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 방송기자들의 고민과 희망이 담긴 8년만의 보고서

 

한국 방송기자들의 고민과 희망이 담긴 8년만의 보고서

대한민국 방송기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소식은 매일매일 경쟁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정작 방송기자 자신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고 지낸다.
한국 방송기자들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세대 간 격차를 비롯한 자신의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언론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았다. 기자들의 직업적 인식 조사는 많이 봐 온 것 같지만, 전체 기자 집단이 아닌 방송기자 집단에 초점을 맞춘 조사는 지난 2012년 첫 조사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번 조사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설문 문항도 방송 매체 종사자의 특성과 그들이 처한 구체적 상황을 반영해서 만들었다는 점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언론인 인식도 조사와는 다른 의미와 차별성을 갖는다고하겠다.
구체적으로 조사는 이렇게 진행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산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에서 주관
했고, 3~13년차 7명으로 구성된 저연차 그룹과 15~25년차 7명으로 구성된 고연차 기자 그룹의 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우선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100여 개의 설문 문항을 확정하였고, 모바일과 PC를 통해 설문 응답을 받았다. 바쁜 일과에도 설문에 적극 참여해주신 회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KBS 정제혁 기자 (제3기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위원)

 1. 조사개요

· 조사 대상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 소속 방송기자
· 조사 시기 2020년 10월 21일(수)~10월 31일(토)
· 응답자 특성

 

 2. 조사개요
2.1 기자의 일상적 업무 및 일과에 대한 인식

기자의 일상적 업무 및 일과에 대한 인식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항목들을 살펴보면, ‘나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가 3.5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방송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나는 언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비난으로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가 3.43점으로 그 뒤를 이어, 언론에 부정적인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다. ‘기자를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응답률도 42%로 적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기자들은 ‘타 언론사로의 이직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60.9%로 나타났지만 ‘타 업종 및 비(非)언론사로의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의 62.7%(173명), 그리고 이를 ‘최근에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5.3%(125명)로 나타나, 오히려 언론사가 아닌 다른 직업 부문에 대한 관심사는 상당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이직을 고려 중인 업종 중에서는 IT회사나 뉴미디어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약 10%로 가장 높았다.

 2.2 소속 언론사에 대한 인식
① 소속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

소속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 수행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비판 및 감시 기능’이 3.21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대안 제시 기능’이 2.7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기자들이 이제 언론 보도가 단순한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넘어서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② 소속 언론사의 조직 특성에 대한 인식


소속 언론사의 조직 특성에 대해서는 ‘관료제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권위적인 조직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조직이다’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설문 참여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 유형에서 ‘전국(40.2%) 및 지역(21.7%) 지상파 방송사’가 전체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③ 언론사의 조직 문화와 소통에 대한 인식

언론사의 조직 문화와 소통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현재 소속 부서 내에서나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한 지’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으며 ‘사내 온라인 게시판은 의사소통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약 8% 수준이었다. ‘업무와 관련하여 선배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의사 소통에 대한 선배와 후배들 간의 시각차도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업무와 관련하여 후배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34.4%인 반면에 선배들과의 소통이 원활하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 29%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④ 소속 언론사의 임금 구조 및 보상 체계에 대한 인식

 소속 언론사의 임금구조나 성과 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에 비례하여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20.3%뿐이었으며, ‘회사가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18.8%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인사 평가가 공정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의 인사이동이나 보직, 특파원발령 등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약 10% 정도에 불과해 인사 운영의 합리성과 공정성에 대해서 상당수 기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방송기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소속 회사의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가장 두드러져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3. 언론의 역할과 기자 윤리에 대한 인식
① 우리나라 언론매체 보도의 신뢰도 평가

우리나라의 언론 보도 전반과 신문 보도, 방송 보도, 인터넷언론의 보도 각각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방송 보도, 우리나라 언론 보도 전반, 신문 보도, 인터넷 보도 순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신뢰도 점수는 8년 전 보다 상당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문 보도와 인터넷 보도의 신뢰도 점수는 우리나라 언론 보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점수보다 낮았다. 그 외의 평가 항목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송 매체가 ‘정파적이다(정파성)’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2년 55.9%에서 2020년 66.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언론 활동 수행이 자유롭다(언론 자유)’고 응답한 비율이 15.5%에서 43.8%로 크게 증가했다.

②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 및 수행 정도에 대한 인식

총 14가지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와 그 수행 정도에 대한 이번 인식 조사 결과를 8년 전의 것과 비교했더니, ‘공직자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일’ ‘국가 정책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제공하는 일’ ‘주요 사안에 대해 일반 시민이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 ‘근거없는 소문을 기사화하지 않는 일’ ‘기업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일’이 중요도와 수행평가 점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요도와 수행평가 점수가 모두 하락한 경우는 ‘뉴스를 보다 빨리 전달하는 일’ ‘중립적인 보도 자세를 견지하는 일’ ‘사실을 정확하게 취재하는 일’ ‘가능한 많은 수의 독자, 시청자, 네티즌이 관심을 가질 뉴스를 보도하는 일’로 나타났다. 중요도는 감소했는데 오히려 수행 평가 점수가 상승한 경우는 ‘사회 현안에 대해 언론이 적극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는 일’ ‘기사를 쓸 때 이윤 추구 같은 경제적 가치보다 기사의 질이나 의무를 우선시 하는 일’ ‘정부 정책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파고드는 일’ ‘중요 뉴스에 대한 해설과 비평을 제공하는 일’로 나타났다. 이상의 분석 결과, 방송 기자들의 인식 속에서 언론 보도의 속보성, 정확성, 중립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관련된 문항의 점수가 중요도와 수행 평가 측면에서 8년 전 보다 모두 하락한 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③ 언론윤리 전반에 대한 인식

 언론윤리 교육 및 언론윤리 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 기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윤리 교육과 관련해서 ‘현직 기자들에게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직 기자들 중에서도 특히 데스크가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가 모두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언론윤리 규정에 관해서는 ‘취재 과정에서 자료 화면이나 영상의 활용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에서 소셜미디어 활용이나 영상 활용 등에 관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기자가 된 이후에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38.4%,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32.6%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언론윤리 기준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취재 보도가 어려워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높은 점수(3.94점)를 나타냈다. 대다수의 응답자(71.4%)가 취재 과정에서 기자로서의 직업윤리나 언론윤리 제반 규정의 준수를 놓고 내적 갈등 혹은 취재원과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윤리 제반 규정을 직접 찾아본 적이 있는 경우는 58%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기자들은 언론윤리 관련 규
정들을 직접 찾아보지 않은 이유로 ‘언론윤리 규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언론윤리 규정을 찾아볼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 ‘회사 동료나 선배들로부터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어차피 상사의 지시와 회사의 관행에 따라야 해서’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추가로 본 조사에서는 ‘방송기자연합회가 윤리강령 및 실행준칙을 마련한다면 꼭 포함되어야 할 내용에 대해 1, 2, 3순위’를 응답자들이 주관식으로 복수 응답하도록 하였는데, 1순위로는 사실보도·정확성·진실보도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순서로는 취재원·인권·사회적 약자 보호와 연관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3. 시사점
이번 조사 결과가 그려내는 우리 방송기자들의 초상(肖像)은 갈수록 어려운 기성 언론의 상황을 비교적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직업으로서 기자직은 아직 매력이 남아 있지만, 기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고 있지 못하며 보상 체계도 공정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직과 언론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갈수록 심해지는 부정적 시각에 방송기자들 역시 적지 않은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기성 언론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에서 IT 부문 등 아예 비(非)언론 부문으로의 전직을 고려하는 기자도 상당수가 있었다.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데다 엘리트 의식도 강한 조직 문화 속에서, 업무를 위한 원활한 소통에 대한 평가에 관해선 선후배들의 시각차, 온도 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회사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 상황에서 기자들은 양질의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각자의 이념과 정파로 나뉜 여론 지형 속에서 기자의 ‘좌표’가 찍히고 비난을 받는 이중의 부담을 지면서 고달픈 기자 생활을 참아내고있는 안타까운 모습도 엿보였다. 비록 2012년 조사 때보다는 낮아졌지만 방송기자들은 한국 언론 매체 가운데서 방송을 가장 신뢰받는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8년 전보다 언론 활동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면서도 방송 매체가 정파적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방송기자들이 언론 자유의 확장이라는 우호적 조건 아래서도 양질의 불편부당한 보도로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는 결국 실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 부문에 대한 응답에서는 ‘뉴스를 보다 빨리 전달하는 일’과 ‘중립적인 보도 자세를 견지하는 일’에 대한 중요도가 8년 전보다 가장 크게 감소하였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속보 경쟁이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방송기자들이 전통적인 객관주의 저널리즘 원칙으로부터 점차 이탈해가고 있는 것으로도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다. 취재 보도 원칙의 수행 정도에 대해서는 ‘사실을 정확하게 취재하는 일’이 지난 2012년 조사 때보다 비교적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정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작으나마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은 우리 방송기자들이 정정당당하고 올바른 기자,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화두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갖은 윤리적 갈등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는 대다수 평균적인 방송기자들은 그만큼 언론 윤리 규정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으며 언론 윤리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취재 보도가 어려워지는 것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에서 1970년대 초 존스턴(Johnston)과 그 동료들이 행한 기자들에 대한 인식 조사로부터 시작돼 비교적 최근인 2002년까지 이어진 위버(Weaver)와 동료들의 미국 기자 집단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성격의 조사는 일정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수행되어야만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이 역량 있는 해석자와 만나 스스로 진실을 밝혀주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겨우 두 차례에 불과하지만 방송기자연합회가 실시한 이번 2020년도 설문조사가 ‘현장 기자들의 호응과 보다 적극적인 참여 속에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방송 저널리즘이 격랑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유익한 참조점을 제공하는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