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보고서

<저널리즘특위 9월회의 정리>

9월 회의에서 저널리즘 특위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와 구속 등을 둘러싼 보도와 관련해 미확인 혐의들을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는 현상, 그리고 채동욱 검찰청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맥락과 이면의 진실보다는 드러난 사실 전달에만 치중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석기, 채동욱 관련 뉴스들은 ‘사실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성’, ‘관습적 기사작성’ 등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노출했다고 분석했다.

특위는 또 청와대 관련 보도에서 이른바 ‘정치적 편들기’ 보도가 더욱 노골적이고 대담해졌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아울러 다양한 사건사고 보도에서 3D CG가 과거보다 훨씬 화려하면서도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 왜곡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 이석기 의원 보도

지난 8월말부터 불거진 ‘내란음모’ 의혹에서부터 최근의 체포와 구속기소에 이르기 까지 국정원과 여당, 검찰에서 나온 발언이나 기록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받아쓰기’ 식으로 하는 보도가 많았다.

정치성을 강하게 띄는 공안사건에서 과거 언론이 보여 온 구태를 다시 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건은 일련의 국정원 관련 사건들을 감안하면,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되는지 따져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울러 전체적인 맥락 파악과 기사의 객관성도 상당히 요구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가 보고된 지난 9월 2일 뉴스들이다.

대다수 방송뉴스들은 국정원과 여당에서 나온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나 행적들을 사실로 간주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YTN의 경우 세부적인 발언을 4꼭지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1.체포동의안국회보고/ 동시다발적 전쟁준비 2.“국회는 사회주의 혁명 투쟁의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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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우두머리 김정일” 반국가단체 혐의 검토 4.제보자 천안함 계기 전향” “북한과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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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물론 전체적인 발언의 취지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른바 공안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거의 베껴 쓰는 수준을 보인 것이다.

지나친 베껴 쓰기를 하다 보니 획일적인 진단과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9.5일 ‘RO 조직원 PC에 폭탄제조법 있었다’라는 제하의 KBS 리포트에서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른바 ‘합정동 RO 모임’에서 나왔던 밥솥폭탄 언급과 연결하기도 했다.

적절한가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국정원이 폭탄재료를 입수하거나 정황증거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당=테러집단’이라고 획일화시킬 우려가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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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리포트도 공안당국의 귀띔이나 추정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로 지적됐다.

“지하혁명조직 ‘RO’는 ‘민혁당’ 재건조직을 승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안당국은 민혁당처럼 ‘RO’도 북한과 수시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YTN>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부분을 편향적으로 해석해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8월 30일,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과도하게 편향적으로 해석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 의원은 또 북을 지칭하며 ‘거기의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반역’이라는 발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에서 지칭하고 있는 녹취록 요약본의 해당 대목은 다음과 같았다.

“북은 집권당 아니야. 그렇지.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 지배 세력한테는 그런 거야”

문제의 보도에서는 녹취록과 다른 뉘앙스, 즉 북한의 행위가 모두 애국적이고 남한 정부의 행위는 반역적이라는 의미를 직설적으로 풍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당 녹취록 대목을 설명하고 있는 SBS 뉴스의 한 대목을 보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북한에서는 “애국적”이지만 대한민국 지배세력에게는 “반역”이라고 언급하고 북한 핵개발은 엄청난 것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앞서 거론한 리포트와 달리 맥락을 정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오독의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특위는 이석기 의원 건 보도에서 나타난 이 같은 현상들이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 부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안의 특성상 ‘정치적 편향’의 문제이기도 하며 아울러 공안사건이라는 특성에 비춰볼 때, ‘관습적인 기사작성’의 문제이자 ‘출입처 동화’의 문제 등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복합적인 문제 노출이란 측면에서 볼 때,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보도도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 채동욱 검찰총장 보도 건

조선일보의 의혹제기로 촉발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건은 정치권과 법무부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일방적인 몰아가기 행태를 보였다.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것으로 앞서 거론한 이석기 보도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14일, 대검찰청의 감찰 1과장이 사의표명을 하는 등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을 전하는 YTN의 뉴스에서는 난데없이 검찰의 자성론이 상당한 분량으로 거론됐다. 팀장이 담당기자에게 ‘분위기를 톤다운 시키자. 검찰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론도 나온다는 내용을 추가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담당 기자가 거부하자 팀장이 직접 기사를 수정한 것이다.

이는 당시 검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자 본질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청와대의 검찰 흔들기’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편향적 물타기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수정되면서 포함된 문제의 대목이다.

감찰에 대한 비난과 함께 내부 자성론도 나오고 있습니다지난해 한상대 전 총장이 물러나게 된 검란이후 흔들렸던 조직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자중하며 조직을 추수려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지면서 중도 퇴임한 임채진 전 총장 이후 4명의 총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스폰서 검사와 성추문 검사김학의 차관의 스캔들로 검찰의 위상도 많이 흔들려 왔기 때문에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 외에도 상당수 방송뉴스들은 청와대로 대표되는 핵심 권력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진실공방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못박았다. 지적했다. 강조했다’ 등 청와대에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표현이 과도하게 사용됐다. 다음은 그 사례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책임을 묻고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직사회를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략= 이는 청와대가 채 총장을 사퇴시켰다고 단정하고 공세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됩니다.“ <YTN>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반박을 보도하면서는 뉴스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박하려는 듯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을 보자.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기획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중략=

청와대가 이처럼 특별감찰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선 것은 이번 파문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돼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음해성 의혹만 부풀려져 채 총장 관련 의혹 자체에 대한 진실규명이 흐지부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입니다.“ <YTN>

특위는 채동욱 관련 보도가 ‘정치적 편향성’이자 ‘사실 확인 부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의 주장 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만큼 ‘출입처 동화’이자 ‘관습적 기사작성’의 문제도 포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채동욱 건 보도에서는 해당 아동의 인권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지난 9월 11일 KBS의 ‘오히려 의혹, 억측 확산’이란 제하의 리포트에서는 기자가 의혹의 당사자인 임씨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러나 아파트를 인근 주민 등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어서, 임씨와 아동의 신상정보가 드러날 우려도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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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편들기… ‘용비어천가’식 보도

앞서 채동욱 건 보도에서도 일부 나타났지만, 청와대 소식을 전하는 뉴스는 지나칠 정도로 칭송류의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양대 공영방송사인 KBS, MBC, 그리고 YTN에서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기사의 흐름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팩트가 희박한 묻지마식의 칭송을 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특위에서는 정권 초부터 나타났던 정치적 편향성이 청와대 보도에서는 더욱 대담해지고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예 아이돌을 다루는 연예뉴스와 같은 흐름을 보이는 기사도 있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미공개 영상으로 만든 리포트와 대통령의 패션쇼 참석 기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는 노골적인 찬양보도에 가깝다. 특위에서는 부수적인 사안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음을 보자.

<청와대 미공개 영상 리포트> 9.22 KBS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인기감춰뒀던 중국어 실력.

<녹취>박근혜 대통령 : “한중 미래를 얘기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전용기 안에서의 참모 회의. 오마바 대통령과 백악관 산책.

외교무대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녹취>박근혜 대통령 : “수고하십니다.”

장애인 재활 센터에서 쓰레기 봉투를 같이 접고, 학생 발명품 전시장에서는 가상 낚시에 푹 빠졌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 “거북이가 말을 안 듣네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애국지사를 찾아 위로합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빨리 건강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전통 시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TV에서 볼수 없었던 모습들입니다.

이뿐 아니라 박 대통령은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패션쇼 참석 리포트> YTN
박근혜 대통령이 화사한 빛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모델이 된 듯 무대 위를 걸어나옵니다국빈 방문 중인 베트남에서 첫 일정으로 양국 전통 의상인 한복과 ‘아오자이’ 패션쇼에 참석한 겁니다.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베트남의 아름다운 아오자이와 한국의 고운 한복이 이렇게 한자리에서 양국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서 다른 나라 순방 때도 한복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지만 패션쇼 무대까지 오른 것은 이례적입니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외교로 한·베트남 양국민의 우의를 증진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습니다.

다음 역시 마찬가지다. ‘빛을 발했다’라는 일방적 칭송 표현은 관용구처럼 등장한다.

이번 해외 순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 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상대국 문화에 대해서는 깊은 존중을 표하면서, 그 나라 국민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9.9 MBC>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부각도 성과입니다. 이 과정에서 네 차례의 양자 회담 역시 빛났습니다. <YTN>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러시아 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양자 외교도 빛을 발했습니다박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 취임 후 처음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우리 시간 오늘밤 늦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YTN>

특위는 이 같은 정치 출입처 동화의 문제가 정치적 편향보도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추석 연휴를 앞둔 ‘대통령의 마음’을 다룬 기사이다. 대통령의 마음을 속속들이 꿰뚫어보는 듯 한 접근 방식도 문제이지만, 국정원 대선개입과 검찰총장 논란 등을 민생 발목잡기로 치부해버리는 전형적인 편향성을 보여준다. 특위위원들은 출입처 기자의 기사라기보다는 청와대 직원의 기사로 봐도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제목 : 대통령의 추석 구상은? <YTN>
[앵커]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 연휴에 무엇을 할까요?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의 맘을 돌려서 국회에 복귀시키는 묘수 찾기에 몰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000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취임 이후 첫 추석 연휴, 박근혜 대통령은 외치에 웃고 있지만 내치에선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미국중국에 이어 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순방 결과는 만족할 수준입니다.

다자 외교 첫 무대의 성공적인 데뷔와 세일즈 외교의 성과에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세일즈 외교 성과가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후속조치 이행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국내 정치만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애써 마련한 3자 회담마저 결렬됐습니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등 관련 민생 입법의 신속한 정기국회 통과가 절실하지만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도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 민생 법안 등에 대한 심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합니다국정원 댓글 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녀 의혹 등 현안을 놓고 정치적 타협이나 담판보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민생에 전념하는 동시에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장외투쟁 중인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한다는 것입니다.

[클로징] 청와대는 민생입법이 늦어지면 누구보다도 답답해 할 사람이 박 대통령이라면서 추석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과도한 CG사용의 문제

그동안 자주 지적된 문제인 과도한 CG 사용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지난 9월 24일 대구 가스 폭발사건을 다루는 기사에서 사용된 그래픽과 지난 9월 17일 미 해군시설 테러 관련한 보도에서 사용된 그래픽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구 가스 폭발사건 보도 / 9.24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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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가 난 총기난사 사건에서 영화 헐크 화면 사용/ 9.17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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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는 보도에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CG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 왜곡의 위험이 높고, 말로 전하는 것에 비해 어떤 식이든 단정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