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제22회_뉴스부문_MBC 최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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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늘…

MBC 최형문 기자

지난 3월초 베이징에서 북한의 외자유치 총책으로 임명된 박철수 조선대풍그룹 총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북한의 외자유치 방안에 대해 묻자 박 총재는 “북한에는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며, 남한의 자본이 들어와 자원을 개발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박 총재 개인의 사견일수도 있지만 당시의 느낌으로는 북측이 남한의 자본을 강하게 원하고 있고, 이때까지의 대북 관계가 일방적인 퍼주기였다는 일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자원과 자본을 맞바꾸는 일종의 ‘구상무역’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구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면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이라는 뜻하지 않은 중대변수로 인해 남북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때, 중국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이 북한 동해지역의 주요 항구를 선점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이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나진항에 이어 청진항과 단천항도 독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경로로 추가 확인을 해본 결과 중국의 의도는 단지 동북3성을 위해 동해로 뻗어나갈 수출항을 얻는데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바로 북한 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지하 광물자원’을 노렸던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국제적으로 철저히 고립된 틈을 타 중국은 북한을 지하자원 조달창구로 삼는 동시에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수출 전진기지로 만드는데 거의 성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정부가 수차례 시도했고 북측과의 협상을 하기도 했던 일들의 열매를 중국은 별다른 힘 들이지 않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거둬들이고 있다고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우리 정부에게 또하나의 딜레마가 될지도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하겠다던 대북 강경조치, 이른바 5.24 조치 가운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건 바로 북한의 돈줄을 끊기위한 ‘남북간 교역 전면 중단 조치’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항구와 자원을 챙겨가며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교역 중단 조치가 별로 아프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전략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일관되게 북한을 ‘압박’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서는 북한이라는 예측불가능한 변수를 어느정도 ‘관리’하기 위한 출구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어야하는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