒤늦었지만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KBS 저널리즘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절망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저널리즘을 기초부터 뼈를 깎는 각오로 다시 세우겠습니다.

 

망가진 KBS 뉴스를 거침없이 비판해 주십시오. 노력이 부족하다면 날카롭게 꾸짖어 주십시오. 시청자의 질책을 동력으로 KBS 기자들은 최선을 다해, KBS 뉴스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2014. 5. 18 KBS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