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 2천억 BTL 하수관거 ‘내맘대로 공사’, 다시 파헤치다_전주MBC 박찬익 기자

“잘해도 반? 그래도 끝을 볼 수 있다면” 전주MBC 취재부 박찬익

모든 기자가 쓰기 꺼려하는 기사,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다른 매체에서 이미 단독 보도한 특종기사를 후속 취재해야 하는 기사가 아닐까? 솔직히 말해 [2천억 원 BTL 하수관거 ‘내 맘대로 공사’ 다시 파헤치다]는 그런 후속보도의 한계를 안고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 잘해도 반인 이 아이템을 놓고 난 잠시 망설였다. 하물며 데스크는 어땠을까? 경쟁사에서 오랜 기간 대대적으로 보도한 사안을 후속 취재하라고 승낙하기는 참으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데스크는 취재기자인 내 뜻을 꺾지 않았고 대기업 건설사의 교묘한 협박에도 흔들림 없이 보도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BTL하수관거의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고 또 파헤쳤고 지금도 4개월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2천억 원 BTL 하수관거’는 군산시가 지난 2011에 마무리한 공사이다. 그런데 완공 뒤에 한 용감한 시민이 나타나 부실공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게 앞마당에 있는 정화조를 엉터리로 공사한 일이 발단이 됐다. 처음에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시공사와 군산시의 어처구니없는 대응 때문에 분노에 분노가 거듭됐고 결국 BTL 하수관거의 부실공사는 타 방송사의 뉴스를 통해 그 진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정화조와 맨홀이 엉터리로 시공되고 하수관로의 길이도 준공 도면보다 짧게 시공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검찰은 하수관로의 전체 길이를 따져보니 당초 계획보다 오히려 더 길게 시공됐고 공사비를 일부러 줄이기 위해 부실공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황당하게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제보자가 고군분투한 몇 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6개월 뒤 그 용감한 시민이 나를 찾아왔다. 앞서 함께 했던 경쟁 방송사를 놔두고 나를 찾아온 그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부실공사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며 검찰 조사 결과는 검찰이 시공사와 군산시를 봐주려고 짜 맞춘 각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난 그의 말이 적어도 단순한 의심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시공사에 무혐의를 내린 당시 ‘BTL 하수관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 시장 선거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BTL 하수관거’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군산시는 부실공사를 검증하는 용역을 바로 착수해 ‘BTL하수관거’에 문제가 없다는 중간보고를 서둘러 공개했다. 그리고 검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공사에 면죄부를 안겨줬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부실공사 뒤에 또 다른 배경이 감춰져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우선 난 경쟁사의 앞선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배수설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5천5백 개의 배수설비 가운데 8백여 개가 준공도면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준공 도면에 그려 넣었는가 하면 필요도 없는 빈집이나 공터에 배수설비를 해놓고 돈을 받아가는 코미디 같은 현장이 즐비했다.

준공 도면과 하나하나 맞춰봐야 하는 작업, 제보자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조사였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확인한 분명한 사실이 있었기에 우리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BTL하수관거’의 가려진 진실을 연일 보도했다.

처음에 우리의 보도가 허위 보도라며 인정하지 않던 시공사는 경찰 조사에서 배수설비 2백여 개는 시공을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심지어 자신들이 한 공사 내용과 군산시에 제출한 준공 도면이 모두 다르니 새로 준공도면을 그려야 한다고 거리낌 없이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