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_KBS춘천 엄기숙 기자

<‘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취재 후기>
KBS 춘천방송총국 보도국 엄기숙 기자
 
왜 또 재미없는 학교 통폐합을 취재해?
교육은 계층의 사다리라고 불립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울고, 웃는건 여전히 그 사다리가 말하는 희망을 믿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 사다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학교 통폐합이 추진된 지 벌써 35년이 지났습니다. 3,750곳의 학교가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모르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학교의 숫자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이 질문이 필요합니다.
많은 학교를 통폐합 한 뒤, 무엇이 달라졌는가?”
실제로 저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특히 농산어촌에 사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추진돼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농산어촌의 교육환경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그 과정에서 개선하고 다듬어야 할 것인 어떤 것이 있을까? 정책은 얼마나 개선돼 왔을까?
그래서 교육부와 교육청에 수 없이 질문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 당연한 의문에 대해 정작 교육당국이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논란이 반복됩니다. 교육당국은 ‘교육을 위해’ 학교를 통폐합 한다는데, 정작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행정을 위해’ 학교를 통폐합 하는게 아니냐고 되묻습니다. 교육을 위한다‘는 정부의 명분은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답을 듣지 못한 학부모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추진된 정책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역적 특성이나 거리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통폐합으로 일부 농산어촌 학생들의 통학거리는 도심의 적정 통학거리의 2~30배 이상으로 멀어졌습니다. 유치원부터 시작돼 고등학교 졸업까지 반복해야 할지 모를 ‘교육 유목민’ 생활에 지친 주민들은 ‘사다리’를 찾아 마을을 떠났습니다. 고심 끝에 귀농‧귀촌한 이들은 그 선택을 후회하며,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떠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주민들만 마을에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악순환은 수치화된 근거자료가 없어서, 그저 시골 마을 주민들의 ‘하소연’으로 비춰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날 그날 소비하는 뉴스 속에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인터뷰로 휘발돼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학교가 없어서 인구가 줄었다고? 그 반대 아니야? 입증할 수 있어?
취재를 가는 현장 마다 취재진이 목격하게 되는 것은 학교가 사라지면서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농산어촌’이라는 암담한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사로 쓰려하니, 관련 연구나 자료가 없는 탓에 “진짜 학교가 없어서 인구가 감소한게 맞냐”는 반문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또다시 ‘논란’에 그치는 그저그런 보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정, 직접 분석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 통폐합과 관련된 일목요연한 자료 하나 받는 것도 쉽지 않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자료는 수치가 제각각 달랐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일일이 받은 자료를 전문가들과 함께 다시 행정구역별로 다시 분류하고, 여기에 그간의 시군별, 읍면동별 인구 자료 각각 코드화 해 병합하는 일은 3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이 수치들이 서로 어울려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지, 인과관계 규명이 될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거의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보완하는 작업은 심리적 부담이 큰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보상이나 대가도 없이, 보도의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해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빅데이터팀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그토록 궁금해 했던 ‘수치’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통폐합’은 분명 현실에 비춰 피할 수만은 없는 국가정책입니다.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는 통폐합을 통해 얻는 장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통폐합을 원하는 교육수요자도 많이 만나봤습니다. 하지만 그 추진방법은 분명 문제였습니다. 교육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수없이 뒤를 돌아봐며 추진됐어야 할 정책. 누군가에게 당장 어려움이 될수 있는 만큼 더 신중함이 필요했지만, 지금의 학교 통폐합 정책에는 그런 반성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개선되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일부 고위 교육자의 입에서 “학교 통폐합은 국가정책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건 반란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은, 닫혀 있는 학교 통폐합 정책의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페합이 필요한 학교가 있으면 ‘신중하게’ 통폐합 하고, 작아도 유지해야 할 학교라면 조금 더 지원하고, 그리고 그 판단은 지역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 결정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교육을 교육답게’ 풀어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교육 농사’는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취재 중에 만났던 한 학부모님의 말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봄에 아무리 보릿고개를 넘어가도 종자를 먹지 않고 심잖아요. 가을에 거둘 열매를 기대하고 심는 거잖아요. 지금 교육은 허리띠를 좀 졸라매더라도 투자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과분한 상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취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고생한 김수용 촬영기자, 이영미 작가, 조한철 편집감독님, 그리고 창조경제혁신센터 빅데이터팀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