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전국MBC기자회] MBC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깝 게 생을 마감할 때 MBC는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MBC 기자들이 전원구조는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MBC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를 낸 것입니다.

참사 발생 20일이 지난 5월 7일에는 오보의 중심에 섰던 전국부의 수장이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기사를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잠수부 사망의 원인인 것처럼 따져 물었습니다. 마치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처럼 우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 발생 다섯 달이 흐른 지난 9월 11일에는 MBC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두 달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하며 비난했습니다. 생때같은 자식이 너무도 억울하게 죽었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조차 없어서 피눈물을 흘리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능멸했습니다. 천막농성은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장시간 농성을 했다는 것이 MBC가 집중취재를 통해 보도하게 된 동기였습니다.

이 것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1월 1일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 연금 개정에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9만여 명의 공무원과 교원들이 모인 집회를 뉴스데스크 시간에 20초짜리 단신 기사로 용감하게 처리했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공무원들이 거리로 쏟아졌는데도 MBC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후안무치한 행위는 공무원 뿐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조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MBC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 언론사의 정상적인 보도라고 할 수 없다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언론은 사회의 건강성을 위한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지탄을 받아도 변명할 거리조차 찾을 길이 없을 것입니다. MBC의 눈에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권력자들의 불편한 심기만 보이는 것일까요?

이런 MBC가 내부적으로는 매우 용감하게 칼을 빼들고 나섰습니다. 과거 성역 없는 비판을 추구하며 많은 성과를 냈던 교양국을 해체하고 12명의 교육발령을 포함한 110여 명 규모의 대규모 인사발령을 낸 것입니다. 권력자들에게는 눈의 가시와 같았던 ‘PD수첩’을 일궈냈던 이근행, 한학수, 김환균, 이우환, 조능희와 같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거나 교육발령을 냈습니다. 기자회장을 역임했던 고참기자와 ‘숫자 데스크’ 등 색다른 뉴스 포맷을 시도하던 기자 상당수도 영문도 모른 채 교육발령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노동조합의 파업에 동참했던 이들입니다.

MBC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월급쟁이면 월급쟁이답게 알아서 처신해야지 괜히 언론인의 사명과 공정방송을 들먹이며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MBC는 정말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요? 파업 이후 이미 MBC는 60여 명의 기자를 경력직으로 채용하면서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을 뉴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버렸습니다. MBC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은 기자들조차도 MBC의 뉴스에 나오는 기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MBC 사측은 그러고도 아직 직성이 풀리지 않았나 봅니다. 사측은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MBC 뉴스의 또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18개 MBC 계열사 기자인 우리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번 인사는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간의 파업이 끝난 직후 파업 참가자들을 대거 ‘신천 교육대’에 몰아넣고 ‘브런치’를 만들게 했던 김재철 사장의 부당전보와 판박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사측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몰상식이 정상인 것처럼 되어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10월 21일 광주지법에서는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그때 희생자 가족들이 제출한 세 개의 동영상이 상영됐는데, 영상이 상영되는 내내 방청석은 울음바다였습니다. 유족 뿐 아니라 판사와 검사도 울고, 심지어는 선원 일부와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인들도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그 영상은 이런 구절로 시작합니다. “우린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밤하늘 반짝이는 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에 승선하기위해 들뜬 마음으로 줄지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2의 세월호, 제3의 세월호의 희생자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힘없고 핍박 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사회의 정의를 외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의를 향하는 마음은 아름답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우리가 능력이 없어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는 있을지언정 알고도 부조리를 외면하지는 않는다는 진정성만은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MBC가 더 이상 참회의 기회를 놓친다면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4년 11월 4일

전 국 M B C 기 자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