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뉴스부문_백남기 사망진단서_SBS 조동찬 기자

고 백남기 사망진단서 취재 후기
 
“선배, 신경외과 전문의 아니에요?”
후배 기자가 던진 이 질문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고 백남기 씨 가족이나 측근들을 알지 못한 상태라, 언론에 보도 된 것을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시시비비를 가려보았습니다. 그렇게 취재 파일을 썼습니다. 메인 뉴스는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또 다른 후배 기자가 있었나 봅니다.
“선배, 의무기록 구해드리면 (보도)하실 수 있겠어요?”
그렇게 후배로부터 입수한 고 백남기 씨 의무기록을 살폈습니다. 의무기록에는 사망진단서가 잘못됐음을 드러내는 단서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제 했고, 보도했습니다. 정의감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제가 부지런히 취재한 것도 아니며, 특별히 용기가 필요했던 일도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후배들에 의한 기사였습니다. 다만, 그 파장이 부담스럽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주눅들기엔, 그들의 잘못이 명백했고, 그들의 태도는 오만했습니다.
 
고 백남기씨의 둘 째 딸, 백 민주화씨를 두 번 만났습니다. 첫 번째는 의무기록을 받을 때였고 두 번째는 의무기록을 돌려줄 때였습니다. 사실 그 때 백 씨가 제게 선뜻 의무기록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썼던 취재파일에는 가족이 반대하는 부검에 대해, ‘부검은 법적 행위이며, 나름의 시스템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백 씨가 공유한 제 취재파일에는 ‘가장 나쁜 기사’, ‘부검을 옹호하기 위해 교묘하게 좋은 표현들로 위장한 글’이라는 댓 글이 있습니다. 저 같은 기자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일 겁니다. 억울했지만,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도 취재된 데로 써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후배기자를 통해 ‘의무기록을 받더라도 기사화 한다는 약속은 못하며, 보도 하더라도 결론은 유가족의 뜻과 다를 수 있다.’는 걸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백 씨는 제게 선뜻 의무기록을 내주었습니다. 의무기록을 작성한 전공의 선생님이 다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래처럼 기억합니다.
“전공의 선생님들은 너무 고마운 분들인데, 그 분들이 다칠 것 같으면, 기사화 하지 말아주세요.”
아버지를 잃었는데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가진 기자에게도 편견 없이 대했던 민주화씨의 모습은 저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취재 후기를 쓰고 있는 2016년 10월 26일은 저조차도 참 참담합니다. 저를 통해 고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의 잘못을 드러내게 했던 후배 기자들은 더 그럴 겁니다. ‘최순실 사태’보다 ‘최순실을 보도하지 못했던 사태’를 더 뼈저리게 아파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숨이 막힐 것만 같습니다. 그런 후배들에게 감히 말씀 드립니다. 너무 아플 때는 오히려 자책하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우리는 왜 취재하지 못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는 두고두고 천천히 살펴 봅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그렇듯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니까요. 지금 용기가 가장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 대한 믿음, 우리의 존재가치를 더 힘차게 어루만졌으면 좋겠습니다. 방송기자인 우리 후배님들이 여전히 자랑스러우니까요.