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회 기획보도부문_세월호 그 후 트라우마는 누구의 것인가_OBS 기경호 기자

OBS창사 9주년 특집
세월호 그 후, 트라우마는 누구의 것인가
OBS 기경호기자, 최백진기자
50분 다큐멘터리
 
우리사회의 지속성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트라우마, 그 치유를 위한 해법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과 우리사회는 피해자 유가족과 잠수사, 경찰관 등 참사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발견하고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많은 언론은 피해가 집중 되었던 안산 단원고 주변 지역의 집단적인 트라우마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런 이유로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유행어처럼 사용되어지게 이르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바라보는 정치적인 이견으로 인해 우리모두는 사회적 지속성을 갖기 위한 진심어린 처방에는 소홀했다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다. 우리는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많은 재난과 사고를 겪었지만 그 피해자나 희생자들이 겪는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참아라’, ‘잊어라’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로 일괄해 왔다.
기자는 과연 트라우마는 어떤 고통인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트라우마를 치유할 해법은 어떠한지 그 본원적인 질문에 의문을 가졌고, 트라우마가 개인적인 문제인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OBS는 경인지역 대표방송사로서 안산지역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점과 그 극복을 위해 안산시와 지역사회가 공동체 회복 노력에 애쓰는 점도 가까이에서 관찰해왔다. 기자가 의문을 가졌던 기획에 어울리는 결과물은 연속보도 또는 50분 특집 다큐물이었으며 다행히 장기적인 취재와 재원마련을 2016년 3월 한국전파진흥협회 기획안 공모 당선을 통해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트라우마 치료는 미디어가 접근 할 수 없는 금기영역
기자가 취재하고자 했던 기획방향은 크게 3가지. 지금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치유해야 할 트라우마적 고통의 실체와 그 치유의 책임 주체, 그리고 치유를 위한 해법을 사례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했다.
첫 번째, 치유해야 할 트라우마적 고통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이외에도 고양버스터미널 화재사고 피해자, 대구지하철 참사 피해자 등 사례자들을 추척해 나갔다. 트라우마 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사람들은 카메라에 호소했으며 그 고통은 상상을 넘어섰다. 취재 과정에서 사례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듣고 취재하는 일은 취재팀도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는 힘든 일이었다.
기자 외에도 VJ, 작가, 프리뷰어 등 제작에 깊숙이 관여했던 스텝들은 상상치 못한 고통에 한동안 어리둥절했고 취재팀은 서로를 격려하며 그 위기들을 넘겼다.
두 번째는 본 기획의 핵심사항인 치유의 주체. 재난과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적 고통에 우리 사회는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았다. 정부와 사회가 책임있게 관리해야할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제대로 관리 되지 않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시신을 인양했던 잠수사들의 정신지원을 6개월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든지 전국에 흩어져있는 세월호 피해자들을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한다든지, 각 지역 정신건강센터는 트라우마 치료에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파악 되었다.
특히 기자는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파괴할 만큼 악영향을 주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의 심각성에 주목했다. 집단적인 트라우마는 재난이나 참사에서 기인된 이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와 정부의 역할론이 자연스럽게 재기 된다. 그러나 집단적인 트라우마적 고통과 이를 바라보는 정치적인 해석은 사고 이후 정신지원을 효과적으로 해야 할 치유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고 말았다. 한 예로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난 올해 유가족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42%,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을 얻은 경우는 56%로 나타났다.
 
과연 심각성만 높아져가는 이 트라우마적 고통을 세계는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는지 기자는 그 선례를 찾아보고자 했다.
10년 전이지만 핀란드 요켈라고교 총기사고 이후 핀란드 사회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정신적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대재앙 수준이었던 동일본 대지진과 일본의 회복 노력. 그리고 미국 911테러 같은 대참사와 극한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사례를 취재하였고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는 시사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사례에서도 일반인들의 트라우마 치유과정은 아주 민감하고 프라이버시 속성이 강해 제한적인 접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우리 취재팀은 일부 사례자와 트라우마 연구자, 해외 정신지원시스템 등 고통과 그 치유 환경을 통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전쟁, 참사, 재난, 대형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재난과 참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누구도 이런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고는 수습과정과 피해보상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들은 가족을 잃은 고통 그리고 혼자만 살았다는 죄의식에 사로 잡혀 살아있어도 희망적인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특히 트라마우 연구에 의하면 15%의 사람들은 생존 이후 2~3년이 지나서 트라우마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으며 미국 911테러 트라우마 환자들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제도적 지원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트라우마는 더 이상 개인이 이겨내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회적 치유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질병인 것이다. 깊은 상처와 그 고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정신적 고통을 가볍게 여겨서는 우리는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
트라우마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이겨내야 할 마음 전쟁 같은 것이다. 매일 테러와 살인이 반복되는 그 참혹 전쟁터에 트라우마 환자들은 놓여있다. 이것이 우리 취재팀이 1년 동안 그들과 함께 해오면서 느낀 진실한 감정이자 치유를 시작해야하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