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특별기획 2부작-원전도시_KBS부산 양희진, 노준철, 한석규, 허선귀 기자

거대 원전거대 도시의 동거얄궂은운명

 

원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다

부산 시민이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재난은 과연 무엇일까? 매년 부산을 할퀴고 큰 피해를 주는 수해가 아니었다. 부산시가 부경대 행정학과 서재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 2014년 3월~12월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의 강도(리커트 척도)’ 및 ‘피해 심각성’을 측정한 결과, 압도적인 1위는 바로 ‘원전사고’였다. 시민들이 그 어떤 것보다 원전에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과학적 분석을 통해 최초로 입증된 셈이다.

고리원전은 알게 모르게, 어느새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고리원전 1~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된 데 이어 최근 신고리 3~4호기가 운영허가를 받았고, 또 신고리 5~6호기까지 건설이 추진 중이다. 지구촌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대 규모, 세계 최대 밀집도를 자랑하는 ‘메가 원전단지’다. 거대 원전단지와 거대 도시가 동거하는 얄궂고도 불편한 운명. 어쩌면 원전 주변 주민들이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너무나도 당연할지 모른다. 솔직히 고백한다. 고리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0년이 다 되어 가고 시민들의 스트레스는 쌓여가지만, 부산‧울산‧경남권역에서 원전을 소재로 한 시사 다큐멘터리는 아직 단 한 편도 제작되지 않았다. <원전도시>는 이 같은 쓰라린 반성에서 시작됐다.

 

불안한 동거공존해야만 한다면

정부는 2015년 6월, 우리나라 원전 맏형 격인 고리1호기의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는 2017년부터 폐로 절차를 밟게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노후 원전들이 줄줄이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될 신호탄인 셈이다. 시민들은 환영했고, 마침내 모든 것이 다 끝난 듯 안심했다.

취재 결과, 원전 해체에 있어 우리나라는 기술과 경험, 돈 어느 것 하나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부는 이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신성장 산업’이라고만 홍보하고 있을 뿐 원전 폐로가 얼마나 위험하고, 지난한 과정인지 국민에게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 취재팀은 세계 원전대국인 일본과 미국, 독일의 폐로 현장을 찾아 발로 뛰고 기록했다. <1부-판도라의 선물, 폐로>는 원전 주요 선진국의 폐로 절차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미리 짚어본, 사실상의 ‘폐로 교과서’다. 폐로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숙제라면, 방재는 얽히고설킨 실타래에 가깝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대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원전을 낀 자치단체마다 안전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개발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과 개발, 효율과 재난, 사람과 원전… 그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공존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고리지역은 세계 최대 원전단지가 됐고, 부산은 세계 최대 원전도시가 됐다. 하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안전 대책은 없다. 너무나도 초라하기만 하다. <2부-‘불안한 공존’>은 원전 확대 정책에 가려진 거대한 안전 사각지대를 고발했다. 위기 경고에 소홀했던 아픈 경험을 반성하고,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위기를 진단하려고 온 힘을 기울였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우리나라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마치 앵무새처럼 말했다.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억 분의 1이라고,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같은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연 그럴까.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경고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고민할 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고 위험은 365일 우리 곁에 있다. 원전과 공존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면, 철저한 방재‧대피계획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전은 설득할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다. 우리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도시는 안전한 삶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격스러운 수상을 통해 <원전도시>를 제작할 때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됐다. 원전 취재팀을 꾸리고 1년 동안 큰 그림을 지휘한 양희진 보도제작부장님, 자료조사에 이어 꼼꼼한 구성을 맡아준 조경남 작가, 탁월한 작품 해석력과 예술적인 편집 솜씨로 완성도를 높여준 이동훈 편집감독, 멋진 영상을 찍어준 한석규‧허선귀 촬영기자, 마지막으로 원전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걱정해주고 든든하게 지원해준 박현숙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노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