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언론 개혁, 지금 당장 시작해야!

언론 개혁, 지금 당장 시작해야!

 

방송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 방송산업 정책 논의를 위한 국회 ‘방송 TF’가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의 합의 불이행으로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구성될 ‘방송 TF’에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 선임 방식의 개혁이 무엇보다 우선해 논의될 예정이었다. 당장 8월부터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 교체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늦어도 6월까지는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야당인 국민의 힘은 전혀 관련 없는 과기부 장관 임명 건을 구실로 TF를 구성 단계부터 공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3천여 한국 방송 기자들의 구심점인 방송기자연합회는 이 같은 국민의 힘의 몰상식한 방송 TF 보이콧을 강력규탄하며, 당장 방송 TF를 구성에 협조하고 법안 개정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권을 주인인 시청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언제까지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 선임에 정치권이 법적 권한도 없이 불법적으로 개입하려 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방송 환경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밀림 속 짐승 세계의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한류 성공 신화의 초석이 된 대한민국의 방송은 이제 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정보 자본과 포털로 대변되는 국내 정보 자본, CJ 등 대기업 연예 자본의 틈바구니에 끼어 신음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선도해 온 ‘방송 저널리즘’은 디지털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방송과 온라인 모두에서 좋은 저널리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구시대적인 법과 규정, 재원 고갈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향후 시급히 공적 지원과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영과 민영,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방송사의 연쇄적인 붕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송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이에 따른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당리당략과 정치적 유불리 속에서 방송과 언론 개혁에 접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당 일부에서 강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그 예다.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허위보도, 명백한 잘못에 의한 오보 피해에 대해서 분명하고 책임 있는 보상을 하자는데 우리 언론 현업인들이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지금 논의된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내용은 일반 시민들의 언론 피해 구제가 아닌 이른바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를 입막음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촛불 시민의 개혁 요구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언론 개혁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채 시간만 낭비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몇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선과 재원인 수신료 관련한 입법과 문제 제기는 내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 비로소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정부와 여당은 4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점에 더욱 책임을 느끼고 성실하고 신속하게 관련 입법 논의를 진행시킬 것을 촉구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 힘 또한 방송을 정치권의 전리품처럼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관행과 생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방송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국민의 것이다. 공당이라면 더 이상의 해태와 방해 행위를 멈추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정부·여당과 방송개혁 전반에 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2021년 5월 20일
사단법인 방송기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