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보고서

 

1. 정치적 편향

본 특위가 지난해 방송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선정한 7가지 유형 가운데 ‘정치적 편향’ 사례가 유독 많이 발견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과 ‘고위 공직자 검증 관련 보도’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편향은 여권에는 유리하게, 반대로 야권에는 불리하게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유불리의 문제를 떠나 방송 저널리즘이 객관적 관찰자와 비판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직결되는 대목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사항이다.

▲ 여권의 잘못에 눈감는 기사 1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의혹)

지난 3.18일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모든 것이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엔 국기 문란에 해당될 정도로 폭발력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방송 뉴스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모 방송은 원세훈 전 원장이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사실을 단신으로조차도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은 극소수에 불과했던 관련 소식의 일부이다.

# 기사 1(3.24/ 단신: 원세훈 출국금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은 대선 기간 동안 인터넷 여론조작과 종북 좌파단체 척결 등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며 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야권도 원 전 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출국금지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 기사 2(3.25/ 리포트: 원세훈 철저 수사 여야 한 목소리)

<앵커멘트> 출국 금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서로 달랐습니다.

<기사 본문> 새누리당은 오늘(25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해외로 출국하려 한 것은 고소 고발을 당한 당사자로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략= 민주통합당은 “정치개입의 당사자인 원세훈 전 원장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습니다 =중략=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비록 리포트로 다뤘다 해도 여야의 공방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등 본질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는 이른바 ‘수박 겉핥기’ 수준의 보도였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불륜사건에 대한 보도만큼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여권의 잘못에 눈감는 기사 2 (고위 공직자 검증 보도)

새 정부의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에 대해 방송 뉴스들은 상당 부분 여권 편향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자체 특별 취재팀을 통한 검증시도도 드물었지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에서 조차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인 뉴스에서 부실한 내용으로 리포트를 하거나 아예 단신 정도로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정치편향의 사례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3월 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가 내정 사흘 만에 사퇴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알지 못한 상태로 공직을 맡기로 했다가 그 자세한 내용을 뒤늦게 알고 사퇴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당일 뉴스를 보자.

# 기사 3(리포트)

<앵커멘트> CEO 출신으로 화제가 됐던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전격 사퇴했습니다. 청장을 맡게 되면 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데 이같은 규정을 몰랐다고 합니다. =중략=

<기사 본문> 황 내정자의 사퇴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 기사 4(단신)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경영해온 회사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사퇴 의사를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본인과 이해관계자의 보유주식이 3천만 원을 초과하면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 신탁하도록 돼 있습니다.

단신 처리한 ‘기사 4’는 말할 것도 없지만, 리포트인 ‘기사 3’의 경우도 공직자 임명시스템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통해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오히려 해명을 해주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이런 사례는 다른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사에서도 여러 번 발견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 기사 5/ 3.21 김학의 법무부 차관 관련 기사

김 차관의 전격 사표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기사 6/ 3.22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관련 기사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인사 검증시스템을 문제 삼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사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철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가 너무 늦었다면서 인사 검증 책임자의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 기사 7/ 3.25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관련 기사

청와대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에 당혹스런 분위기입니다민정수석실이 한만수 후보자를 검증했지만해외계좌 추적 등은 짧은 기간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수사가 아닌 만큼 현금이나 보석해외계좌 등은 검증이 어렵다며 후보자의 자기 검열이 철저하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 기사 8/ 3.25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관련 기사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계좌까지 추적해 검증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사 7’의 두 번째 문장은 동정이나 해명을 넘어 아예 면죄부를 주는 듯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다음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부실한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아예 하지 않거나(기사 9~10), 후보자 낙마사태의 핵심이 단지 허술한 검증시스템에만 있다거나 직언을 하는 참모들이 없어서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는 기사(기사11)들도 상당수 발견된다. 이는 정치적 편향 정도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대변인을 자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 기사 9 / 3.22 김병관 사퇴 김관직 국방 유임

박근혜 대통령은 김관진 현 국방장관을 유임시켜 새 정부 국방 사령탑의 중책을 맡겼습니다. =중략= 앞서 국방장관 내정자는 자신의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위하겠다며 사퇴했습니다.

# 기사 10 / 3.25 검증시스템 부실(한만수)

한 후보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본업인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전했습니다특히 해외에 수십억 원의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수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한 후보자는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략=

아직 검찰총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주요 후보자들에게 대한 인사청문회가 남아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다시 새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 기사 11 / 3.25 부실 검증 거센 비판

<앵커멘트>

박근혜 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한 달이 됐지만 잇따른 인사 잡음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사 본문>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사퇴로 청와대는 또 한 번 당혹감에 빠졌습니다. 미래부 장관 내정자와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법무차관, 국방장관 내정자 사퇴에 이어 터진 악재입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으로 차질을 빚었던 국정운영이 이제 속도를 내는 상황인데이 같은 인사 문제들은 신뢰를 강조하는 새 정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 조차 잇따르자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상명하복식 인사시스템허술하게 구멍 뚫린 검증시스템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론과 함께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변화와 참모들의 충심어린 직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이고, 인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검증단계에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반드시 개선책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문제의 책임을 야권에만 전가하는 기사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된 문제와 관련해 유독 야권에만 집중적인 질타를 한 기사들도 있다. 여권의 잘못에는 눈감기를 하면서 야당에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논리가 부족한 비판을 퍼붓는 식이다. 여기에는 ‘뒷거래’ ‘말 뒤집기’ ‘노사관계 개입’ 등 자극적인 용어들이 등장한다.

# 기사 12 / 3.6 정부조직 볼모 공영방송 흥정

오늘 한 언론은 민주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의 관할권을 정부안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데 동의하는 대신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자고 제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과는 아무관련이 없는 문제를 가지고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뒷거래 제안은 없었다며 언론사에 대한 형사고발을 거론했습니다. =중략=

# 기사 13 / 3.6 민주당, 공영방송 인사 집착 의도는?

민주당이 정부 여당에 새롭게 공개한 협상조건을 보면 이같은 자신들의 주장과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오히려 공영방송에 정치권이 개입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민주당이 당초부터 종합유선방송 관할권에는 관심이 없었고 공영방송의 인사문제를 목표로 한 게 아니었나하고 의심하는 이유입니다민주당이 공영방송 인사와 노사관계에 개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OOO노조가 파업 중이던 지난해 5월에는 민주당 의원과 당선자들이 노조간부의 안내를 받으며 아무 예고없이 사장실 진입을 시도했습니다또 앞서 문성근 당시 대표대행이 파업 현장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가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하는 등 민주당 인사들이 여러 차례 노조 파업현장을 찾아 사장퇴진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구 방송위원회에 여야 추천위원 합의체가 만들어진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입니다.

특히 ‘기사 13’은 기사 후반부에 민주당과 특정 노조와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더니, 난데없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 보장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종료시킨다. 전형적인 노골적 여권 편들이자 반대로 야권 흔들기에 해당하는 기사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봤었던 퇴행적 기사들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사들이 집요할 정도로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사례에선 ‘정치 재난’이라는 극도로 자극적인 용어까지 사용된다.

# 기사 14 / 3.7 겉으론 ‘공정’ 뒤로는 ‘장악’ 꼼수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은 종합유선방송 인허가권과 관련해 방송의 공정성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그런데 조직법 개정안에 동의할테니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 구조를 바꾸자는 조건을 내걸면서과연 민주당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기사 15 / 3.22 국익보다 당리 후진국 정치

그동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우리 정치는 왜 저럴까 국민들의 짜증과 실망감이 거의 한계점에 달했습니다이 정도면 가히 정치 재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새 정부 발목잡기란 비난 속에 민주당은 종합유선방송 등 뉴미디어 방송을 미래부로 옮기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며 버텼지만,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MBC 사장 퇴진과 KBS 이사선임 구조 변경 등 정부조직법과는 무관한 조건을 내걸고 뒷거래를 시도했습니다.

2. 시청률 집착

연예인 박시후 씨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방송사들의 중계방송식 보도가 연일 계속됐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청률을 의식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한 방송 뉴스의 경우는 그 정도가 유독 심했는데 박시후 씨가 경찰서에 처음으로 출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하루에만도 무려 10여 차례나 중계차와 전화 연결을 통한 리포트를 했다. 상황에 따라 비슷한 리포트를 반복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특별한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속보라는 명목으로 지나칠 정도로 보도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기사의 일부 대목을 보자.

# 기사 16(지난 3월 1일 오전 10시: 출석 예고)

<앵커멘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 씨가 잠시후 서울서부경찰서에 출석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OOO기자. 많은 취재진이 모여서 박시후 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겠군요. =중략=

# 기사 17(10시 출석 직후)

<앵커멘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 씨가 오전 10시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두 차례 출석을 미뤘다가 출석해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되는데요. =중략=

# 기사 18(매 시간 중계 연결을 한 뒤 20시 귀가 직후)

<앵커멘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 씨가 오늘 경찰 조사를 받고 조금 전 8시쯤 일단 귀가했습니다. 조사를 받고 나온 박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이른바 ‘알통 보수’라는 말이 회자된 기사이다. 먼저 기사의 일부를 보자.

# 기사 19(2.18 / 보수 진보 체질 따로 있나?)

지난 대선결과에 절반을 조금 넘는 국민은 환호했고, 또한 절반에 가까운 국민은 좌절했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옳고 그렇지 않은 쪽은 틀렸다는 신념에 가득차 있습니다. 여기서 어찌보면 뜬금없는 얘기를 하나 꺼내 보겠습니다. 당신의 알통은 얼마나 굵으신가요? 이 알통의 굵기가 당신의 신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중략=

12년 전부터 헬스장에 땀을 쏟아온 OOO씨. 운동이라곤 거의 하지 않는 OOO씨. 둘은 모두 소득이 꽤 높고, 자신이 이 사회에서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입니다. 힘이 얼마나 센지를 나타내는 알통둘레를 재봤습니다. =중략= 하지만 두 사람의 힘의 차이도 신념의 차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중략= 알통이 굵은 남자들 다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유리한 이념을 선택한 반면, 알통이 가는 남자들 다수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후략=

본래 기사는 한 주간지에 소개된 기사와 논문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핵심은 ‘알통이 굵은 남자들 다수가 경제적 형편에 유리한 이념을 선택하는 반면, 알통이 작은 남자들 다수는 자신의 이익 대변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리포트는 위 내용을 충실히 전하고 있다. 또한 기사 말미에는 유전자의 영향을 떠나서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관용을 가지고 상대방이 옳은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자는 일종의 교훈까지도 전달해주고 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제기된 비판에서 볼 수 있듯이 기사의 제목과 편집의 흐름을 보면 일부 시청자들이 ‘알통의 굵기와 정치적 성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혼동하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다수 있었다. 우선 기사의 소제목은 각각 ‘알통 굵기 정치신념 좌우’와 ‘정치성향도 유전자에 따라’이었다. 결국 클로징 멘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취지의 보도였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시청률을 의식해 오해를 주는 요소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 출입처 또는 광고주 동화형 기사

다음은 기자 개인의 친소관계에 의해 호의적인 리포트가 방송된 경우이다. 기사는 좋은 일을 하는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사의 분량이 일반적인 리포트 분량을 크게 상회하는데다 단편적 행사를 지나치게 소개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기사를 보자.

# 기사 20

<앵커멘트>

지역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이웃사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소득 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가 하면 전 직원들은 어려운 이웃돕기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기사본문>

산비탈에 있는 장애우 집에 봉사단원들이 도착했습니다. 고장난 문을 고치고 전기 기기도 일일이 손을 봅니다. 벽지는 새로 바르고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 벽 보강공사도 합니다.

[인터뷰: 주민] “몸도 안 좋은데 이렇게 와서 해주시니까 고맙고요, 천장과 벽지같은 것은 손도 못 대는데 이렇게 해주시까 너무 고맙죠.”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부산 지역에 있는 한 기업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첫해인 작년에 12가구를 대상으로 한데 이어 올해도 12가구 이상을 공사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OOO 과장]

“이 사업은 부산유공친절기사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습니다. 여건이 되는대로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기업은 전 직원이 어려운 이웃돕기를 생활화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회사일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수시로 결손가정과 독거 노인 세대를 방문해 쌀과 김치 등 생필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마음의 벗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또 회사에서도 바자회 등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미혼모 돕기와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OOO (주)OO회장]

“사회가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가 앞장서자는 취지를 가지고 연례행사로 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생각하는 한 기업의 따뜻한 이웃사랑이 한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습니다.

4. 관습적 기사 작성

휴일스케치나 국제대회를 다루는 기사에서만 관습적인 기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기사를 보자. 지난 삼일절에 등장한 기사인데,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쇼핑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다.

# 기사 21 (3.1/ 쇼핑하러 너도 나도 일본행)

<앵커멘트>

이렇게 독도문제로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데 3.1절 연휴에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평소보다 2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기사본문>

삼일절이 낀 연휴 첫날 인천국제공항. 아침 일찍부터 일본으로 가려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공항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중략= 최근 엔저 영향으로 일부 품목은 한국보다 값이 싸졌기 때문입니다. =중략= 결국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보다 많아져 거의 2년 만에 한일 방문자 수가 역전됐습니다. 어느 때보다 한일 관계는 경색돼 가고 있지만 값싼 여행과 쇼핑을 하려는 한국 관광객의 발길은 계속 일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기사에서 틀린 부분은 없다. 그러나 기사의 시각과 편집 흐름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즉 3.1절 기념식이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 그리고 마침 일본이 독도를 둘러싼 자극적인 행동을 하자 사회 일부에서 일제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또 다른 기사에 이어지는 리포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편집의 흐름을 종합하면 <3.1절 기념식 -> 일제 불매운동 -> 쇼핑하러 너도 나도 일본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앵커멘트는 한일관계가 껄끄러울 때는 관광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가치판단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일관계가 나쁠 때는 무조건 일본관광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지… 적절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려운 기사이자 맹목적인 이분법적인 논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