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포항MBC] 성희롱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 사장은 2차 가해

성희롱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 사장은 2차 가해   

 

지난달 초 포항MBC 보도부 A기자가 업무 시간 도중 동료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 A기자는 앞서 또다른 업무 자리에서도 같은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본인은 물론 회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 포항MBC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사건 조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이번 사건이 ‘위계에 의한 직장내 성희롱 사건’임을 확인하고 ‘가해자에 대한 타 부서 인사 발령 조치와 엄중한 징계’을 권고 의결했다. 하지만 징계는 감봉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고, 사건 신고 한 달이 넘도록 가해자에 대한 인사 발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더구나 양찬승 포항MBC 사장은 피해자와의 개별 면담 자리에서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정부의 직장내 성폭력 매뉴얼에 따르면 회사가 경징계 후 사건을 종료하는 것,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제하는 것,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악의적인 소문을 전달하는 것 등은 모두 직장 내 성희롱 2차 피해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양 사장은 피해자에게 “이번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며 피해자에게 회사 처분을 따르도록 종용했다.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사장이 직접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하며 회사의 미흡한 대처를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차 가해를 막는데 앞장서야 할 사업주가 성폭력 피해자를 사장실로 불러 2차 가해를 하고도 가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에 비춰보면, 양 사장의 이번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는 사회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부 매뉴얼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하고 누구보다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에 힘써야 할 법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 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이나 요구, 강요, 회유 등으로 성적 불쾌감을 유발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양찬승 사장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피해자와의 면담 자리에서 “감봉 6개월 징계도 가족들 앞에서 얼굴조차 들 수 없는 큰 징계다”, “회사 사정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다”라며 피해자의 요구보다 낮은 수준의 회사 결정을 이해해달라고 여러차례 종용했다. 또 가해자에 대한 타 부서 인사 발령 요구에 대해, 현재 회사가 시행 중인 임시조치인 ‘가해자의 회사 출입금지’가 더욱 합리적이라며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회사 입장에서 취한 분리 조치의 정당성만을 강변했다.
하지만 양 사장의 주장은 포항MBC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권고 사항에도 위배되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향후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인사 조치와 징계를 권고한다” 라고 의결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가해자의 ”기자직 배제와 타 부서 인사 발령“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양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어떠한 인사조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의 면전에서 ”가해자에 대한 타 부서 인사 발령은 보복성 조치“라는 비상식적이고 명백한 2차 가해 발언까지 했다. 양찬승 사장과 간부들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구태에 빠져, “변화하는 젠더 감수성 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노동조합은 회사가 성희롱 고충심의의원회의 권고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타 부서 인사 발령과 엄정한 처벌’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또 양찬승 사장의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사해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2021년 4월 14일
포항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