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뉴스부문_에탄올 주사 맞아 육군 병장 왼팔 마비…軍 개선책 발표_YTN 최기성 기자

엉뚱한 주사로 육군 병장 왼팔 마비축소·은폐 시도한
 
군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났다는 정보를 접한 건 6월 말입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기초 취재가 끝나자 군을 상대로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이 남았습니다. 군은 비의료용 에탄올 약품명조차 보안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경로로 사실의 조각들을 모아야 했습니다. 첫 보도가 나갈 때까지 한 달 반이 걸렸고, 8월에 시작한 보도는 9월까지 이어졌습니다. 군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끈질기게 시도했습니다. 사고를 낸 군의관은 김 병장 가족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두고‘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지휘관인 병원장은 “언론에 나가면 간호장교가 자살할지 모른다”면서 김 병장 가족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은 김 병장이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수사에는 나서지 않는다며 버텼습니다. 개인 과실로만 사고를 덮으려는 군의 태도와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발생 단독보도와 구조를 지적하는 후속보도를 연달아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석 달 동안 취재접촉한 취재원 30여 명
 
71사단, 국군 의무사령부, 육군, 국방부 담당자들에게 매일 전화하고 찾아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에탄올을 건넨 간호장교와 주사를 잘못 놓은 군의관 등을 만나러 청평병원도 찾아갔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수십 쪽 의무기록은 전문용어로 가득했습니다. 암호 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3명의 전문의에게 검증을 거쳤습니다. 허술한 군 의료체계의 희생자가 김 병장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10년 치 판결문과 기사를 뒤졌습니다. 군 의료사고로 추정되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군에서 병을 얻어 소송 중인 사람들, 변호사, 전·현직 군 관계자, 사정기관 등을 광범위하게 접촉했습니다. 이번 보도를 위해 발로 뛰며 접촉한 취재원은 서른 명이 넘습니다. 찾아가고 기다리는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2006년과 2009년에 군의관 과실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군사법원 판결문을 입수했습니다. 통계가 없어 모른다던 군은 판결문을 들이밀자 그제야 의료사고를 인정했습니다. 군이 추진했던 의료체계 개선책을 검증해 장병 건강권이 언제나 후순위였던 것도 지적했습니다. 전문계약직 의사는 목표치에 못 미치고 의료 장비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목디스크 병장에 소독용 에탄올 황당 주사’ 단독보도와 ‘끊이지 않는 황당 의료사고…손 못 대는 軍’후속 보도는 그렇게 나오게 됐습니다.
 
개선책 마련했지만사후 처방 뿐
 
한 달여를 추적해 대책을 세우겠다던 군이 약속을 지키는지도 취재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전부 인정한 군은 개선책을 발표했습니다. 보도 직후 군의관과 간호장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모든 군부대와 국군병원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벌인 뒤‘군 의약품 관리 표준안’을 내놨습니다. 군 의료 전산시스템이 수정됐고 약품 용기와 라벨도 새로 바뀌었습니다. YTN 보도로 군 장병 63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보도를 본 인권단체 도움으로 김 병장은 법률 지원도 무료로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새 김 병장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눈 동공이 작아지고 감각이 없어지는‘호르너증후군’을 얻어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료사고를 낸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해당 병원에서 아직 근무 중이라는 사실, 당시 지휘관이던 前 병원장은 징계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는 것도 고발했습니다. 군은 여전히 사고 예방 보다는 사후 처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확인해 줄 수 없다”,“보안사항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비밀주의로 가득한 군 조직은 20대 청년에게 얼마나 큰 벽이었을까요. 축 처진 김 병장 왼팔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건강을 회복해 웃음을 찾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