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KBS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KBS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 본연의 의무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친일’ ‘반민족’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그의 역사관이 국민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를 임명하려던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이 뒤따르는게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그 상식이 무너졌다. 

문 후보자를 지지했던 여권과 보수세력은 상식 대신 ‘희생양’을 선택했다. 그 희생양은 문 후보자의 역사관에 대한 의문을 국민 앞에 처음 제기한 KBS이다. 이른바 ‘조중동’은 일제히 KBS가 문 후보자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여권 고위층은 ‘KBS를 개조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친일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박효종 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KBS 보도를 심의하겠다고 한다. 여권과 보수세력 전체가 KBS를 향해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

1972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자사 기자를 포함해 취재관련자 40명을 감옥에 보내면서까지 2년 넘게 백악관과 싸운 끝에 진실이 승리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있었다. 편집국장이던 브래들리는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닉슨 대통령은 매일 워싱턴포스트를 비난했다. 닉슨 정부는 워싱턴포스트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비난했고, 워싱턴포스트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나쁜 신문인가를 전국적으로 연설하고 다녔다”… 부도덕한 권력의 적반하장이 42년이라는 시간과 태평양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감시가 언론 본연의 사명이듯, 권력 핵심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의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다. 물론 방송의 특성상 한계는 분명히 있다. 방송의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발언 전체를 보여주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일부분을 발췌할 수 밖에 없지만, 그로 인한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사자의 해명이나 반론을 함께 싣는다. KBS도 보도하기 전에 문 후보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려 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렇기에 KBS 보도는 언론 윤리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KBS 보도가 왜곡이었다면 대통령은 왜 당당하게 청문회를 열고 국회 표결로 가는 정면대응을 선택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왜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제출을 몇 차례나 미루며 자진사퇴를 유도했는가?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는 KBS를 비난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의도가 분명하다. 도저히 해명할 수 없는 자신들의 실책을 은폐하기 위해 KBS를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다. 청와대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KBS로 돌리는 동시에 KBS 새 사장 선임 과정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이다. KBS에 재갈을 물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방송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권력만 바라보는 사장이 있을 때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우리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분명히 봤다.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감시는 언론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렇기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는 누가 그만두라 한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때문이다. 언론의 검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후보자를 임명하는 길 뿐이다.

2014년 6월 27일

방송인총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