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대기업의 꼼수…금호고속 편법 하청버스_kbc광주방송 천정인 기자

대기업의 꼼수금호고속 편법 하청버스취재후기
 
 
“고속버스 대신 관광버스가 정규 노선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제보를 받았던 순간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승객이 몰려드는 명절 기간 고속버스 노선을 관광버스가 운행하는 모습은 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속버스가 부족해 관광버스를 ‘추가로’ 배차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명절도 아닌 평소 주말까지 정규 차량이 부족하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취재원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평소 주말이라면 정규 고속버스 차량은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도 외부 관광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잇따르는 관광버스 사고로 시민·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었던 상황과 맞물리면서 숨겨져 있는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호고속의 내부 배차표를 입수했습니다. 분석 결과 제보자와 취재원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배차표엔 고속버스가 운행해야 할 정규 운행시간까지 관광버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평소 정규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관광버스는 ‘승객이 많아 추가로 배차한 임시차량’이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금호고속은 외부 관광버스에게 정규 노선을 운행하도록 위탁하고 승차권 수익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기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만 챙기는 이른바 ‘하청 운행’ 형태였습니다. 반면 금호고속은 하청버스가 운행하기 전 정비를 제대로 했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았고, 운전기사들에 대한 교육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하청버스를 운영하면서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조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승객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는 뚜렷했지만 금호고속이 무엇 때문에 하청운행을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수수료 수익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부족했습니다. 하청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정상 운행보다 월등하게 많은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을 곱씹어봤습니다. 자연스럽게 하청운행을 하는 그 시간, 남아있는 정규 고속버스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주목하게 됐습니다.
 
수소문 끝에 금호고속은 고속버스를 개인이나 단체에 대절해주는 전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특히 금호 고속버스 상당수가 나주 혁신도시 임직원들을 서울로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로 빼돌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나주 혁신도시를 찾아갔습니다. 실제로 금호고속의 정규 고속버스 차량을 현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에게도 빌려줄까? 손님인 척 가장하고 금호고속 측에 접근해 개인도 고속버스를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고속버스를 빼돌리는 있는 전체 규모를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금호고속의 내부 자료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금호고속 측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답보 상태에 빠진 취재는 의외의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고속버스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금호고속은 그 대상을 관할 지자체에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당 자료를 확보, 매달 500대 이상의 고속버스가 전세 대절버스로 빼돌려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한 달에 30억 원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결국 금호고속은 정규 고속버스를 전세 대절버스로 빼돌리고, 그 빈자리를 외부 관광버스로 채워 넣으면서 이중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금호고속은 광주*전남 지역의 향토 대기업으로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승객들 역시 ‘주말엔 차량이 부족하다’는 금호고속의 설명을 그대로 믿고 고속버스 대신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편법 운행이 수 년 동안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시민과 승객들의 믿음을 져버린 채 자신들의 이윤만 추구한 향토 대기업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