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기획다큐상_ 월성 1호기: 가려진 진실_포항MBC 장성훈 기자

<대한민국에 후쿠시마의 교훈은 없다>

원전 비판은 금기?”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내 언론들도 후쿠시마 현지 취재를 통해 원전사고의 참혹상을 앞다투어가며 전했다. 이웃 나라의 아픔에 끝없는 연민을 보내며 우리 원전은 과연 안전한지 걱정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우리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이후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 대규모 원전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도 원전측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언론들은 원전의 위험성 보다는 원전측 전문가의 해명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 그래서 국내 원전 관련 뉴스는 대부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왜 월성 1호기인가?”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노후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에도 30-40년 된 원전들만 폭발했다. 그런 측면에서 설계수명이 끝나 안전성 심사를 받고 있는 월성 1호기는 우리 원전의 위험한 속살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또한 월성 1호기와 같은 캔두형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는데도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4기 밖에 없고 세계적으로도 신규건설이 없는 시쳇말로 ‘한물 간 원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4기의 원전만 폭발해도 대한민국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 월성1호기의 위험성을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캔두형 원전을 개발한 캐나다 현지 취재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설계적인 결함으로 추정되는 갖가지 고장과 천문학적인 보수비용, 삼중수소(방사선)방출에 의한 주민 건강 피해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선 이미 오래된 위험들이 속속 드러났다. 원전의 위험성 관련 정보가 국제적으로도 얼마나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있는지 새삼 놀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전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런 측면에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규제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해도 안전하다’는 전문위원들의 판단을 토대로, 수명연장을 결정짓기 위한 심의를 시작했고 조만간 수명연장을 승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수원의 압박*회유?”

원전 비판 프로그램 제작은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국내 원전 산업계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해 정보 접근과 인터뷰 섭외에 고충이 컸다. 복잡한 원전의 설비와 작동 시스템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많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압박은 노골적이었다. 여러 차례 방송국을 찾아와 간부와 사장을 만나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프로그램 제작이 시작되자 방송사 프로그램과 캠페인에 협찬을 하겠다는 회유책을 들고 오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위험성 현실화?”

프로그램 방송 이후 지역과 중앙 언론 어디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험의 한 가운데 있는 주민들은 반응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월성 1호기 폐쇄와 이주를 요구하며 6개월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떠나는 죽은 마을’이 돼 버렸고 수많은 주민들이 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방송 후 공교롭게도 프로그램에서 제기한 월성1호기의 위험들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월성원전 바로 옆에서 지난해 가장 강력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병이 원전의 방사능 영향이라는 법원판결이 나와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보태 주신 포항mbc 선후배님, 특히 보도팀 식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