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회 전문보도부문_비극의 재구성, 펀치볼 지뢰 지도_YTN 함형건 기자

데이터로 분석해 낸 55년 민간인 지뢰 사고의 비밀
 
=현장에서 수집한 Small Data의 힘

이것을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
민간인 지뢰 사고 문제를 기사로 다뤄보기로 마음먹은 뒤에 수없이 자문했던 질문이다. 처음 착안한 건 지난해 여름이었는데, 실제 보도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발효 시간을 거쳐야 했다. 
군 당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차례 지뢰지대와 민간인 지뢰 사고 위치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주한 미군의 과거 지뢰 매설 기록을 입수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시도한 결과, 반년 만에 돌아온 답변은 “자료를 찾을 수 없음” 이었다.  궁 즉 통이란 믿음으로 대안을 찾아 취재하기로 했다. 데이터가 없다면 현장에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면, 소규모 데이터(small data)로 분석하자는 생각이었다. 취재진은 60여 년간에 걸쳐 누적된 지뢰 사고 위치야말로 지뢰 사고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열쇠일 것으로 판단했다.  올 봄에도 두 차례 민간인 사고가 난 국내 최대 지뢰 피해 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이른바 펀치볼 지역의 지뢰 피해 지도를 만들어 공간 패턴을 분석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인 평화나눔회의 민간인 지뢰 사고 목록을 바탕으로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를 통해 가능한 범위에서 GPS 경위도 데이터를 확보했다.  사고 산악지대 부근에서 사고지의 분포를 확인하고 피해자나 가족, 주민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사고 위치를 묻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 데이터를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단 자료와 헌병대 사고 자료, 소방서 자료 등과 교차 검증한 뒤 지뢰 피해 지도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 지뢰 피해지도 : 반복되는 사고에는 패턴이 있다. 

취재진은 이 지도를 바탕으로 지뢰 사고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다발 구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가 일어난 지역 부근에서 과거에도 사고가 발생했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통계적으로는 전체의 사고의 74%가 전체 지뢰 매설 추정 구역의 20% 정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20%의 요인이 80%의 결과를 설명한다는 이른바 파레토의 법칙이 국내 지뢰 사고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이들 사고 지역은 어김없이 차단시설이나 경계 표지판이 없는 지역이었다. 취재진은 관련 내용을
 6번에 걸친 방송 리포트와 11개에 달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담은 웹사이트로 제작해 공개했다.  미확인 지뢰지대의 지뢰 제거에는 모두 489년이 걸린다는 게 군의 통설이다. 하지만 지뢰 사고 위치와 주민들의 동선, 관리 상태 등을 평가해 위험도가 높은 지역의 지뢰만 집중적으로 관리해도 민간인 사고를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군 당국도 이번 보도와 관련해 새로 구축하는 지뢰 정보 관리 시스템에  지뢰 사고 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민간인 지뢰 사고에 대해 무관심, 무기록,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군 당국의 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세월호가 그랬고, 다른 수많은 안전 문제가 그랬듯이, 끊이지 않는 지뢰 사고 문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반복되어온 문제이다. 안보라는 명분에 가려 뒷전에 밀린 안전 문제를 조명하고 , 그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조금은 더 정밀하고 입체적인 취재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보도에는 상을 받은 취재진 뿐 아니라 자료 수집과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해안면 주민 여러분과,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 환경운동가 정인철 씨, 디지털 웹사이트 제작까지 묵묵히 맡아준 리서처 권오은씨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함 형 건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